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人] AI와 함께 음악 만드는 포자랩스의 작곡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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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년 6월 9일 12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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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人’은 빠르게 발전하고 성장하는 스타트업 속에서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자 합니다. 정확히는 ‘그들은 무슨 일을 할까?’라는 궁금함을 풀고자 합니다. 많은 IT 기업이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데, 정작 해당 인재는 그 기업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하잖아요. 예를 들어, 같은 부서, 같은 직함을 가진 구글의 인재와 페이스북의 인재는 똑같은 일을 할까요?

배승혁 포자랩스 비즈니스 매니저 / 출처=IT동아

인공지능(AI)이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AI가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을까 우려했다. 하지만 최근 AI는 사람의 역할을 대체하기보다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도구로 진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비즈니스 영역을 넘어 예술과 창작 분야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AI 음악 스타트업 포자랩스(Pozalabs)는 예술 영역에서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대표주자다. AI 기술을 활용해 음원을 생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비오디오(viodio) ▲라이브(LAIVE) ▲이피(eapy)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비오디오는 영상 제작자를 비롯해 음원이 필요한 이들에게 3D 공간음향 음원 등 다양한 장르의 음원을 제공하는 구독형 서비스다. 라이브는 비전문가도 AI 음악을 쉽게 생성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이피는 슬라이드(Slide)와 캔버스(Canvas) 기능을 통해 아티스트가 AI 미디 샘플을 생성하고, 음악 포트폴리오를 제작하도록 돕는 작곡가용 협업툴이다.

포자랩스는 단순히 AI가 생성한 음원을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문 음악가들이 후반 작업을 더해 맞춤형 음악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갖는다. 이는 기존 음악 제작 방식보다 효율적이며, 동시에 음악의 완성도를 높이도록 기여한다는 설명이다. IT동아는 배승혁 포자랩스 비즈니스 매니저를 만나 포자랩스에서 그의 역할과 더불어 AI와 작곡가가 협업하는 방식에 대해 물었다.

AI 음악 만들고 소개하는 비즈니스 매니저 겸 작곡가

배승혁 포자랩스 비즈니스 매니저 / 출처=IT동아

2020년 포자랩스의 초기 멤버로 합류한 배승혁 매니저는 미디 작곡을 전공했다. 작곡팀 플레이어스(PPPlayer)에서 다양한 케이팝(K-POP) 아이돌과 작업하며 경력을 쌓았다. 그러던 중 2016년 알파고의 등장을 접한 그는 “AI를 작곡에 활용하면 작업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졌고, 이를 계기로 AI 음악 스타트업 포자랩스의 문을 두드렸다.

배승혁 매니저는 포자랩스에 합류한 이후 두 번의 직무 전환을 겪었다. 서비스 개발 초기에는 AI 학습용 데이터 수급 시스템을 구축했고, 다음으로 음원제작팀에서 파트장을 맡아 음원 제작 및 구조화 작업을 담당했다. 그는 “처음에는 프리랜서를 통해 학습 데이터를 확보했는데, 실제 업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그러다가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내부에 전문 작곡가를 두게 되었고, 직접 BGM 및 보컬 음악 파트 파트장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배승혁 매니저는 파트장으로서 11명의 팀원을 책임지는 중간 관리자 경험을 통해 소통의 중요성을 몸소 느꼈다. 그는 “포자스튜디오가 모든 장르의 음악을 제작할 수 있도록 작곡가를 채용했고, 작곡가 개개인의 강점과 개성을 최대한 이끌어내도록 노력했다. 프로젝트성 업무를 효율적으로 진행하려면 팀원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었고, 이 과정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배승혁 매니저는 포자랩스 비즈니스팀에서 고객과 직접 소통하며 맞춤형 음악 및 사운드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자사의 내부 구조 및 서비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고객사의 요구사항을 구체화한다. 그는 “포자랩스의 음악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목적을 음악과 사운드로 구현하기 위해 함께 고민한다”며, “사운드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포자스튜디오를 비롯한 다른 부서와 긴밀한 협업 관계를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포자랩스에서 AI 음악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포자스튜디오 / 출처=포자랩스

배승혁 매니저는 포자스튜디오에서 보컬 음악 제작도 담당하고 있다. 포자스튜디오는 포자랩스가 AI 생성 기술을 활용해 BGM 및 보컬 음악과 사운드를 제작하는 스튜디오로, 7명의 전문 음악감독, 작곡가, 음향 엔지니어 및 비즈니스 매니저가 속해 있다. 이곳에서 음악을 만드는 방식은 일반적인 음악 프로덕션과 유사하지만, AI가 함께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AI가 먼저 음원 초안을 생성하면 전문 작곡가가 리터치 작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음악을 완성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음원은 고객에게 맞춤형으로 제공되며, 비오디오 서비스에 적용되기도 한다.

