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피로-무기력증으로 고통?… 식전에 채소를 충분히 드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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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 혈당 스파이크 나타나면, 갑작스러운 피로감-집중력 저하
방치하면 치매-심근경색 등 유발… 식사 20분 전에 채소 충분히 섭취
단백질-흰밥 순서로 먹으면 도움

만성피로와 무기력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들은 특히 식사 후에 갑자기 피로감이 몰려와 몸이 맥을 못 출 정도가 된다고 호소한다. 그런가 하면 ‘브레인 포그’도 겪는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머리가 멍해지는 현상이다. 두통이 잦고 매사에 짜증이 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세계인의 골칫거리인 ‘혈당 스파이크’다. 혈당 스파이크는 마치 배구의 스파이크처럼 혈당이 높이 치솟았다가 뚝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갑자기 혈당이 떨어지면 몸이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이뿐만 아니라 기분이 저하되고 스트레스를 받고 두통을 동반하기도 한다. 혈당 스파이크를 방치하면 단기적으로는 만성피로, 수면장애, 기억력 감퇴 등으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는 치매, 심근경색, 협심증 등으로 발전한다.

식후에 갑자기 혈당이 치솟았다가 뚝 떨어진다?

빨간 곡선은 혈당의 급등(고혈당)과 급락(저혈당)을 보여주고 있다. 갑작스런 고혈당은 갑작스런 저혈당을 동반한다. 이것이 혈당 스파이크다.
빨간 곡선은 혈당의 급등(고혈당)과 급락(저혈당)을 보여주고 있다. 갑작스런 고혈당은 갑작스런 저혈당을 동반한다. 이것이 혈당 스파이크다.
왜 혈당 스파이크가 생길까? 단적으로 말하자면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 때문이다. 숟가락 젓가락 가는 대로, 입맛 당기는 대로만 먹으면 우리 몸은 ‘설탕(포도당) 폭탄’을 맞는다.

농담이 아니다. 밥 한 숟갈에 김치, 고기, 국물 등을 연달아 먹으면 갑자기 포도당이 확 늘어난다. 쌀밥 한 공기(200g)는 각설탕 15개에 해당한다. 거기에 각종 반찬과 디저트까지 합하면 거의 설탕 폭탄이나 다름없다. 그 포도당이 소장의 벽을 통해 혈관으로 들어가면 혈당이 된다. 식후에 혈당이 올라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갑자기 확 올라가면 문제가 된다. 혈당이 순간적으로 치솟으면 췌장은 혈당을 낮추기 위해 인슐린을 더 많이, 더 빠르게 내보낸다. 그러면 혈당이 세포 속으로 빨리 들어가 버린 나머지 이제는 거꾸로 혈당이 뚝 떨어진다.

이처럼 혈당이 치솟았다가 푹 꺼지는 것이 혈당 스파이크다. 혈당 스파이크가 계속 반복되면 인슐린이 더 이상 세포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이른바 ‘인슐린 저항성’이다. 그러면 그것은 당뇨병으로 이어지고 당뇨병이 방치되면 눈, 심장, 뇌의 혈관이 손상되는 합병증이 생긴다. 혈당 스파이크가 그렇게 무섭다.

녹색으로 시작해서 흰색으로 끝내라

세계의 많은 사람이 겪고 있는 혈당 스파이크는 최근 10여 년 사이에 널리 알려졌다. 또한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도 등장했다. 놀랍게도 그것은 너무나 간단하다. “식사 20분 전에 채소를 충분히 먹어라. 그다음에 단백질, 탄수화물의 순서로 식사를 하라.” 즉 녹색으로 시작해서 흰색으로 끝내라는 것이다. 평소 습관대로 쌀밥과 찌개, 반찬 등을 동시에 먹으면 그중 쌀밥(탄수화물)이 가장 빠르게 소화돼 포도당으로 분해된 다음 소장의 벽을 통해 혈관 속으로 들어가 혈당이 갑자기 증가한다.

