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이용한 황반변성 치료 가능성 열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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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합작법인 룩사, 임상 발표
치료제 연구 주도한 템플 박사
“실명 가까운 환자도 시력 개선”

건성 황반변성 환자 대상으로 성체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룩사 설립자 샐리 템플 박사. 이번에 시력안과학회에서 임상 중간발표를 통해 건성 황반변성 치료제 가능성을 열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건성 황반변성 환자 대상으로 성체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룩사 설립자 샐리 템플 박사. 이번에 시력안과학회에서 임상 중간발표를 통해 건성 황반변성 치료제 가능성을 열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500여 명을 가득 채운 미국 유타주 솔트 팰리스 컨벤션 시력안과학회 볼룸B 행사장. 미국 신경 줄기세포 연구소(NSCI)와 국내 기업 와이투솔루션의 합작법인 룩사는 이날 성체줄기세포를 활용해 개발 중인 황반변성 세포치료제 임상 중간 결과 데이터를 발표했다. 5만 개의 줄기세포 치료제를 6명의 환자에게 투여한 임상 1/2a에서 주목할 만한 시력 향상 효과가 나오자 청중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황반변성의 경우 증상 악화를 지연시키는 치료법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번 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법으로 황반변성의 근본적인 치료의 가능성을 열게 됐다.

룩사에서 치료제를 처음부터 발굴하고 임상까지 주도한 줄기세포의 세계적인 권위자 샐리 템플 박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줄기세포 연구자로서 황반변성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황반변성은 망막색소상피 세포의 손실로 실명까지 이어지는 흔한 질환이다. 당시 남편인 제프리 스턴 박사(안과 전문의)는 수많은 황반변성 환자를 치료하고 있었고 그중에는 내 어머니도 포함돼 있었다. 어머니는 황반변성의 90% 가까이 차지하는 건성 황반변성을 앓다가 돌아가셨다. 그때 흔한 질환인 건성 황반변성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2012년 망막색소상피(RPE)에서 새로운 줄기세포를 발견했고 이를 망막색소상피 줄기세포(RPESC)라고 명명했다. 이 발견은 망막 질환 치료의 새로운 기회를 열었는데 동물실험에서 시력이 뚜렷하게 회복되는 놀라운 결과를 얻게 돼 임상을 하게 됐다.”

―건성 황반변성은 어떤 질환인가.

“건성 황반변성은 현재 전 세계 약 2억 명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인구고령화에 따라 그 숫자는 계속 늘고 있다. 서구에선 성인 실명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질환이다. 지금까지는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다. 이 질환은 주로 중심 망막에 있는 망막색소상피 세포를 손상시켜 운전, 안면 인식 등 일상적인 활동에 필요한 중요한 시력을 잃게 만든다. 건성 황반변성은 시력을 점진적으로 악화시키는데 그 과정이 매우 느리게 진행되기 때문에 환자들은 변화에 적응하기 힘들고 치료법이 없다는 사실에 절망감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시력안과학회에서 발표한 임상 연구 어떤 내용인가.

“황반변성 세포치료제의 임상 1/2a의 중간 데이터를 발표했다. 이 임상은 세포량에 따라 코호트1부터 3까지 총 3단계로 구성돼 있는데 코호트1은 5만 개의 가장 낮은 줄기세포량의 치료제를 투여하는 것이다. 코호트1 임상 결과 종양, 염증 등 안전성 측면의 심각한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다. 시력 향상에 대한 측면에서는 임상 치료 12개월 후 시력이 좋지 않은 그룹에서 유의미하게 글자를 더 읽을 수 있는 결과를 얻었다. 특히 이번 임상에 실명에 가까운 환자도 참여했으며 세포치료제 투여 후 특수경을 사용해 독서나 운전이 가능할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이 회복됐다. 룩사의 임상 초기 결과는 실제로 의미 있는 시력 개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연구가 계속 진행됨에 따라 이 치료법이 입증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향후 임상과 계획은….

“NSCI는 연구에서 발견된 과학적 성과를 실제 치료제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설립됐다. NSCI의 목표는 발견된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연령 관련 황반변성과 같은 신경퇴행성질환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번 황반변성의 긍정적인 임상 결과가 지속될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이며 임상을 더욱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유명한 두 곳 안과 병원에 임상 사이트를 열었다. 스탠퍼드대 바이어스 아이센터와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대형 병원인 LA 레티나다. 파트너사인 와이투솔루션과 협력하에 올해 안으로 임상 1/2a 임상을 마무리하고 이후엔 사업 파트너를 찾아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한 뒤 황반변성 치료제에 대한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무도증, 정신증상, 치매 등의 증상을 수반하는 유전질환인 헌팅턴병의 임상을 계획하고 있다. 이 외의 질환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임상을 계획하고 있으나 현시점에서 말씀드리긴 조심스럽다. 계속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

#헬스동아#건강#의학#줄기세포#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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