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식편대숙주질환(GVHD)을 앓고 있는 영화음악 작곡가 조시형 씨(오른쪽)와 GVHD 전문가인 윤재호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가 GVHD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따뜻한 환자 이야기’에서 이번에 다룰 질환은 ‘이식편대숙주질환(GVHD)’이다. GVHD는 이식받은 사람 몸에 들어온 새로운 면역세포가 오히려 환자 신체를 공격하는 일종의 ‘아군 오인 사격’과 같은 현상이다. 대개 동종 조혈모세포를 이식한 뒤 발생하는 중증자가면역질환으로 이식 환자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질환이다. GVHD와 싸워온 영화음악 작곡가 조시형 씨(유튜버 ‘초바이버’)와 국내 GVHD 전문가인 윤재호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를 만났다.
―GVHD는 어떤 질환인가.
윤재호 교수=“Graft-Versus-Host Disease의 앞 글자를 따서 GVHD라고 부른다. 공여자 면역세포가 환자 몸에 들어와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그 반응이 심한 경우를 말한다.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 환자의 50%에서 중증으로 발생한다.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을 하는 이유는 환자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죽이지 못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의 면역세포를 이식하면 그 면역세포가 환자의 암세포를 제어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여자 면역세포가 환자 몸에 들어가서 암세포에도 작용하지만 원치 않게 정상세포에도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GVHD 진단은 언제 받았나.
조시형 환우=“2022년 2월에 T세포 림프모구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항암 치료를 마치고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았다. 한두 달 뒤 재발하면서 다시 항암 치료를 받았다. 이후 동생에게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았다. 처음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았을 땐 별다른 증상이 없었지만 유전자 검사 중 특이점이 있어 냉동해 뒀던 세포를 다시 주입하는 림프구 주입술을 받았다. 이후 급성 GVHD가 발생하면서 고열과 붉은 반점, 부종, 진물 등 증상을 겪었다. 하루에 20회 가까이 설사도 했다. 침이 전혀 나오지 않아 입을 벌릴 때 점막이 벗겨지는 듯한 증상이 생겼다. 간 수치도 급증해 입원했고 4개월 정도 치료받았다.”
―GVHD는 어떻게 치료하나.
윤 교수=“1차 치료는 고용량 스테로이드 주사제다. 70∼80%에서 치료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2주 이상 스테로이드를 사용해도 병이 호전되지 않거나 한 달 뒤 일시적으로 호전되는 듯하다가 용량을 줄이면 다시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 스테로이드 불응성 숙주 반응으로 진단한다. 스테로이드 불응성인 경우 치료가 어렵고 스테로이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도 매우 제한적이다. 현재는 룩소리티닙(자카비)이 2차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으며 지난해 8월에는 3차 치료제인 벨루모수딜(레주록)이라는 신약도 국내에서 승인됐다.”
―신약은 효과가 좋지만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조 환우=“그렇다. 3차 치료제는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실제 사용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지금은 2차 치료제로 어느 정도 증상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든 만성 숙주병이 어느 곳에든 나타날 수 있어 항상 불안감을 안고 살고 있다. 3차 치료제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들이 필요할 때 언제든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
―다른 환우분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조 환우=“투병할 때 사실 매일 모든 순간이 어려웠다. GVHD는 증상을 자세히 설명해야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대중적 인식이 낮은 질환이다. 이번 기회에 이 질환이 많이 알려지고 신약도 빨리 건강보험이 적용되길 바란다. GVHD는 잘 치료받아 조절되면 3개월 또는 1년 뒤엔 저와 같이 좋아진다. 당장엔 많은 불편함이 있지만 희망을 가지고 하루하루 소중하게 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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