하지만 식사 10∼20분 전에 채소를 충분히 먹은 다음 단백질, 탄수화물의 순서로 식사를 하면 혈당이 천천히 올라간다. 왜 그럴까? 채소의 섬유질 성분은 소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장 소장으로 내려가 끈적끈적한 젤로 변하는데 이것이 소장의 벽에 ‘보호막’을 친다. 장벽을 코팅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그 보호막 덕분에 포도당의 흡수가 느려져 혈당이 치솟지 않는다. 또한 섬유질은 장 속의 노폐물을 끌고 몸 밖으로 빠져나온다. 변비도 함께 해결되는 것이다.

간단한 방법 “채소 파우더를 이용하라”

“식사 10∼20분 전에 충분한 양의 채소를 섭취하라.” 아주 간단하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이것을 해결하는 좋은 방법이 있다. 채소 파우더를 이용하는 것이다. 최근 제이미파커스의 건강식품 브랜드인 ‘블루그램’은 유기농 생야채와 과일 등 23종을 급속 동결건조해 파우더로 만든 제품을 출시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생야채를 영하 45도에서 급속으로 냉각시킨 다음 진공상태에서 건조시키면 무게와 부피가 대폭 줄면서 채소의 모든 성분은 그대로 남는다. 파우더 4스푼(20g)은 유기농 생야채 약 300g에 해당한다. 한 번에 4스푼을 물에 풀어 하루 세 번 마시면 생야채를 약 1㎏가량 보충할 수 있다.

간단한 실험 “먹는 순서를 바꿔라”
먹는 순서가 얼마나 중요한지 간단한 테스트로 알 수 있다. 다음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해보자. ①평소 습관대로 순서 없이 밥과 찌개, 반찬을 동시에 먹는다. ②식전에 채소를 충분히 보충하고 10∼20분 뒤에 단백질, 탄수화물의 순서로 먹는다. ①과 ②의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①처럼 먹으면 식후에 혈당이 갑자기 치솟았다가 푹 꺼진다. 이른바 혈당 스파이크가 일어나 식후에 무기력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일이 생긴다. ②처럼 먹으면 혈당이 천천히 올라간다. 채소에 함유된 섬유질이 소장에서 끈적끈적한 젤로 변해 소장의 벽에 보호막을 만든다. 그러면 포도당이 핏속으로 급속히 흡수되는 것을 막아준다.


“채소 속 항산화제, DNA 손상 막아줘”… 세계 석학의 조언
브루스 에임스
브루스 에임스
생리학자이자 영양학자, 세계 최고의 장수 연구가로 90대에도 논문을 발표할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했던 브루스 에임스 박사는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보충해 장수 비타민을 공급하는 것이 건강 장수의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몸의 세포는 활성산소의 공격으로 인해 하루에 약 1만 번의 DNA 손상을 입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손상이 계속 축적되면 암이나 심장병에 걸리고 노화가 촉진돼 죽음에 이른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활성산소를 노화의 주범으로 단정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항산화제’가 있기 때문이다. 항산화제는 활성산소를 중화시켜 세포의 DNA 손상을 막아준다.

몸에 생긴 문제, 채소로 해결하라

그 항산화제는 어디에 있는가? 그는 단언한다. “그것은 과일과 채소 속에 들어 있다.” 그의 주장은 명백하다. “채소는 활성산소의 공격으로 세포의 DNA가 손상되는 것을 막아주고 손상된 DNA를 복구해주는 비타민과 미네랄의 보물 창고이다.” 그렇다면 채소를 얼마나 먹어야 그런 효과가 날까? WHO는 하루 400g, 한국영양학회는 하루 490g 섭취를 권장한다. 에임스 박사는 그보다 더 많이 먹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 이유가 있다. 그는 “우리 몸은 비타민과 미네랄이 부족해지면 호흡, 맥박, 혈액응고, 뇌신경 유지 등 당장 생명을 유지하는 기능에 우선적으로 할당해서 사용한다”고 말한다. 활성산소의 공격을 받아 DNA가 손상된다고 해서 곧바로 죽는 것은 아니기에 이런 기능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그래서 비타민과 미네랄이 ‘약간 부족하면’ 당장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그 부족한 상태가 계속 쌓이면 암,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진다는 것. 그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채소와 과일을 통해 항산화제, 비타민과 미네랄을 충분히 보충하라. 평생 그렇게 하라. 그것이 동맥경화, 심근경색, 뇌중풍(뇌졸중), 뇌경색을 막는 가장 효율적인 전략이다.”

#건강한 생활#건강#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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