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연구팀, 양성자 충돌시켜
물질-반물질 붕괴속도 차이 분석
중입자에서 ‘CP 위반’ 첫 사례
현재 우주에 물질과 반물질이 같은 양으로 존재하지 않는 이유를 밝혀내는 것은 현대 물리학이 풀어야 할 숙제로 제시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우주의 역사를 설명하는 표준 우주론 모형에 따르면 빅뱅으로 우주가 처음 만들어질 때 물질과 반물질은 동일한 양으로 생성됐다. 하지만 현재 관측 가능한 우주에는 물질의 양이 압도적으로 많아 우주의 물질-반물질 비대칭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과학자들이 ‘중입자(baryon)’ 실험을 통해 비대칭 현상의 증거를 확인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공동연구팀은 거대강입자가속기(LHC)로 수행한 ‘LHCb’ 실험을 통해 우주의 물질-반물질 비대칭성을 설명하는 조건 중 하나인 ‘CP 위반(CP violation)’을 중입자에서 처음으로 확인하고 연구결과를 16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했다.
반물질은 물질과 성질이 반대다. 예를 들어 음전하(―)를 띤 입자인 전자의 반물질 ‘양전자’는 질량 등 다른 성질은 전자와 같지만 전하만 양전하(+)로 반대다. 일반적으로 어떤 물질과 그 물질의 반물질이 만나면 붕괴해 에너지를 내며 사라진다.
CP 위반은 물질과 반물질이 각각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입자로 변하는 붕괴 과정에서 비대칭성을 보인다는 개념이다. 수십 년 전 ‘중간자(meson)’로 불리는 미세 입자들에서 CP 위반이 실험으로 확인됐다. 중간자는 보다 작은 우주의 기본입자인 쿼크 2개가 결합한 입자다. 기본입자 쿼크는 총 6종류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양성자 충돌 실험을 통해 쿼크 3개가 결합한 입자인 중입자에서 처음으로 CP 위반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원자의 원자핵을 구성하는 양성자, 중성자도 중입자에 속한다.
실험 결과 양성자 충돌 과정에서 생성된 ‘람다 중입자’와 이 중입자의 반물질인 반중입자는 각각 다른 입자로 붕괴하는 과정에서 유의미한 속도 차이를 보였다. 물질과 반물질의 붕괴 확률이 다르다는 사실이 중입자에서 확인된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중입자의 CP 위반을 실험으로 처음 증명했다는 의미가 크지만 우주의 물질-반물질 비대칭 현상을 완전히 설명하지는 않는다. CP 위반 외에도 입증해야 할 조건이 더 남아 있기 때문이다.
1967년 구소련 물리학자 안드레이 사하로프는 우주의 물질-반물질 비대칭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세 가지 조건이 담긴 ‘사하로프 조건’을 제시했다. CP 위반은 그중 하나다. 우주에 존재하는 다양한 중입자의 특성을 숫자로 나타낸 바리온 수의 합이 보존되지 않는다는 ‘바리온 수 위반’, 초기 우주가 열평형 상태에서 벗어나 있었어야 한다는 ‘열평형 이탈 조건’도 입증돼야 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표준 우주론 모델이 설명하지 못하는 새로운 힘이나 입자의 존재 가능성을 제기하며 “기존 모델을 넘어선 물리학 탐구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