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불가능하던 원형탈모, 경구 치료제 등장으로 새 희망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0일 10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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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병원 피부과 이양원 교수

원형탈모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남성형 또는 여성형 탈모와는 다른 자가면역질환이다. 갑작스럽게 발병하는 경우가 많고 재발률도 높아 환자들의 삶의 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질환 중 하나로 꼽힌다. 전체 환자의 10% 미만에서는 광범위한 탈모가 급속히 진행돼 두피 전체는 물론 전신의 털이 모두 소실되기도 한다. 초발 나이는 주로 20~30대로 비교적 젊은 시기에 발병하며, 이 시기의 원형탈모는 직장 또는 사회생활에 미치는 심리적, 사회적 영향이 크며, 정서적인 부담으로까지 이어져 환자들의 삶의 질을 크게 저하할 수 있다. 하지만 발병 초기에 진단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한다면 추가적인 탈모를 막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원형탈모는 환자와의 면담 그리고 탈모 병변을 관찰하는 것으로 충분히 진단할 수 있다. 홍반이나 각질 없이 매끄럽고 둥근 모양의 탈모반이 수 주 내에 갑작스럽게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간혹 가려움이 동반되기도 하지만 드물며, 두피 여러 곳에 탈모반이 동시다발적으로 생기는 경우도 있다. 탈모는 주로 두피의 모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지만, 신체 어느 부위든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눈썹, 속눈썹, 수염 등에서도 탈모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일부 환자에게서는 모발 외에도 손톱이나 발톱에 이상 소견이 동반될 수 있어 진단에 참고가 된다.

탈모의 활성도를 알아보기 위해 모발 당김 검사를 시행한다. 50~60개 정도의 모발 섬유를 피부 표면 가까이에서 잡고 당겼을 때, 6개 이상의 모발이 쉽게 뽑히면 탈모가 활발히 진행 중임을 시사한다.
원형탈모로 진단된 경우, 동반되는 내과적 자가면역질환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원형탈모 환자에서 자가면역 갑상선 질환의 비율이 더 높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이를 확인하기 위한 갑상선 기능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권장된다.

원형탈모의 치료는 탈모 범위에 따라 국소적인 경우와 광범위한 경우로 나누어 접근할 수 있다. 국소적인 범위의 탈모는 스테로이드 병변 내 주사 요법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이 방법은 약제를 병변 부위에 주사하기 때문에, 전신 흡수가 매우 적고 효과적이면서도 안전한 치료로 평가된다. 용량에 따라 2~4주마다 치료를 반복하며, 보통 6~8주 이내에 새로운 모발이 성장이 관찰된다. 다만, 여러 부위에 주사해야 하므로 통증으로 인한 불편감이 있을 수 있다. 소아 등 통증 문제로 인해 병변 내 주사가 어려운 경우에는 스테로이드 외용제 치료를 대안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광범위한 탈모의 경우에는 국소적인 치료만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경구약을 복용하는 전신 치료제를 고려해야 한다. 광범위한 탈모가 급속하게 발생할 때는 높은 활성도를 낮추기 위해 경구 사이클로스포린이나 스테로이드 복용이 필요할 수 있다. 단, 전신 치료는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특히 경구 스테로이드는 장기간 사용 시 쿠싱증후군, 고혈당, 골다공증 등의 위험성이 있어, 환자 개별의 상태를 고려해 치료의 이점과 위험성을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한편 2010년대부터 개발돼 다양한 자가면역질환의 치료제로 쓰이고 있는 야누스 키나제 억제제는 원형탈모의 새로운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경구용 바리시티닙과 경구용 리틀레시티닙은 원형탈모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청의 승인을 받았으며, 국내에서도 중증 원형탈모증 치료제로 바리시티닙은 18세 이상, 리틀레시티닙은 12세 이상에 허가됐다. 다만, 야누스 키나제 억제제를 사용하기 전 바이러스성 간염 및 잠복 결핵 여부를 평가해야 하며 약 복용 중에도 정기적인 피검사가 필요하다.

한때 중증 원형탈모는 치료가 어려운 질환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경구 치료제의 등장으로 많은 환자에게 실질적인 치료 가능성과 희망을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변화가 이어져 보다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법이 지속해서 개발되기를 기대해 본다.
#원형탈모#자가면역질환#탈모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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