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목소리, 암일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17일 16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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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심의 긴가민가 질환시그널] 두경부암

두경부(頭頸部)는 뇌 아래에서 쇄골(빗장뼈) 위쪽 부분을 말한다. 두경부암은 이 부위에 발생하는 암이다.

두경부는 먹고 말하고 숨 쉬는 기관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이곳에 암이 생기면 호흡, 음식 섭취, 발성 등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해부학적으로 두경부는 쇄골에서 머리뼈 바닥까지의 부위다. 머리뼈 바닥은 뇌를 받쳐주는 머리뼈다. 입 안에 암이 생기는 구강암, 목구멍에 생기는 인두암과 후두암, 식도 입구에 생기는 하인두암, 코 주변에 발생하는 부비동 암과 비강 암, 귀밑과 턱밑에 생기는 침샘암 등이 모두 두경부암에 속한다.

두경부(頭頸部)는 뇌 아래에서 쇄골(빗장뼈) 위쪽 부분을 말한다. 먹고 말하고 숨 쉬는 기관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두경부암은 이 부위에 발생하는 암이다. 동아일보DB

두경부암의 주요 원인은 흡연과 음주다. 특히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두경부암 발생 위험이 12~15배 정도 높다. 흡연과 음주를 함께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발병률이 급격하게 높아진다. 최근에는 인유두종 바이러스와 연관된 두경부암의 발병률도 증가하고 있는데, 인유두종 바이러스가 두경부암의 일종인 구인두암의 발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 증상도 다양하다. 구강암은 입술, 잇몸, 혀 등에 단단한 덩어리가 생기거나 오래 지속되는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음식을 씹거나 삼킬 때 불편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구강암 중 가장 흔한 설암은 혀에 궤양이 생기고 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다. 귀 주변이나 턱 아래에서 혹이 만져진다면 침샘암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비인두암은 목에 혹이 만져지거나 코막힘, 출혈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후두암은 쉰 목소리가 수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점차 심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만약 쉰 목소리가 2주 이상 지속되고 목에 이물감이 들거나 음식물을 삼키기 어렵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진단은 전문의가 시진, 촉진, 타진, 청진 등으로 환자의 이상 유무를 판단한다. 코와 입을 통한 내시경으로 의심 부위를 확인하고 영상 검사, 핵의학 검사와 세침흡인 검사, 조직 검사 등을 통해 확진한다. 세침흡인 검사는 얇은 바늘로 병변의 세포를 소량만 채취하는데 암을 감별하는 정확도는 90% 이상이다.

치료는 수술로 종양을 광범위하게 절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두경부암은 다른 암과는 달리 생존율 이외에도 살펴야 할 부분이 많다. 암의 제거와 더불어 기능의 보존과 재건 수술 가능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고려대 안산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권순영 교수는 “두경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목 부위는 매우 좁고 중요한 혈관과 신경이 지나는 통로이기 때문에 굉장히 섬세한 수술이 필요하다”라며 “절제 범위를 결정하는 데에도 의사의 전문성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혀에 암이 생겼을 때 그 부위를 넓게 절제하면 재발률은 낮아지겠지만 환자의 삶의 질은 급격히 떨어진다. 재발률 감소와 신체 기능의 보존 정도를 고려해서 최적의 수술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데 의사의 숙련도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암이 일정 수준 이상 진행되면 수술 과정에서 상당한 조직 결손이 발생할 수 있어 재건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일례로 후두암으로 인해 후두를 절제한 경우에는 인공 성대를 삽입해야 한다. 하인두암으로 인해 인두를 제거하면 피부를 절개해 인두 형태를 만든 후 이식하는 재건 수술을 해야 한다. 다행히 재건 수술 후에는 대부분의 환자가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 수술 후에는 삼킴 장애, 발성 장애, 조음 장애 등을 극복하기 위한 재활 치료가 필요하다.

두경부암을 예방을 위해서는 흡연과 과도한 음주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구강 위생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남녀 모두 12~26세에 인유두종 바이러스 백신을 접종하는 것도 해당 바이러스와 관련된 구강암 발생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홍은심의 긴가민가 질환시그널#두경부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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