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우울증 같이 겪는 이유…‘○○’로 전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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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년 5월 27일 0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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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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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은 전염된다는 말이 있다. 2023년 덴마크 연구진은 주요 우울장애를 앓고 있는 부모 또는 형제자매를 둔 사람은 우울증을 겪을 위험이 2배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이 말이 사실임을 입증했다. 이는 가족력이다.

그런데 유전자를 공유하지 않은 부부 사이에도 우울증이 전염 된다는 사실을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신혼부부 268쌍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배우자 중 한 명이 우울증과 불안 증세를 겪을 경우 상대 배우자의 정신 건강도 6개월 만에 악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개체는 구강 내 세균이다. 입맞춤, 식사,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를 통해 구강 내 미생물이 타액 또는 비말로 전파 돼 두 사람의 구강 내 미생물 군집 환경이 비슷해진다. 구강 내 미생물 환경의 변화에 따라 정신적으로 건강했던 배우자의 기분과 수면 패턴 또한 상대방을 따라 간다.

연구진은 학술지 ‘의학에서의 탐색적 연구와 가설’(Exploratory Research and Hypothesis in Medicine)에 발표한 논문에서 “밀접 접촉하는 사람들 간 구강 미생물 전파는 우울증과 불안 증상을 부분적으로 매개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 연구 결과를 전한 과학 전문 매체 스터디 파인즈(studyfinds)에 따르면 독립 연구원 레자 르스트마네시(Reza Rastmanesh) 박사 연구팀은 평균 6개월 동안 결혼 생활을 한 이란의 신혼부부들을 추적했다. 2024년 2월부터 10월까지 테헤란에 있는 두 곳의 사립 수면 클리닉에서 1740쌍의 부부를 모집하여 그중 정신적으로 건강한 268명과 우울증, 불안, 수면 장애가 있는 그들의 배우자 268명을 비교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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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시작 당시 부부 중 건강한 쪽은 우울증, 불안, 수면의 질 검사에서 정상 범위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우울증에 시달리는 배우자와 6개월 동안 함께 생활한 후, 그들의 점수는 크게 나빠졌다. 우울증에 시달리는 배우자 수준에는 못 미쳤지만 그 방향으로 나아갔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구강 내 세균의 변화였다. 건강한 사람의 구강 내 미생물 군집이 우울증과 불안을 겪는 배우자의 구강 미생물 군집과 유사해지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클로스트리디움(Clostridia), 베일로넬라(Veillonella), 바실러스(Bacillus), 라크노스피라세아(Lachnospiraceae)와 같은 특정 세균 군이 부부 모두에서 더욱 번성해진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세균들은 우연히 증가하는 것이 아니다. 위의 미생물은 우울증, 불안, 수면 장애를 포함한 정신 건강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이전 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세균이 혈액뇌장벽(이물질이 뇌 조직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음)을 손상시키거나 ‘구강-장-뇌 축’이라고 불리는, 구강 미생물과 뇌 사이의 연결 경로를 통해 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배우자에 영향 받은 구강 내 미생물 환경 변화에 의한 정신 건강 문제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의 타액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부르는 코르티솔 수치를 측정했다. 우울증과 불안 증세를 모두 겪는 배우자와 결혼한 건강한 사람은 6개월 동안 코르티솔 수치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이는 그들의 스트레스 반응 체계가 활성화 됐음을 의미한다고 연구자들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체내 미생물 군집은 다른 질병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전염성이 없어 보이는 심리적, 정신적, 신경학적 질환뿐만 아니라 다른 비신경학적 질환에도 세균이 관여할 가능성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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