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신경통증 치료에 쓰이는 가바펜틴(제품명 뉴론틴)이 치매와 경도인지장애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학술지 국부마취와 통증 의학(Regional Anesthesia & Pain Medicine)에 발표한 대규모 관찰 연구에 따르면, 가바펜틴을 6회 이상 처방 받은 사람은 치매 또는 경도인지장애를 진단 받을 확률이 각각 29%와 85%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첫 처방 후 10년 이내에 발생한 수치다.
연구진은 미국 전역 68개 의료기관의 전자의무기록(EHR)에 등록된 수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질환에 걸리기에는 너무 젊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컸다는 것이다.
18~34세 사이의 사용자에게는 위험 증가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35~49세 사이의 사용자에게서는 치매 위험이 2배 이상, 경도인지장애 위험이 3배 이상 증가했다. 50~64세 사이 사용자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사용자의 나이에 관계없이 처방 빈도 또한 주요 위험 요인으로 작용했다.
카바펜틴을 12회 이상 처방 받아 복용한 사람은 3~11회 처방받은 사람에 비해 치매 발생 위험이 40%, 경도인지장애 발병 위험이 65% 더 높았다.
가바펜틴은 원래 간질(뇌전증) 치료용으로 개발한 약물이다. 이후 신경병성 통증, 요통, 불안장애 등 다양한 질환에 처방한다. 중독성이 낮아 마약성 진통제보다 안전한 것으로 여겨져 광범위하게 쓰인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뇌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이 연구가 관찰·후항적 연구이기 때문에 인관관계를 입증할 순 없다고 한계를 인정했다. 가바펜틴의 용량이나 사용기간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고, 기저 질환이 결과에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결과는 가바펜틴 처방과 10년 이내 치매 또는 경도인지장애 사이의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가바펜틴 처방 빈도가 높을수록 치매 발생률이 증가하는 상관관계가 있다”라고 연구진은 결론지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만 가지고 가바펜틴 복용이 치매 또는 인지장애 위험을 직접적으로 높이는지는 알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영국 알츠하이머 연구소(Alzheimer‘s Research UK)의 임상 연구 책임자인 리아 머살린 박사는 “이 연구는 만성 통증을 겪는 사람들의 건강 기록만을 사용했기 때문에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요인들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발작과 같은 다른 질환으로 가바펜틴을 처방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이전 연구에서는 가바펜틴과 치매 위험 증가 사이의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라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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