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세동 환자 절반은 치료 시기 놓쳐… 1차 의료기관서 조기 발견해야”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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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관계 질환 환자 급상승
고령화-비만 등으로 유병률 증가… ‘의료 최전선’ 1차 기관 중요성 커져
뇌졸중 위험도 점수 높게 나타나면, 빠르게 항응고 치료 진행할 수 있어
혈전색전증 등 합병증 예방에 도움

한성욱 강심내과의원 부정맥·심장전문의 원장은 심방세동 환자에 대한 1차 의료기관의 역할을 강조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한성욱 강심내과의원 부정맥·심장전문의 원장은 심방세동 환자에 대한 1차 의료기관의 역할을 강조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심방세동은 국내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심혈관계 질환이다. 뇌중풍(뇌졸중)과 심부전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평소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중요하다.

심방세동 관리의 핵심은 항응고 치료를 통한 뇌졸중 예방에 있다. 한국인 심방세동 팩트시트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뇌경색 중 심방세동이 동반된 뇌경색의 비율은 20.4%에 이른다. 그러나 심방세동 진단 후 6개월 이내 항응고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의 비율은 51%에 달한다. 이는 많은 환자가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1차 의료기관은 심방세동 환자를 초기에 진단하고 빠른 치료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심방세동 환자에 대한 치료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한성욱 강심내과의원 부정맥·심장전문의 원장에게 1차 의료기관에서의 심방세동 환자 치료와 관리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심방세동 발병 원인은 무엇인가.

“심방세동 유병률 증가는 여러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 고령화, 비만,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의 증가, 스트레스, 음주, 흡연 등이 원인이 된다. 첨단 진단 기술의 발전으로 예전보다 더 많은 환자가 조기에 발견되는 것도 유병률을 높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고령층에서 심방세동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데….

“고령층은 나이에 따른 심장의 구조적, 전기생리학적 변화가 두드러진다. 나이가 들면서 심방 내 섬유화가 진행되고 심장의 전기 신호가 정상적으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여기에 동반 질환으로 심방의 전기적 안정성이 떨어져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1차 의료기관에서 심방세동 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1차 의료기관은 환자가 최초로 접하는 보건의료의 최전선이다. 동네 병원에서 심방세동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할 수 있다면 뇌졸중과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환자 교육을 통해 질병의 진행을 억제하고 전반적인 건강관리도 가능하다.”

―심방세동을 조기에 진단하려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나.

“심방세동 조기 진단을 위해서는 기본 심전도(EKG) 검사가 가장 중요한 도구다. 추가로 24시간 이상 지속해서 심전도를 기록하는 활동 심전도, 이벤트 기록, 최근에는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지속적 심장 리듬 감시가 활용된다. 1차 의료기관은 65세 이상 환자 진료 시 혹은 정기 건강검진 시 심전도 검사를 포함하거나 위험 요인이 있는 환자에 대해 추가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등 체계적인 검진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심방세동에서 항응고 치료는 중요한가.

“심방세동은 심방이 수축하지 못해 혈액의 흐름이 느려지고 혈전이 만들어지기 쉬운 질환이다. 혈전이 뇌에 가서 혈관을 막으면 뇌졸중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항응고 치료는 이러한 혈전 형성을 막고 뇌졸중과 기타 혈전색전증의 발생 위험을 크게 낮춰 환자의 생명 보호와 삶의 질 향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1차 의료기관에서도 이런 치료가 가능한가.

“1차 의료기관에서도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위험도를 평가하는 ‘CHA₂DS₂-VASc’ 점수를 통해 진단한 후 점수가 높은 환자에게 항응고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와파린이 주로 사용됐으나 최근에는 노악(비타민 K 비의존성 항응고제)이 도입돼 와파린보다 뛰어난 안정성을 보인다. 또한 음식과 약물 간 상호작용이 적고 용량 조절을 위한 혈액검사가 필요 없어 선호되고 있다. 국내외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에서 1차 치료제로 와파린 혹은 항혈소판제가 아닌 노악 사용이 추천된다.”

―항응고제 복용 시 주의 사항은 무엇인가.

“항응고제의 주요 부작용은 출혈이다. 가벼운 피부 출혈부터 심각한 내출혈, 위장관 출혈, 심지어 뇌출혈까지 발생할 수 있어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 환자는 출혈 증상에 대해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출혈의 위험은 증가하지만 출혈과 뇌졸중의 발생 위험을 비교했을 때 뇌졸중의 위험이 출혈의 위험보다 크기 때문에 항응고제를 처방받게 된다. 수술, 치과 치료, 내시경 검사 혹은 기타 시술 전에는 현재 복용 중인 항응고제의 종류와 복용 상황을 반드시 의료진에게 사전에 알리고 필요한 경우 약물 중단이나 조절에 대해 상담해야 한다. 보통 시술이나 수술 1∼2일 전에 약을 중단한다. 노악 처방 시에는 환자의 신기능, 나이, 체중, 간 기능, 그리고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 여부를 자세히 평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일정한 용법과 용량 조절이 필요하므로 정기적인 신기능 검사와 함께 환자 교육을 통해 복약 순응도를 높이는 전략이 중요하다.”

―매일 복용해야 하는 약은 편의성도 중요한 것 같다. 항응고제는 어떤가.

“노악 중에는 1일 1회 복용하는 약도 있다. 복잡한 복약 일정은 특히 고령 환자나 다약제 복용 환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단순화된 복약 방식은 순응도를 높이고 약 복용 누락이나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환자에게 한마디해 준다면….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에 아스피린 등 항혈소판제제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출혈 위험은 아스피린과 노악의 경우 거의 같은 수준이어서 출혈이 걱정돼 아스피린을 처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질환을 조기에 발견해야 항응고 치료를 포함해 합병증을 예방하는 치료를 할 수 있다. 65세 이상 고령에서는 심방세동이 있더라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진단에 필수적인 심전도와 활동 심전도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주 시행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헬스동아#건강#의학#심방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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