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흡연자 폐암, 대기오염이 주원인…대만선 특정 한약재와 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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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년 7월 3일 0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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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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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 경험이 없음에도 폐암에 걸린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대기 오염과 특정 한약재가 폐암을 유발할 수 있는 유전자 돌연변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암은 오랫동안 ‘흡연자의 질병’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흡연율이 감소하면서 비흡연자 폐암 비율이 상대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비흡연 폐암은 아시아계 여성에게 더 많이 발생하며, 서구 국가보다 동아시아 국가에서 더 흔하다.

2일(현지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이번 연구는 환경적 요인이 비흡연자 폐암 증가의 주요 원인일 수 있다는 유전체적 증거를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UC샌디에이고)와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공동 연구진은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북미 등 28개 지역의 비흡연자 871명의 폐암 종양의 유전자 코드를 분석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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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흡연자의 폐암, 주된 원인은 대기 오염

연구진은 위성과 지상 데이터를 통해 측정한 미세먼지(PM2.5) 수준을 기반으로 개인별 장기 공기오염 노출 정도를 추정했다. 분석 결과 대기 오염 수준이 높은 곳에 거주할수록 종양에서 암을 유발하고 촉진하는 돌연변이가 더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전체 유전체 분석을 통해 DNA 손상의 분자학적 흔적인 ‘돌연변이 서명’mutational signatures)을 식별했다. 이 서명은 과거에 어떤 유해 요인에 노출되었는지를 분자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일종의 지문 역할을 한다.

그 결과, 공기오염이 심한 지역에 사는 비흡연자일수록 폐암 종양에 돌연변이가 더 많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암 유발 돌연변이(드라이버 돌연변이)와 흡연 또는 노화와 관련된 돌연변이 서명이 높게 나타났다.

돌연변이 수는 공기 오염 노출량과 비례했으며, 이들의 종양은 염색체 말단의 텔로미어가 짧아져 있었다. 텔로미어가 나이보다 더 짧다는 것은 세포 분열이 자주 일어났으며, 그 결과 생물학적 노화가 가속화되었음을 시사한다. 세포 분열이 과도하게 반복되는 것은 암의 특징 중 하나다.

간접흡연, 의외로 영향 적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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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공기 오염 외에도 다른 환경 요인을 분석했다. 그 중 하나가 간접흡연이었다. 예상과 달리 간접흡연 노출은 눈에 띄는 유전적 서명이나 드라이버 돌연변이를 유발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현상은 여전히 확인되어, 생물학적 노화나 세포 스트레스와의 연관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 간접흡연 노출 수준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이 부분은 한계가 있다고 연구진은 인정했다.

특정 한약재가 돌연변이 유발

또 다른 환경적 요인으로 지목된 것은 아리스톨로크산(aristolochic acid)을 함유한 특정 한약재다. 해당 성분은 마두령, 청목향, 천선등, 세신, 목통 등의 한약재에 많이 들어 있다. 이러한 한약재와 관련된 특징적인 돌연변이는 거의 대만의 비흡연자에게서만 관찰되었다. 아리스톨로크산은 방광, 위장, 신장, 간암 등과 관련이 있었지만 폐암과의 연관성은 이번에 처음 드러났다. 이로 인해 일부 전통 한약재의 흡입 방식이나 사용 형태가 폐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향후 공중보건 정책에서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될 수 있다.

폐암은 전 세계적으로 암 관련 사망의 주요 원인이다. 매년 세계 각국에서 250만 건의 신규 환자가 발생한다. 폐암 환자의 10~25%가 흡연 경험이 전혀 없거나 거의 없는 사람인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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