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인자 AAV 벡터’ 기술 등장
북미 29개 대학-기관 협력 연구… 비병원성 바이러스 기반 전달체
특정세포에서만 유전 물질 발현… 정밀도-안전성 높고 부작용 적어
유전자 교정 치료 전달체로 활용
미국 앨런연구소 연구팀이 쥐의 뇌에 있는 다양한 세포 집단에 ‘증강인자 AAV 벡터’를 적용하자 표적으로 삼은 영역에 유전 물질이 발현되고 있다. 앨런연구소 제공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뇌졸중, 치매, 파킨슨병 등 뇌 질환 유병률이 늘고 있다. 우울증, 불안장애 등 뇌 기능 이상으로 발생하는 정신 질환은 나이와 상관없이 한국인들의 뇌 건강을 위협한다. 뇌 질환에 대한 사회적 부담도 커지며 뇌 질환 극복은 과학자들의 가장 많은 관심을 끄는 주제다.
보실카 타식 미국 앨런연구소 분자유전학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뇌의 특정 세포나 조직에서만 작동하는 유전자 치료 효과를 입증하고 그 연구결과를 21일 국제학술지 ‘셀’에 발표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적으로 뇌 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뇌 질환 극복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다.
● 특정 세포에만 작동하는 ‘증강인자 AAV 벡터’
연구팀이 이번에 내놓은 성과는 아데노 부속 바이러스(AAV) 벡터 기술을 더욱 고도화한 ‘증강인자 AAV 벡터’ 기술이다.
질병은 보통 특정 세포나 조직에 결함이 생겨 발생한다. 결함이 생긴 부분만 수정하는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가령 뇌전증은 신경계의 특정 신경세포에 발생하는 질병이므로 문제가 되는 신경세포를 겨냥한 치료법이 필요하다.
앨런연구소를 비롯한 북미 29개 대학 및 기관들은 협력 연구를 통해 기존 AAV 벡터를 업그레이드한 증강인자 AAV 벡터를 만들어 특정 세포에서만 유전물질이 발현되도록 하는 치료 방법을 찾았다. AAV 벡터는 DNA, RNA 등 유전물질을 전달하는 비병원성 바이러스 기반 전달체다. 증강인자 AAV 벡터는 특정 세포나 조직에만 유전물질이 전달돼 발현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정밀도와 안전성이 높다.
앨런연구소 연구팀은 증강인자 AAV 벡터 기술을 이용해 뇌 세포의 기능을 변화시키고 표적 부위에 치료 효과를 내는 데 성공했다. 앨런연구소뿐 아니라 하버드대, 듀크대, 캘리포니아대, 스탠퍼드대, 워싱턴대, 브로드연구소 등 쟁쟁한 기관들이 AAV 벡터 관련 연구 8편을 한꺼번에 발표하면서 AAV 벡터 기술이 뇌 질환을 극복하는 중요한 혁신 도구라는 점을 입증했다.
연구자들은 증강인자 AAV 벡터가 피질, 선조체 등 특정 뇌 영역에서 뇌 질환을 안전하면서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점, 수면을 조절하는 세포만 표적으로 삼는 등 특정 세포 활동과 동물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 등을 규명했다.
연구자들은 “증강인자 AAV 벡터는 뇌 질환을 극복하기 위한 안전하고 효과적인 도구라는 점이 입증되고 있다”며 “다른 세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원하는 세포만 타깃 삼아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유전적 결함을 교정할 수 있는 정밀 치료제 설계 길이 열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자들이 만든 증강인자 AAV 벡터 및 데이터는 무료 소스로 공개돼 뇌 질환 극복법을 찾는 많은 과학자들의 다음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다.
● ‘뇌 건강 지킴이’ 첨단 기술들 계속 등장
두개골을 열어 병변을 제거하는 전통적인 외과적 수술 전략보다 치료의 안전성과 효과성이 뛰어난 최첨단 치료 기술들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뇌에 신경 줄기세포나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주입해 손상된 뇌 부위 재생을 촉진하는 줄기세포 치료, 뇌에 전극을 삽입해 특정 뇌 영역을 자극하는 뇌심부자극술,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치료가 필요한 부위를 자극하는 경두개자기자극술(TMS) 등이 첨단 기술을 접목한 뇌 치료 기술로 주목된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뇌과학기업 ‘뉴럴링크’가 개발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도 대표적인 혁신 기술로 꼽히지만 질환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뇌 질환 치료를 위한 약물도 개발되고 있지만 효율성이 떨어진다. 뇌와 혈관 사이에 있는 혈관뇌장벽(BBB)이 뇌 질환 치료를 위한 약물 전달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BBB를 통과해 뇌의 표적 부위로 약물이 전달되도록 만드는 투과 기술도 개발 중이다.
뇌 질환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교정하는 방식의 치료도 유망하다. 유전자 치료 시 유전물질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으로는 AAV 벡터 기술이 있다.
증강인자 AAV 벡터
유전물질을 세포로 전달하는 도구인 ‘아데노 부속 바이러스(AAV) 벡터’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전달한 유전물질은 표적 삼은 세포에서만 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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