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다시 충돌]
이란 “협의없이 항행” 상선 드론공격
美 “합의 위반” 이란 군사시설 때려
보복 공습 바레인-쿠웨이트로 번져
실무협의 차질-종전합의 좌초 우려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의 모호한 표현들이 채 2주도 되지 않아 부메랑처럼 되돌아오고 있다.’(뉴욕타임스·NYT)
올 2월 28일(현지 시간) 전쟁 발발 후 이달 17일 극적으로 종전 MOU를 체결한 미국과 이란이 중동산 원유의 핵심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두고 26, 27일 군사적 충돌을 벌였다. 양측 모두 “상대방의 협정 위반 때문에 군사적 공격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갈등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선 모호한 표현으로 일관한 MOU 자체가 태생적 갈등을 내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유가와 미국 내 여론 악화에 부담을 느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선(先) MOU 체결, 후(後) 후속 협상’에 치중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27일 로이터통신은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현재 미군 사상자나 주요 시설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NYT도 “양측은 서로의 레드라인을 시험하고 있지만 어느 쪽도 전면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 MOU 아전인수 해석… 호르무즈 ‘동상이몽’
미국과 이란은 MOU 체결 후에도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주도권을 두고 대립했다. 24일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를 잇달아 방문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 해협에서는 어떠한 통행료나 사용료 부과 없이 자유롭고 무조건적인 항행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쟁 발발 뒤 해협을 지나는 각국 민간 선박으로부터 대당 200만 달러(약 30억 원)의 통행료를 받았고, 미국과 60일간의 종전 협상에서 종전 후에도 이를 지속할 뜻을 밝힌 이란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러자 이란 혁명수비대는 25일 호르무즈 해협의 남쪽인 오만 해안을 따라 해협을 통과하려던 싱가포르 컨테이너선 ‘에버러블리’호를 자국과 협의 없이 항행했다며 드론을 이용해 공격했다.
NYT는 이 갈등이 ‘이란은 60일 동안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들의 안전한 통행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조치를 취한다’와 같은 MOU의 모호한 표현 때문에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국제법이 규정한 대로 호르무즈 해협은 누구에게나 대가 없이 열려 있어야 한다’는 점을 MOU의 대원칙으로 여긴다.
반면 고질적 경제난에 시달리는 이란은 통제권을 강조하고 있다. 또 협상 진행 등을 위해 MOU의 후속 협상이 이뤄지는 60일 동안에만 통행료를 면제해 주려 했다는 것이다. NYT는 “이란은 해당 문구를 선박의 항로를 자신들이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의 조치를 합의 위반으로 판단한 미국은 26일 F-35와 F-16 전투기 6대 등을 동원해 해협 일대 이란 군사 시설 4곳을 공격했다. 이에 이란도 미군 기지가 있는 바레인에 공격용 드론을 발사해 보복 공습을 펼쳤다. 이란 최고 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군사 고문 모센 레자이는 X에 “미국이 계속해서 해협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미국이 MOU의 어떤 조항이라도 위반할 경우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란은 27일 파나마 국적 유조선 ‘키쿠’호에도 드론 공격을 했다.
● 걸프국 교전 확전… 종전 좌초 우려
이 같은 이란의 움직임 속에 미국은 27일 더 큰 공격을 단행했다. 중동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번 공습은 이란의 군사 감시 기반 시설과 통신 시스템, 방공 기지, 드론 보관 시설 및 기뢰 부설 능력을 상대로 했다”고 밝혔다.
이란 또한 27, 28일 바레인과 쿠웨이트를 공격했다. 혁명수비대는 성명에서 “바레인 제5함대 해군기지와 쿠웨이트 알 살람 군사기지의 미군 목표물 8곳을 드론과 탄도미사일로 공격했다”고 전했다. 쿠웨이트군은 방공망을 가동해 이란에서 날아오는 적대적 미사일과 드론 위협에 대응했다.
혁명수비대는 미국이 계속 휴전 합의를 위반한다면 “합의의 나머지 부분도 (이행이) 중단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협 통제권을 완전하게 행사하려는 이란과 이를 막으려는 미국의 갈등이 반복되면서 공습과 보복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29일 또는 30일 스위스에서 열릴 것으로 알려진 미국과 이란 간 실무급 종전 협상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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