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한미약품 등 주요 기업 파이프라인 경쟁 ‘잰걸음’
중소 바이오도 제형·기전 차별화로 글로벌 무대 노크
뉴스1DB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가 주도하는 현 GLP-1 계열 치료제 시장을 겨냥해 유한양행, 한미약품, 대웅제약, HK이노엔, 메티바이, 디앤디파마텍, 인벤티지랩 등이 잇따라 파이프라인을 선보이며 존재감을 키우는 중이다.
이들은 단순히 뒤쫓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각기 다른 기전, 제형, 타깃 환자군을 설정해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을 구사 중이다. 유한양행은 GLP-1과 FGF21을 결합한 이중작용제를 개발했으나, 이 물질은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권리 반환이 이루어졌다. 현재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전임상 연구를 지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대형 신약 프로젝트였던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중심으로 다시 시동을 걸었다. 과거 기술수출이 무산된 뒤에도 글로벌 임상 3상을 꾸준히 진행하며 재도전에 나섰다. 체중 감량과 혈당 조절은 물론, 심혈관·신장 질환 등으로의 적응증 확장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 중에선 가장 기술이 앞선 곳 중 하나로 꼽힌다.
대웅제약은 GLP-1과 GIP를 동시에 겨냥하는 이중작용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직 임상 결과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특허 출원과 기전 개발을 바탕으로 비만과 대사증후군 동시 대응 전략을 구상 중이다.
HK이노엔은 중국 기업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한 에크노글루타이드로 국내 임상 3상 승인을 받았다. 중국 임상 2·3상에서는 삭센다 대비 체중 감소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메타비아(동아에스티 자회사)는 4주 만에 최대 6.3%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한 DA-1726으로 주목받고 있다. GLP-1과 글루카곤의 이중작용 기전을 앞세워 세마글루타이드 불내성 환자까지 아우르는 차별화 전략을 내세운다.
디앤디파마텍은 경구 투여가 가능한 GLP-1/GCG 이중작용제를 개발하고 있다. ORALINK라는 자체 플랫폼을 통해 제형 편의성을 극대화하고 있으며, 미국 임상에 진입한 상태다. 일부 글로벌 기술이전도 진행된 바 있다.
인벤티지랩은 투약 주기를 월 1회 이상으로 연장할 수 있는 지속형 주사제형을 개발 중이다. 약물 방출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환자 편의성과 순응도를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조용하지만 꾸준히 성과를 축적해 나가고 있다. 실례로 이달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바이오 USA’에선 국내 기업들이 대거 비만치료 기술을 선보이며 흐름에 발맞춰 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기업 중 상당수가 초기에 기술이전을 노리고 있지만, 실제 계약까지 이어지려면 상당한 임상 진척과 설계 완성도가 필요하다”며 “글로벌 파트너들이 요구하는 데이터 수준은 매우 높은 편인데 국내 기업 중 상당수가 이를 뛰어넘는 결과를 내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관계자는 “GLP-1 계열은 약물 효능뿐 아니라 제형 편의성과 안전성까지 함께 평가받고 있어서 기전을 흉내 낸다고 경쟁력이 생기지 않는다”라며 “ 임상 설계의 정교함과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해ㅅ다.
한편 비만치료 기술 개발 기업이라는 이유로 큰 관심을 받고 있지만, 기술이전 기대감만으로 주목을 받는 일부 기업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실제 몇몇 기업은 글로벌 제약사와의 초기 협의만으로 주가가 급등한 사례가 있으며, 이후 기대가 꺼지며 급락하기도 했다. 계약 체결 여부와 시점이 아직 불확실한 만큼 과도한 기대감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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