배승혁 매니저는 “포자랩스는 AI 컨퍼런스 NeurIPS(2022), AAAI(2024) 등에서 인정받은 AI 음악 생성 기술력을 보유했다. 그러나 고객 맞춤형 음원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람 작곡가의 작업을 필수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혼자 만든 음악은 장르별로 품질이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영상 음악의 경우, 장면 전환에 따른 변주를 AI가 반영하기 어렵다. 이에 포자랩스는 AI 기술로 전체 콘텐츠 제작 시간을 줄이면서 사람 전문가의 믹싱 및 마스터링 등 후처리 작업으로 음원을 고도화하여 효율적으로 고품질 음악을 완성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포자랩스는 미디를 기반으로 음원을 생성한다. 배승혁 매니저는 “일반적인 AI 음악 생성 서비스는 WAVE 파일로 구성된 하나의 음악을 생성하지만, 이는 음악을 수정하기 어렵다. 반면 미디 기반의 음원 데이터는 수정 및 악기 소리 변경이 자유롭기 때문에 고객의 요구사항과 피드백에 맞춰 음악을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고, 저작권으로부터 자유롭다”고 말했다.

AI와 협업, 음악 제작 효율·완성도 높인다

배승혁 포자랩스 비즈니스 매니저 / 출처=IT동아

그렇다면 포자랩스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작곡가의 역량은 무엇일까? 배승혁 매니저는 “구체적인 대상에 따라 어울리는 음악을 만들어 내는 일”을 강조했다. 예컨대, 감정의 흐름에 따른 음악 삽입이 중요한 영화·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에서 사람의 감정선을 분석해 적절한 타이밍에 음원을 배치하는 것은 AI에게는 어려운 부분이다. 포자랩스의 작곡가는 음악을 곡 단위로 생성한 후 영상에 맞춰 적절하게 배치하고, 장면의 분위기나 전개에 맞게 섬세하게 조정한다.

배승혁 매니저는 “AI 기술 덕분에 포자랩스의 작곡가들은 단순한 음악 제작을 넘어 음원 전반의 전체적인 감정의 흐름을 설계하는 역할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AI를 활용해 작업 초반에 참고할 수 있는 아이디어나 스케치를 빠르게 생성할 수 있어 시간이 절약되고, 대신 작곡가는 여러 가지 방향으로 확장하는 시도를 하면서 결과물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포자랩스는 모든 장르의 음악을 다루기 때문에 특정 장르에 뛰어난 역량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포자랩스는 CJ 전용관 서비스를 통해 원하는 레퍼런스의 음악을 생성해 활용하는 서비스를 운영한다 / 출처=포자랩스

포자랩스는 ‘여고추리반3’, ‘스트리트 맨 파이터’, ‘빈센조 오디오 드라마’, ‘오늘도 주인공’ 등 CJ ENM의 다양한 예능·드라마 등에서 활용되는 음원을 제작했다. 또한 CJ 전용관 서비스를 통해 원하는 레퍼런스의 음악을 생성해 활용하는 서비스를 운영한다. 삼성리서치, 구글, SM엔터테인먼트와 협력해 CES 2025에서 에스파 콘텐츠를 3D 입체 음향으로 리마스터링 하기도 했다. 이외에 포자랩스는 네이버웹툰, 롯데월드, 파리패션위크 등 협업 고객을 늘려가고 있다.

배승혁 매니저는 최근 작업한 음악 시상식 MAMA 2024 오프닝 음악 작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연준, 아이브 리즈, 제로베이스원 한빈, 보이넥스트도어 성호, 이즈나 지민 등 5명의 아티스트가 함께 참여한 해당 음원은 시상식의 시작을 열었다. 그는 “각 아티스트의 색깔을 살리면서도 서로 어우러지게 만드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 스케줄 조율부터 믹싱까지 여러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현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고 보람도 느꼈다”고 말했다.

작곡가와 AI 상생 목표하는 포자랩스

포자랩스는 음악을 만드는 데 있어 여전히 사람의 역할이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 AI의 도움을 받지만, 결국 사람이 음악을 완성한다. 배승혁 매니저는 “포자랩스의 목표는 AI 기술과 음악가의 상생이다. 그래서 실제 현장에서 작곡가들이 포자랩스의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가장 많이 고민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배승혁 매니저도 포자랩스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밑거름 삼아 비즈니스 매니저로서 역량을 발휘하겠다는 목표다. 그는 “최근 포자랩스의 사업이 다각화됨에 따라 올인원 사운드 솔루션을 제공하게 되면서 고객과의 소통이 더욱 중요해졌다. 음악을 필요로 하는 업계 전반에 대한 넓은 시각을 길러 현장의 요구를 이해하고 고객이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음악 비즈니스 담당자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더불어 플레이어스 활동을 통해 음악적인 감각을 잃지 않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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