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웠다가 일어날 때 ‘핑’ 돌면 자율신경계 고장 의심해봐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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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현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먹고 자고 활동하는 일상생활서… 자율신경계가 ‘생존’ 필수 역할
‘기립 불내성’이 대표적 이상 증상… 미국에선 ‘미도드린’ 약물로 치료
잘 쉬고 근육량 늘리면 예방 도움

가만히 있어도 몸은 저절로 숨을 쉬고, 땀을 흘리고, 심장을 뛰게 한다. 의식적인 노력이 없어도 자동으로 움직이게 해주는 것을 자율신경계라고 한다.

자율신경계에 문제가 생기면 몸은 환경에 적응을 못해 생명이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누워 있다가 일어날 때 갑자기 어지럼증이 생기는 증상도 대표적인 자율신경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다. 전재현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를 만나 자율신경계에 문제가 생기는 원인과 증상, 대처법에 대해 알아봤다. 전 교수는 근신경계를 담당하면서 다양한 근신경계 질환 환자를 진료하는 전문의다.

전재현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가 뇌 모형을 들고 자율신경계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전재현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가 뇌 모형을 들고 자율신경계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일반인에게 자율신경계는 낯설다.

“자율신경계는 말 그대로 자율적으로 작동해 인체 기관의 항상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신경계다. 괴한이나 위험한 동물을 맞닥뜨리는 위기 상황에서 심장 박동을 증가시켜 골격근에 혈류를 더 보내고 소화기관에는 혈류를 덜 보내게 해 당면한 위기에서 탈출하는 힘을 낼 수 있게 한다. 추위나 더위에 노출됐을 때 상황에 맞게 체온을 조절하는 것도 자율신경계의 역할이다. 숙면이나 휴식을 취하게 하고 음식물을 먹고 소화하게 돕거나 대소변을 원활하게 하거나 성관계에서 적절한 기능을 하도록 하는 등 생존에 필수적인 역할도 자율신경이 담당한다.”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발생했을 때 증상은.

“평소 심혈관, 호흡, 소화, 비뇨기 및 생식기관 기능에 모두 관여한다. 자율신경계와 관련해서 병원을 찾는 대표적인 증상은 ‘기립 불내성’이다. 누웠다가 일어날 때 중력에 의해 뇌로 가는 혈류량이 떨어진다. 몸은 이를 보상하기 위해서 자율신경계가 혈관을 수축하거나 심박출량을 늘려서 뇌 혈류량을 유지한다. 이 기능이 떨어져서 발생하는 게 기립 불내성이다. 일어날 때 어지러움, 시야 흐림, 두근거림, 피로, 두통 등 증상이 나타난다. 누우면 완화되는데 이러한 증상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땀 분비 변화도 있다. 땀이 덜 나거나 전혀 나지 않아 열기를 참을 수 없고 눈물샘과 침샘도 영향받아 눈과 입이 마를 수 있다. 위장관 운동에도 이상이 생길 수 있는데 삼킴곤란, 역류, 소화불량, 구역, 트림, 구토, 변비, 설사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방광수축이 약해 소변 정체가 생길 수 있고 남성의 경우 발기부전이 자율신경계 장애 초기 증상일 수 있다.”

―자율신경계 이상이 생기는 원인은.

“자율신경을 침범하는 질환은 모두 원인이 될 수 있다. 뇌와 척수 같은 중추신경계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로 대표적인 게 다계통 위축증, 파킨슨병, 루이소체 치매 등이다. 이런 질환은 자율신경 이상 외에도 보행장애, 안정떨림, 성격 변화 같은 신경학적 이상 증상이 동반될 수 있어 신경과 의사 문진과 적절한 영상 및 혈액 검사가 필요하다. 손과 발 등 말초신경계 원인으로는 자가면역성 질환으로 알려진 길랑바레증후군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자가면역자율신경절병, 신생물딸림자율신경병 등이 있다. 만성적으로는 당뇨병이나 알코올 남용 등 전신에 작용하는 대사성 문제 때문에 자율신경병이 발생할 수 있다. 전신 아밀로이드증이나 쇼그렌, 전신홍반성루푸스 같은 류머티즘성 질환도 말초신경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

―치료 방법은.

“자율신경계 이상을 일으키는 원인 질환을 치료해야 한다. 대사성 질환인 당뇨병이나 알코올 남용에 대해서는 철저한 혈당 관리, 금주 등 생활 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자가면역성 질환이나 전신류마티스질환에 대해서는 면역글로불린이나 스테로이드, 리툭시맙 같은 면역억제 치료가 필요하다. 약물이나 독성 물질로 인한 자율신경병에 대해서는 원인 물질을 차단해야 한다. 중추신경계를 침범하는 퇴행성 질환이나 대부분 자율신경 이상증에 대한 원인치료는 아직 쉽지 않다. 따라서 자율신경 손상으로 인한 증상 조절과 관리가 중요하다. 가장 흔한 자율신경 이상 증상인 기립 불내성에 대해서는 미 식품의약청(FDA)이 승인한 미도드린이라는 약물을 사용해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올리는 방법으로 대증치료를 할 수 있다. 또 플루드로코르티손 같은 약물은 신장에서 나트륨과 물의 재흡수를 늘려서 순환 혈장량을 증가시키고 혈압을 올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자율신경계의 신경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을 늘리는 피리도스티그민이나 말초와 중추에서 모두 작용할 수 있는 선택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같은 약물도 사용하고 있다.”

―자율신경계 이상에 필요한 관리 방법이나 예방법은.

“충분한 휴식과 수면, 적당한 운동이 우선이다. 만성적으로 피로나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교감신경이 과활성화돼 그 기능이 떨어지고 원인 없이 이곳저곳 아픈 섬유근육통 양상의 만성통증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럴 경우는 반대로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할 수 있는 명상이나 요가, 충분한 수면 등 이완 요법으로 교감신경을 쉬게 하고 회복하게 하는 게 효과적이다. 기립저혈압이 반복되면 어지럽기 때문에 운동을 피하는 경우가 많은데 할 수 있는 운동은 지속하는 게 좋다. 심혈관계를 강화하고 근육량을 증가시키면 앉거나 일어설 때 발생하는 기립 불내성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덥고 습한 환경은 혈관 확장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게 좋다. 음주 역시 혈관 확장 효과가 있으므로 피한다. 물과 소금을 충분히 섭취하면 혈관 내 용적을 증가시켜서 혈압조절에 도움이 된다. 물은 하루 2∼2.5L 정도 마시는 게 좋다. 낮 동안 일어서기 전에 다리에 힘을 주거나 천천히 일어나고 발끝으로 서기, 쪼그려 앉는 자세 등이 기립저혈압 같은 증상 발생을 줄여 줄 수 있다. 이와 함께 다리와 아랫배를 조여주는 압박스타킹을 신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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