9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알타데나의 ‘이튼 파이어’ 산불 피해 지역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2025.01.10.알타데나=AP/뉴시스
미국에서 3조 원에 육박하는 복권에 당첨된 남성이 올해 초 산불로 소실된 고향을 복원하겠다며 나섰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서 20억 4000만 달러(약 2조 9000억 원)의 파워볼 복권에 당첨된 에드윈 카스트로(33)가 지역 사회를 되살리기 위해 재산 일부를 쏟아 부었다.
카스트로는 2022년 11월 캘리포니아 알타데나(Altadena)의 한 주유소에서 복권을 구입했다가 1등에 당첨됐다. 당시 오랜 기간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당첨금은 20억4000만 달러까지 쌓였고, 그 행운은 카스트로에게 갔다.
알타디나는 올해 1월 발생한 ‘이튼·팰리세이즈’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당시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전체에서 31명이 사망하고 건물 1만6000여채가 불탔다. 알타데나도 건물 9000채가 소실됐다.
알타데나에서 나고 자린 카스트로는 황폐해진 화재 지역에 수천만 달러 상당의 주택부지를 매입해 복원에 나섰다.
이곳은 워낙 피해규모가 크다 보니 재건보다는 고향 부지를 팔고 이주를 선택하는 주민들도 많다고 한다. 일부 주민들은 고향 땅이 외부 부동산개발업자들의 손에 넘어가자 “투자자들의 토지 매입을 막아 달라”며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현재 약 1500명의 서명이 모였다.
● “지역 옛모습 되살릴 것”
카스트로는 “지역 사회를 위해 토지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건설업에 종사했던 아버지를 둔 카스트로는 이 지역의 ‘크래프츠맨(Craftsman)’ 건축양식을 보존해 건물을 지을 것이라며 지역의 개성 있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살릴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크래프츠맨 양식’은 19세기 말 미국의 주거용 ‘복고풍’ 건축 스타일로 미국 도시의 오래된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다만 이는 자선 사업이 아니며 주택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스트로는 “이윤을 크게 남길 필요는 없지만, 집들을 그냥 공짜로 주기 위해 짓는 건 아니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단기 임대 목적의 투자자보다는 실제로 정착하려는 가족들에게 주택을 판매하겠다고 덧붙였다.
카스트로는 “예전 동네의 느낌을 되살리고 싶다. 마치 화재 이전의 집들을 시간 속에 그대로 담아둔 것처럼”이라고 말했다.
카스트로가 당첨 복권을 구입했던 ‘조스 주유소(Joe’s Service Center)’는 이번 화재 속에서도 살아남은 몇 안 되는 건물 중 하나로 기록됐다.
박태근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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