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저녁형 인간, 이른바 ‘올빼미 족’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보다 인지 기능 저하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모든 올빼미 족이 그런 것은 아니다.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교 의료센터(UMCG) 연구자들이 40대 이상 성인 2만 3798명을 10년 동안 추적 조사한 결과 이러한 연관성은 학력 수준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은 수면 선호도가 어떻든 이러한 패턴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대학 교육 이상을 받은 고학력자들(전체의 32.8%)은 수면시간이 1시간 늦어질 때마다 인지 기능 시험 점수가 10년 동안 0.8점씩 감소했다. 작은 차이로 보이겠지만, 수면 패턴이 가장 극단적인 사람의 경우 정신적 명료성 측면에서 측정 가능한 차이가 만들어낸다고 연구자들은 짚었다.
각자에게 잘 맞는 활동 시간대를 나타내는 일주기성 인자를 의미하는 크로노타입은 체온부터 호르몬 생성까지 모든 것을 조절하는 24시간 주기의 생체 시계(생체 리듬)에 의해 조절된다. 이는 타고난 것이기에 개인의 의지대로 바꿀 수 없다.
고학력 올빼미 족이 더 큰 피해를 보는 이유
학술지 알츠하이머병 예방 저널(The Journal of Prevention of Alzheimer‘s Disease)에 논문을 발표한 연구자들에 따르면 교육 수준과 관련된 차이는 직업의 유연성에 기인한다. 고학력자는 일반적으로 8시~5시 아니면 9시~6시라는 획일화된 근무 체계를 따르는 게 일반적이다. 조직의 임원, 관리자, 교사, 기타 전문직 종사자들은 정해진 근무 시간으로 인해 자연스러운 수면 선호도를 따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수면 시간이 부족하면 뇌가 회복할 충분한 휴식을 제공하지 못 한다.
반면, 학력이 낮은 사람들은 수면 리듬을 고려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질 가능성이 더 높다. 예를 들어, 요식업이나 야간 근무를 하는 직업이다. 바텐더는 야간에 일하며, 서비스업 종사자는 자신의 크로노타입에 더 잘 맞도록 근무시간을 바꿀 수 있다.
직업으로 인해 각자 몸이 원하는 기상 시간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야만 할 때, ‘사회적 시차(social jet lag)’라고 부르는 만성적인 생물학적 시차를 겪는다. 고학력 저녁형 인간은 업무시간을 자기 마음대로 조절하기 어렵게 때문에 생체리듬과 선호 수면 시간의 불일치 현상을 더 강하게 겪을 수밖에 없다.
논문 제1저자인 아나 벤즐러(Ana Wenzler) 연구원은 “아이들은 아침형 인간이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저녁형 인간이 되고, 20대가 되면 대부분 다시 아침형 인간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저녁형 인간은 일반적인 패턴에서 벗어난다”라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인지 저하의 주요 요인으로 수면의 질 저하와 흡연 습관을 지목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수면의 질과 흡연이 뇌 건강 악화의 주요 원인
이 두 가지 요인은 고학력 올빼미 족과 브레인 포그 사이의 연관성의 4분의 1을 설명한다고 연구자들은 말했다. 브레인 포그(brain fog)는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한 느낌이 들며 기억력 집중력 논리력 저하를 겪는 현상을 가리킨다.
올빼미족은 대부분 수면의 질이 나쁘다고 설문지에 답했는데, 이는 당연한 결과다. 새벽 2시까지 깨어 있고 싶어 하지만 출근을 위해 오전 6시에 일어나야 한다면 만성적인 수면 부족 상태에 있는 것이다. 수면 부족은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단백질을 포함한 뇌의 노폐물 제거 능력을 떨어뜨린다. 낮은 수면의 질은 인지 저하 요인의 13.5%를 차지했다.
흡연은 인지 기능 저하의 약 19%를 차지했다. 올빼미족은 흡연 확률이 더 높았다. 니코틴이 각성 효과를 줘 크로노타입과 업무시간의 불일치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저녁형 인간은 또한 음주, 불건강한 식습관 등 뇌 건강에 부정적인 다른 생활습관을 가질 확률도 더 높다.
수면과 치매를 연구하는 벤즐러 연구원은 “올빼미 족은 흡연과 음주를 더 자주하고 운동량이 적었다. 우리의 연구에 따르면 인지 저하 위험의 25%는 흡연과 수면 부족으로 설명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해결책은?
저녁형 인간이 되는 것을 피하기는 어렵다. 연구자들은 생체 리듬에 역행하지 말 것을 권장한다.
벤즐러 연구원은 “더 일찍 잠들려고 노력할 수는 있지만, 체내에서 멜라토닌이 아직 생성되지 않았다면 효과가 없다. 단순히 몸이 아직 자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첫째, 유연한 근무 일정 도입이다. 생체 리듬이 저녁 시간을 선호하는 직원들에게 늦은 시각 출근을 허용하면 장기적으로 뇌 건강을 보호 할 수 있다.
둘째, 수면 개선과 금연 프로그램 도입이다. 수면의 질과 흡연이 인지 기능 저하의 25%를 차지하기 때문에 이러한 요인들을 해결하면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다.
연구진은 저녁형 인간이 치매에 걸릴 위험이 더 높은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벤즐러 연구원은 “중년의 인지 저하가 반드시 치매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향후 연구를 통해 치매 예방을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에 대해 보다 명확한 조언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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