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를 피우는 청소년이 흡연자로 이어진다고 볼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전자담배가 흡연자(일반 담배 사용자)를 만드는 관문 역할을 할 것이란 게 많은 공중 보건 전문가들의 우려다. 하지만 기존 연구들을 메타 분석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오히려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국제 학술지 중독(Addiction)에 발표한 ‘청소년의 전자 담배와 그에 따른 흡연: 체계적인 검토’라는 제목의 연구를 주도한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교 애머스트 캠퍼스(UMass Amherst)의 제이미 하트만-보이스(Jamie Hartmann-Boyce) 교수(건강 정책·관리)는 전자담배가 특히 미국에서 청소년 흡연율 감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증거도 일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매우 복잡하고 논란의 여지가 있다. 연구진은 미국, 캐나다, 서유럽에서 29세 이하 약 400만 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123개의 연구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하나의 명확한 결과를 얻었는데, 그것은 ‘확실한 결론이 없다’는 것이다.
공동 저자인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의 박사후연구원 몬세라트 콘데(Monserrat Conde)는 “인과관계를 확립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이 연구들 자체가 단순한 연구 설계가 아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에게 전자담배를 사용하게 하거나, 사용하지 않게 하는 무작위 배정이 윤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이 연구들의 결과를 해석할 수 있는 방식이 매우 다양하다 것을 의미 한다”라고 UMass Amherst 보도 자료에서 말했다.
예를 들어, 대규모 연구 중 21개의 연구에서 나온 데이터는 혼합되어 있었지만 균형적으로 보면 젊은이들 사이에서 전자담배 사용 비율이 높아질수록 흡연율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담배 사용이 제한되자 흡연율은 높아졌다. 그러나 모든 연구에서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며 일부 연구에서는 반대 효과가 발견되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개인 수준에서는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청소년이 그렇지 않은 청소년에 비해 흡연을 할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명확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한 현상이 다른 현상을 유발했는지, 즉 전자담배를 피웠기 때문에 일반담배로 옮겨갔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하트만-보이스 교수는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젊은이 중 일부는 만약 전자담배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흡연자가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전자담배를 시작하는 비흡연 청소년이 꽤 많기 때문에 전자담배 사용이 일관되고 광범위하게 아이들의 흡연을 유발한다면 인구 수준의 흡연 데이터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트만-보이스 교수를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지만 그런 경향은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청소년 흡연율은 수년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지난 30일 동안 담배를 피운 적이 있다’라고 응답한 고등학생 비율은 2011년 15.8%에서 2020년 4.6%, 2024년 1.7%로 급감했다.
”청소년 흡연율의 급격한 감소가 전자담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불분명하다. 미국 인구 수준에서 청소년의 전자담배 사용이 대규모로 아이들의 흡연을 유발했다고 주장하기도 어렵다. 현재까지는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하지 않는다“라고 하트만-보이스 교수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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