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팀, 고무손으로 쥐 착각 유도
날카로운 물체 떨어뜨리자 반응
“환상통-체화감각 연구 도움될 듯”
특정 뇌 영역에 이상이 생기면 자신의 팔다리를 자기 것으로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 반대로 교통사고 등으로 팔다리가 절단됐는데 마치 팔다리가 있는 것처럼 통증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모두 자신의 몸을 자신의 것으로 느끼는 ‘체화 감각’에 문제가 생긴 경우다.
뤼크 에스테바네즈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연구원 연구팀은 쥐도 인간처럼 체화 감각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연구 결과를 5일 국제학술지 ‘PLOS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쥐를 대상으로 인간의 체화 감각 연구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연구팀이 쥐를 대상으로 고무손 착각 실험을 하는 모습을 나타낸 그림. Luc Estebanez 제공
연구팀은 고무손을 진짜 손처럼 느끼는 ‘고무손 착각’ 현상이 쥐에게서도 일어난다는 점을 확인했다. 고무손 착각은 실험 참가자의 시선이 닿는 곳에 고무로 만든 손을 놓고 실험 참가자의 진짜 손은 보이지 않는 곳에 두도록 한 뒤 고무손과 진짜 손을 동시에 붓으로 쓸어내리며 동기화하는 실험이다. 동기화 이후 붓으로 고무손을 쓸어내리면 참가자들은 진짜 손을 쓸어내린다고 착각한다.
연구팀은 쥐의 머리를 고정한 상태에서 앞다리가 놓여야 할 위치에 3D 프린팅으로 만든 인공 앞다리를 두고 진짜 앞다리는 가려 보이지 않도록 한 다음 2분간 두 다리를 붓질하며 동기화했다. 그다음 쥐가 보는 앞에서 인공 앞다리에 날카로운 물체를 떨어뜨린 뒤 고속 카메라로 쥐의 시선을 추적했다. 그 결과 동기화를 거친 쥐들은 날카로운 물체에 집중했지만 동기화하지 않은 쥐들은 집중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쥐가 날카로운 물체에 집중했다는 것은 인공 앞다리를 자신의 앞다리로 착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연구팀은 “쥐에게서도 고무손 착각 현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체화 감각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체화 감각 연구가 활성화되면 절단돼 존재하지 않는 신체 부위를 아프다고 느끼는 ‘환상통’ 치료법, 인공 의수 착용감을 높이는 방법, 가상현실(VR)에서 몰입감을 증진하는 전략 등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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