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암 수술, 종양 제거-청력 회복 ‘두마리 토끼’ 다 잡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청신경 종양 연간 500∼600명 발병… 희귀한 외이도 암 매년 100명 걸려
삶의 질 고려해 ‘청력 회복’도 중요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국내 첫… ‘청각 임플란트’ 시술 3000건 달성

문인석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청신경 종양, 외이도암 등 귓속 희귀 종양을 전문으로 다룬다. 수술 난도가 높고 합병증 위험이 커 이비인후과 의사들도 꺼리는 분야지만 희귀질환을 치료할 의사가 드문 환자에게 마지막 희망이 되겠다는 소명 의식과 책임감을 갖고 환자를 돌보고 있다. 2015년 국내 최초 청성 뇌간이식술, 2016년 아시아 최초 청신경 종양 내시경 수술, 2021년 세계 최초 내시경을 이용한 청신경 종양 제거와 인공와우 이식 동시 수술, 2022년 세계 최초 외이도암 내시경 수술, 청신경 종양 환자의 수술 후 청력 보존 여부 예측 시스템 세계 최초 개발 등 수많은 최초의 성과를 기록하며 귓속 종양 치료를 이끌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문인석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청신경 종양, 외이도암 등 귓속 희귀 종양을 전문으로 다룬다. 수술 난도가 높고 합병증 위험이 커 이비인후과 의사들도 꺼리는 분야지만 희귀질환을 치료할 의사가 드문 환자에게 마지막 희망이 되겠다는 소명 의식과 책임감을 갖고 환자를 돌보고 있다. 2015년 국내 최초 청성 뇌간이식술, 2016년 아시아 최초 청신경 종양 내시경 수술, 2021년 세계 최초 내시경을 이용한 청신경 종양 제거와 인공와우 이식 동시 수술, 2022년 세계 최초 외이도암 내시경 수술, 청신경 종양 환자의 수술 후 청력 보존 여부 예측 시스템 세계 최초 개발 등 수많은 최초의 성과를 기록하며 귓속 종양 치료를 이끌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청신경 종양과 외이도 암은 귀에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청신경은 뇌에서 한 뿌리로 출발해 세 갈래로 갈라져 속귀까지 연결되는 신경이다. 이 세 갈래의 신경 가운데 하나는 청각을 담당하는 와우(달팽이관) 신경이다. 나머지 두 개는 평형을 감지하는 전정신경이다. 청신경 종양은 이 신경을 감싸고 있는 신경초에 발생하는 양성종양이다. 매년 새로 발생하는 환자가 500∼600명 정도다.

귓구멍 입구에서 고막까지 이르는 길을 외이도라고 하는데 이 관에 발생하는 암을 외이도암이라고 한다. 외이도암은 귓속 피부에서 발생하는 피부암의 일종이다. 조직 검사를 통해 확진한다. 외이도암도 발병률이 매우 낮은 희귀 암으로 1년간 국내에서 새로 발생하는 환자는 100명 남짓으로 알려져 있다.

난청 유발하는 희귀 암

청신경 종양의 경우 종양이 신경과 주변 구조물을 누르면서 증상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증상은 청력 저하와 이명, 어지럼증이다. 일부 환자에게서는 갑자기 청력이 떨어지는 돌발성 난청이 나타나지만 대개는 청력이 서서히 감소하는 특징이 있다. 그러다 보니 소리가 조금씩 안 들려도 노화로 오해하다가 종양이 상당히 커진 뒤에야 발견하는 환자도 많다. 최근에는 자기공명영상(MRI) 검사가 보편화되면서 조기 발견이 크게 늘었다.

대부분의 청신경 종양은 한쪽 귀에만 발병한다. 청력 저하나 이명 같은 증상이 한쪽 귀에서 두드러진다면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청신경 종양 치료는 크게 방사선 치료인 감마나이프와 수술로 나뉜다. 종양이 작은 경우 감마나이프나 내시경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

청신경 종양과 달리 생명을 위협하는 외이도암은 조금만 커져도 삶의 질이나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주변 조직을 침범하지 않은 1∼2기는 완치율이 80∼90%지만 암이 뼈를 지나 뇌·혈관·신경·귓바퀴 등을 침범한 3기 이후에는 50% 미만으로 완치율이 뚝 떨어진다. 그래서 외이도암은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수술은 귀 뒤쪽을 절개해 암이 침범한 부위와 그 주변 조직까지 광범위하게 제거한다.

귀 암, 종양 제거뿐만 아니라 청력 회복 여부도 중요

환자 삶의 질을 생각하면 종양 제거만큼 청력 보존 여부도 중요하다. 종양의 위치나 크기, 신경 손상 정도에 따라 치료 후 청력 보존이나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치료법에 따라서도 청력 손상 정도가 달라진다.

문인석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세브란스병원은 청력이 소실된 환자에서 내시경으로 종양을 제거한 후 바로 인공와우를 이식하는 수술을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라면서 “종양 제거부터 청력 회복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한 획기적인 수술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종양이 커질수록 수술 후 청신경과 와우를 보존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조기 수술이 청력 복구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는 지난달 국내 최초로 청각 임플란트 시술 3000건을 달성하며 국내 청각 회복 치료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1989년 고 김희남 교수가 국내 최초로 인공와우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한 것을 시작으로 2008년 고 이원상 교수와 최재영 교수(현 연세대 의대 학장)가 국내 최초로 청성 뇌간이식술을 시행했다. 국내 최다 중이 임플란트 수술, 국내 최다 골전도 임플란트 수술 등 청각 회복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달성했다.

문 교수는 과거 인공와우 이식수술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청신경 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내시경을 통한 종양 제거와 인공와우 이식을 동시에 시행하는 혁신적 수술법을 세계 최초로 성공시키기도 했다. 문 교수팀의 최근 논문에 따르면 인공와우 이식술을 동시에 시행한 환자는 종양 제거 후에도 80% 이상의 환자가 청력 테스트에서 우수한 결과를 보였으며 이 중 4명은 문장 인식률이 80% 이상이었다. 내시경 기반 수술법은 기존보다 침습성이 낮고 회복이 빠르다. 종양 제거와 함께 동시에 시행하는 인공와우 수술은 청력을 잃은 종양 환자에게 실질적인 회복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문 교수는 “청신경 종양과 외이도암은 발병률이 낮은 질환에 속한다”면서 “청신경 종양을 실제로 치료하는 전문의는 많지 않은 반면 인터넷에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까지 너무 많은 정보가 난무해서 오히려 환자의 혼란을 초래하기도 한다”고 우려했다. 청신경 종양은 종양의 크기와 위치, 신경 손상 정도, 현재 청력과 수술 후 예측 청력, 평형 기능, 안면 마비 유무, 환자의 나이와 건강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종양 크기가 같아도 환자마다 치료 방법이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치료 경험이 많은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거쳐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공와우란?
청신경을 직접 자극해서 소리를 감지하도록 고안한 전자기기다. 보청기를 사용해도 청력이 향상되지 않는 고도의 감각 신경성 난청 환자가 인공와우 이식술의 대상이 된다. 청신경 종양으로 청력이 손상된 환자도 종양 제거 시 청신경을 보존하면 인공와우 이식술로 청력을 되찾을 수 있다.

#헬스동아#건강#의학#청신경 종양#외이도 암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