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사망 위험 높이는 악몽, ‘이것’ 먹고자면 더 심하게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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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년 7월 2일 09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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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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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치즈와 같은 유제품을 먹고 자면 악몽에 시달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매주 악몽을 꾸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75세 이전에 사망할 위험이 3배 더 높다는 다른 연구결과가 발표된 지 얼마 안 돼 나온 것이기에 더욱 주목된다.

국제 학술지 심리학의 최전선(Frontiers in Psychology)에 1일 논문을 게재한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교 연구진에 따르면, 식습관과 악몽의 상관관계는 유당 불내증에 기인할 가능성이 높다. 유당 불내증은 체내에 유당(유제품에 들어있는 당) 분해 효소가 부족해 우유 등 유제품 섭취 시 소화 장애를 일으키는 증상이다. 유당 불내증이 심할수록 악몽의 횟수와 강도가 더 컸다.

연구를 주도한 토레 닐슨 몬트리올대 심리학과 교수는 수업의 일환으로 대학생 1082명을 대상으로 수면 습관, 특히 꿈을 조사하고 식습관과 비교했다.

그 결과 유당 불내증으로 인해 심각한 위장관 증상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악몽의 빈도, 악몽으로 인한 고통의 정도,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몇 달 동안 악몽을 꾼 기간 등을 기준으로 측정한 더 심한 악몽을 꾸었다고 설문지에 답했다. 참가자들은 악몽의 원인으로 유제품과 단 음식을 가장 많이 꼽았다.

닐슨 교수는 유당 불내증과 함께 나타날 수 있는 불안 증상이 악몽을 더 많이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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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전문가들도 연구 내용에 대체적으로 공감했다.

컬럼비아 대학교 어빙 메디컬 센터의 수면·생체리듬 탁월성 연구소(Center of Excellence for Sleep & Circadian Research) 소장인 마리-피에르 생-옹주(Marie-Pierre St-Onge) 박사는 “위장관 문제가 있다면, 이는 수면 장애와 관련된 다양한 꿈과 연관된 현상의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라고 NBC 뉴스에 말했다.

보스턴 대학교 의과대학 신경학 교수로 뇌와 수면을 연구하는 패트릭 맥나마라(Patrick McNamara) 박사는 유당 불내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유당 함유 식품을 섭취하면 수면의 질을 저해하는 ‘미세 각성’이 발생하여 더 심한 악몽을 꿀 수 있다고 같은 매체에 말했다.

악몽 매주 꾸는 사람, 조기 사망 위험 3배 더 높아

앞서 지난 달 유럽신경학회(EAN)에서 발표한 영국 치매 연구소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매주 악몽을 꾸는 성인은 악몽을 거의 꾸지 않거나 전혀 꾸지 않는 성인에 비해 75세 이전 조기 사망 위험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에 따르면 악몽은 흡연, 비만,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 신체 활동 부족보다 ‘조기 사망의 더 강력한 예측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연구는 아직 동료 연구자들의 검토를 거치지 않았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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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매체 더 컨버세이션(theconversation)에 이번 연구 내용을 소개한 티모시 허른(Timothy Hearn) 앵글리아러스킨 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이 같은 충격적인 결론은 미국에서 진행된 4개의 대규모 장기 연구 데이터를 결합한 연구 결과에서 나왔다. 26세에서 74세 사이의 4196명을 대상으로 악몽이 얼마나 자주 수면을 방해하는 지 설문조사를 한 후 18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조기 사망(75세 사망으로 정의)한 참가자가 총 227명에 달했다.

나이, 성별, 정신 건강, 흡연, 체중과 같은 일반적인 위험 요인을 고려한 후에도 매주 악몽을 경험한 사람들은 조기 사망할 위험이 거의 3배 높았다. 이는 심각한 흡연과 비슷한 위험 수준이다.

생물학적 나이의 지표인 후성유전학적 시계(epigenetic clock) 측정 결과, 악몽에 자주 시달리는 사람들은 주민등록증의 나이보다 생물학적 나이가 더 많았다. 측정에 사용한 세 가지 후성유전학적 시계에서 모두 일관되게 나타났다.

악몽과 조기 사망 사이의 연관성 중 약 39%는 빠른 생물학적 노화로 설명할 수 있다. 이는 악몽을 유발하는 원인이 신체 세포를 조기 노화로 이끄는 원인과 같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악몽은 근육이 마비된 상태에서 뇌가 활발히 활동하는 급속안구운동(REM) 수면 중에 발생한다. 이때 발생하는 아드레날린, 코르티솔 등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의 급증은 깨어 있을 때 경험하는 것만큼 강렬할 수 있다. 이러한 스트레스 반응이 밤마다 반복되면 그 여파로 낮 동안에도 스트레스 반응이 부분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신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염증을 유발하고 혈압을 높이며 염색체 끝부분의 보호막인 텔로미어(telomere)를 손상시켜 노화 과정을 가속화한다. 또한 악몽으로 인해 잠에서 갑작스럽게 깨는 것은 신체가 스스로를 회복하고 세포 수준에서 노폐물을 제거하는 데 중요한 깊은 수면을 방해한다.

악몽이 건강을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은 앞선 연구에서 이미 밝혀졌다.
매주 악몽에 시달리는 성인은 몇 년 후 치매와 파킨슨병에 걸릴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꿈과 관련된 뇌 영역은 뇌 질환의 영향을 받는 영역과 겹치기 때문에, 빈번한 악몽은 신경학적 문제의 초기 경고 신호일 수 있다.

성인의 약 5%는 매주 악몽을 경험하며, 또 다른 12.5%는 매달 악몽을 겪는다.

악몽 줄이려면 어떻게?

따라서 악몽은 치료해야 할 하나의 질환이다.

불면증에 관한 인지행동 치료(CBT-I),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악몽의 결말을 깨어 있는 상태에서 다시 쓰는 이미지 리허설 치료, 침실을 시원하고 어둡게 유지하며 전자기기를 멀리하는 간단한 방법 등이 악몽 빈도를 줄이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유당 불내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밤에 유제품 섭취를 제한하는 것도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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