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6월 번개장터와 민팃 등 7개 사업자를 ‘중고 단말 안심거래 사업자 인증제도’의 첫 인증 업체로 지정했다. 정부가 중고 휴대전화 유통시장 질서를 세우기 위해 본격적으로 인증제도를 시행한 지 한 달여 만이다.
업계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개인이 소지하고 있는 중고폰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2023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6명 이상(응답자의 62.5%)은 사용하지 않는 스마트폰을 보관 중이라고 답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될지 우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정보 보호를 전제로 하는 안심 거래 사업자 인증제가 정착된다면 중고폰 공급이 늘어나 거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중고폰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인증제도 이외 부가세 의제 매입 등 조세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업계는 강조한다. 신제품 대비 마진이 적고 이중과세 논란이 있는 중고폰 시장 특성 때문이다. KDI가 2023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조세 정책의 중요성이 언급된 바 있다. 설문에 참여한 중고폰 유통업체의 65.5%는 “인증제와 조세특례 모두 효과가 있지만, 조세특례가 더 중요하다”라고 답했다. 인증제만으로 충분하다고 답한 비율은 13.8%에 불과했다.
업계가 부가세 의제 매입 도입을 촉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신제품보다 높은 세금 부담 때문이다. 중고폰의 경우 개인 거래가 많아 거래 증빙이 부재, 매입세액공제가 어렵다. 이에 따라 이미 부가가치세를 모두 낸 제품임에도 거래 시 다시 부가세를 내야 한다. 이중과세 논란이 생기는 이유다. 또한, 업체 마진이 아닌 제품 판매가에 부가세가 부과되어 제품 가격도 상승한다. 따라서 이중으로 부과된 부가가치세만큼 중고거래 업체는 마진율을 낮추거나 제품 판매 가격을 높여야 한다. 이런 구조적 한계로 중고폰 시장의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한국중고수출협회 유정화 이사는 “일반적으로 중고폰 거래 업체는 대부분 규모가 작은데 규모가 큰 신제품 거래 기업보다 세 부담은 높다”며 “이런 환경에서는 시장에 참가하려는 업체 수가 제한적이고 사업 지속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가 ‘중고 휴대폰 안심거래 사업자’ 인증제에 이어 부가세 의제 매입 등의 세제 지원 정책을 조속히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조세법학회 서희열 이사장은 “현행 조세 시스템상 중고거래는 정부가 의도치 않게 더 많이 걷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세금 환급만으로 비교적 빠르게 산업을 육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중고폰 거래량은 약 900만 건에 달한다. 2021년 대비 약 32% 증가한 수치다. 업계는 부가세 의제 매입 제도가 시행되면 현재보다 중고 휴대폰 거래가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시장이 커지면 해외처럼 중고폰 거래 전문 플랫폼과 중고품 거래 플랫폼 성장도 촉진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부가세 의제 매입 관련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미 2022년 중고 단말기 시장 활성화를 위해 ‘매입 세액 공제 특례’를 논의한 바 있다. 이후 예비타당성 평가까지 진행됐지만 이후 현재까지 별다른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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