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골격변형 등 증상 헌터증후군… 조기 진단이 삶의 질 향상의 열쇠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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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근 부산대어린이병원 의학유전학과 교수 인터뷰
희귀질환 전문기관 17곳 지정
조기검진 위해 건보 적용 필요
뇌실 내 주사주입 등 임상시험

전종근 부산대어린이병원 의학유전학과 교수.
전종근 부산대어린이병원 의학유전학과 교수.
헌터증후군(뮤코다당증 Ⅱ형)은 리소좀 효소 결핍으로 인해 체내에 특정 물질이 축적돼 발생하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1917년 찰스 A. 헌터에 의해 처음으로 발견됐다. 세포의 리소좀 안에서 글리코사미노글리칸(GAG)이라는 물질의 분해에 필요한 효소가 부족해 GAG가 신체 조직과 장기에 축적돼 신체적·신경학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의료 전문가들은 헌터증후군의 조기 진단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초기 치료가 이뤄지면 질환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고 신체 기능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조기 진단이 중요한 이유

헌터증후군은 X-염색체 유전질환으로 주로 남아에게서 발병하며 얼굴 변형, 성장 지연, 호흡기 및 심혈관 문제, 골격 변형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문제는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부모가 아이의 이상 징후를 놓칠 수 있다는 점이다. 부산대어린이병원 의학유전학과 전종근 교수는 “진단이 늦어질 경우 여러 신체 기관의 진행성 손상으로 질환의 악화로 이어지고 충분한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진다”라며 “생후 1∼2년 이내 조기 진단하면 효소 대체 요법(ERT) 등 치료를 빠르게 시작할 수 있어 질환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작년부터 리소좀 축적병 신생아 선별검사에 대한 건보 급여가 확대 적용되고 있지만 헌터증후군은 이에 포함되지 않아 아쉽게 생각한다”라며 “헌터증후군도 급여가 적용되면 조기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희귀질환 전문기관의 역할, 조기 진단을 앞당긴다

국내 희귀질환 전문기관에서는 헌터증후군을 비롯한 다양한 희귀질환 환자에게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는 권역별 희귀질환 전문기관 17개소가 지정돼 있고 이를 중심으로 최신 유전자 검사가 가능하다. 전문 의료진이 환자 개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진단과 치료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전 교수는 “희귀질환 전문기관을 통해 헌터증후군 환자들이 조기에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가능하다”라며 “거주지 내 전문기관의 접근성이 높아질수록 환자 삶의 질 개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헌터증후군 치료, 가능한 접근법은….

현재 헌터증후군은 효소 대체 요법이 주 치료법이다. ERT는 결핍된 효소를 외부에서 공급해 체내 축적을 방지하는 방식으로 대부분의 환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으며 치료 시기가 빠를수록 환자의 예후가 좋다. 일례로 생후 6∼12개월 이내 치료를 시작할 경우 특징적인 거친 얼굴의 외형 변화를 예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관절 구축(오그라듦)을 포함한 골격계의 이형성 진행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 최근에는 중증형 헌터증후군의 신경계 개선 효과를 위해 뇌실 내 효소 대체 요법 주사 주입을 통한 임상시험이 부산대어린이병원을 포함한 전국 3개 대학병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해 중추신경계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 제형의 개발과 유전자 치료 연구도 진행 중이다.

환자와 가족을 위한 사회적 지원도 중요

헌터증후군 환자의 치료와 관리는 의료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심리적·사회적 지원도 필요하다.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증상이 점차 악화되기 때문에 환자는 물론 오랜 시간 곁에서 돌보는 가족도 큰 심리적 부담을 겪는다.

가족들은 질환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이해하고 전문가와 지속적으로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희귀질환 특성상 정보를 얻기 어렵고 치료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을 찾는 것 또한 환자와 가족에게 큰 부담이 된다.

최근에는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해지면서 권역별 희귀질환 전문기관의 역할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헌터증후군은 희귀질환이지만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환자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심리치료, 일상생활 지원 등 환자와 가족이 고립되지 않도록 지역사회 내 지속적인 관심과 연결망 구축이 필요하다.

#헬스동아#건강#의학#헌터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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