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애 대한장연구학회 회장(이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질환의 심각성 때문에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치료 과정에 함께하는 동반자가 될 것”이라며 환자와의 소통을 강조했다. 이대서울병원 제공
국내 대표적 장 질환 연구 학회인 ‘대한장연구학회’는 2002년 11월 장에 관심 있는 의사들이 설립했다. 대한장연구학회는 염증성 장질환(IBD)을 비롯한 다양한 장 질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며 국내외 의료진 및 연구자들과 협력해 최신 치료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장 건강 증진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고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국내외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당.장 캠페인’ ‘Happy Bowel’ ‘재미난 장’ 등 대국민 질환 인식 캠페인에도 앞장서고 있다. 대한장연구학회 학회장이자 염증성 장질환 분야의 권위자인 정성애 이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를 만나 학회 소개와 염증성 장질환 건강법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 대한장연구학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
“학회 미션에 아주 중요한 3가지 단어가 있다. 첫째는 ‘스트라이브’, 즉 매진한다는 뜻이다. 학회는 △염증성 장질환 연구회 △장 종양 연구회 △소장 영양 연구회 △마이크로바이옴 연구회 등 4개 연구회를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그래서 각각의 연구회가 잘되도록 돕는 것에 매진하려고 한다. 둘째는 ‘프로바이드’, 제공한다는 뜻이다. 진료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잘 만들어 회원들에게 알리고 환자의 진료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마지막은 ‘컨트리뷰트’, 즉 이바지한다는 의미다. 국민 건강에 이바지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환자와 적극 소통해야 한다. 학회 산하 전산정보위원회, 섭외홍보위원회 등에서 환자들과 소통 및 공감하는 행사를 많이 만들고 있다.”
―학회에서 지금까지 진행한 주요 활동은.
“두 가지 중요한 키워드가 있다. 하나는 ‘함께’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성장’이다. 연구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할 수 있는 일들은 함께하고, 환자와도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려고 한다. 과거엔 환자의 어려움이나 생활을 사진으로 표현하는 사진 전시회를 진행했고 로고송을 만들어서 함께 부르기도 했다. 또 음식을 함께 만들어 먹거나 운동을 함께하기도 했다. 2002년에 대한장연구학회가 발족할 때 교수로 처음 시작했는데 지금은 학회 회장으로 성장했다. 이처럼 대한장연구학회의 역사는 ‘성장의 역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점프라는 이름으로 젊은 의료진과 시니어의 접촉을 늘리기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짧은 기간 강의 한 번이 아니라 한 학기 정도 시간을 두고 시니어 의료진의 진료실이나 실험실 참관같이 실제 진료 현장이나 연구 현장에 함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앞서 제가 말씀드린 ‘함께’와 ‘성장’의 앞 글자를 따면 ‘함성’이 된다. 그래서 올해의 슬로건이 ‘함성장터’이다. 함께 성장하고 장을 연구하는 터전이라는 뜻이다.”
―질환 인식을 위해 학회 차원에서 지속적인 역할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한 계획은.
“대한장연구학회가 서울에서도 행사를 진행하지만 호남지회, 부산울산경남지회, 대구경북지회, 대전충청지회 이렇게 4개 지회가 더 있다. 이 지회에서도 학회 소속 교수들이 환자 중심으로 환우회를 운영하는 등 지역사회 기반으로도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1년에 한 번 내지 두 번 정도는 중앙에서 다 함께 모이고 있다. 환자도 한 번 모임에 100여 명이 참여한다. 신약에 대해 소개하기도 하고 새로운 치료법에 대해서도 듣곤 한다. 진료실 밖에서 이름으로만 듣던 교수와 한 테이블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멘토링 시간도 환자들이 굉장히 좋아한다. 이러한 활동을 더욱 활성화할 예정이다.”
―염증성 장질환의 최신 치료 경향을 알려달라.
“염증성 장질환은 병 자체가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이 병을 근본적으로 없애는 완치는 없다. 그러니까 모든 치료의 핵심은 염증을 가라앉히는 ‘항염증’에 있다고 보면 된다. 아미노살리실레이트(5-ASA)라고 불리는 경구용 치료제가 기본이 되는 치료이면서 아주 중요한 항염증제이다. 세계적으로 특히 궤양성 대장염 환자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주된 치료이다. 또 면역의 불균형이 일어나는 질환이니까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같은 면역조절제가 사용된다. 그런데 이런 치료로 조절이 안되는 환자는 생물학제제나 소분자제제로 염증을 유발하는 싸인토카인을 직접 차단하거나 소분자제제로 싸이토카인의 생성을 막아 염증을 조절한다. 이것도 궁극의 목표는 항염증이다. 그래서 이런 항염증을 위한 치료제 개발이 아주 높은 단계까지 와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고 약으로도 치료가 어려운 심각한 환자들은 어쩔 수 없이 수술을 하기도 한다.”
―환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은.
“염증성 장질환을 진단받으면 처음에 많이 속상해하고 특히 보호자분들이 많이 힘들어한다. 그런데 이 질환이 사망률이 높은 건 아니다. 다만 이 병으로 증상이 생기는 것 때문에 힘든 시간이 길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질환을 연구하는 의료진이 항상 곁에 있고, 환자를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치료 과정을 함께할 동반자인 의료진이 많이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 달라. 염증성 장질환 증상들이 나타났을 때 전문 의료진과 꼭 상담을 해 달라. 이번에 미국 학회에서 환자의 멘탈 헬스케어가 염증 조절에 영향을 주고 염증이 조절되면 정신을 건강하게 해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을 눈여겨봤다. 그러니까 건강한 마음가짐과 생각도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마지막으로 건강한 장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생활 습관은.
“우리 장에 제일 좋은 두 가지를 골라보자면 ‘섬유질’과 ‘유산균’이다. 우리가 자주 먹는 음식 중에서는 김치가 대표적이다. 섬유질은 장내 세균의 좋은 먹이가 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도 채소를 잘 먹을 수 있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하나가 활동량이다. 활동량이 적은 사람은 대장암의 주요 위험군으로 평가되니 꼭 활동량을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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