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대신 ‘시술’로 뇌동맥류 치료… 코일 색전술, 초고령층도 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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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뇌동맥류… 사전 증상 없어 뇌속의 ‘시한폭탄’
코일 색전술 1∼2일 내 일상 복귀
기술-장비 발달로 2차 병원도 치료… 울산시티병원, 발견-재활 ‘원스톱’

박현석 울산시티병원 센터장은 “뇌동맥류 치료에서 코일 색전술은 머리를 열지 않고도 시술을 끝낼 수 있어 환자에게 신체적·심리적 부담을 크게 줄여주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울산시티병원 제공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이 약해지며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으로 대부분 자각증상 없이 조용히 진행되다가 한번 파열되면 치명적인 지주막하출혈로 이어져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진과 선제적인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지역응급의료센터인 울산시티병원 박현석 센터장을 만나 뇌동맥류에 대한 정확한 개념과 대표적인 치료법인 코일 색전술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뇌동맥류는 어떤 질환인가.

“뇌동맥류는 뇌혈관의 한 부분이 풍선처럼 약해져서 부풀어 오른 상태다. 혈관 벽이 오랜 시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약화되며 혈류의 압력에 의해 특정 지점이 얇아지고 팽창하게 된다. 가장 큰 문제는 이 동맥류가 파열될 때 발생하는 지주막하출혈이라는 뇌출혈이다. 머릿속에 출혈이 발생하며 극심한 두통과 의식 소실, 심지어 호흡 정지로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 상황을 유발하게 된다. 주의해야 할 점은 대부분의 뇌동맥류가 파열되기 전까지 아무런 증상이 없다는 것이다. 많은 환자가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실제 파열 시에는 중증 후유증을 남기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뇌동맥류는 단순한 병변이 아니라 ‘시한폭탄’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이 질환은 파열 이후 수습이 아니라 파열 이전에 조기에 발견하고 선제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뇌동맥류는 파열 전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는데, 치료 방법은….

“뇌동맥류에는 크게 세 가지 치료법이 사용된다. 가장 전통적인 방법인 결찰술은 두개골을 열고 동맥류를 직접 노출시킨 뒤 클립으로 혈류를 차단하는 수술이다. 수술 후 재발률이 낮고 안정적인 치료라는 장점이 있지만 두개골을 여는 만큼 수술 시간이 길고 회복도 오래 걸린다. 그에 반해 코일 색전술은 상대적으로 덜 침습적인 시술이다. 대퇴동맥을 통해 아주 가는 카테터를 뇌혈관까지 올린 다음 동맥류 안에 백금 합금으로 된 코일을 채워 혈류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개두술이 필요 없기 때문에 회복이 빠르고 고령 환자나 전신마취가 어려운 사람에게도 적합하다. 이런 장점으로 코일 색전술을 선택하는 비중이 많이 늘었다. 최근에는 개두술에 부담을 느끼는 초고령층에게도 시행된다. 마지막으로는 혈류 변환 스텐트 시술이 있다. 이 시술은 동맥류 입구에 스텐트를 삽입해서 혈류를 정상 혈관 쪽으로 유도하고 동맥류 안으로는 혈류가 거의 흐르지 않게 만들어 자연스럽게 혈전이 생기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주로 크기가 크거나 입구가 넓은 동맥류나 코일 색전술로는 완전히 막기 어려운 경우에 사용하게 된다.”

―코일 색전술의 장점 및 기존 결찰술과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지.

“코일 색전술의 가장 큰 장점은 비침습적 시술이라는 것이다. 머리를 열지 않고도 시술을 끝낼 수 있다는 것으로 환자에게 신체적·심리적 부담을 크게 줄여주는 장점이 있다. 결찰술 대비 시술 시간도 짧은 편이며 고령자나 전신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입원 기간도 짧아 시술 후 1∼2일 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 과거에는 개두술에 따른 두려움으로 수술을 걱정하거나 연기하는 환자가 코일 색전술을 통해 간단하게 치료받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 사례가 많다.”


―최근 2차 병원에서도 뇌동맥류 치료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의 배경과 이점은….


“과거에는 뇌동맥류 치료가 고난도의 신경외과 영역으로 분류돼 상급종합병원 위주로 이뤄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의료 기술의 발달과 시술 장비의 정교화, 숙련된 신경외과와 영상의학과 전문의 등 경험 많은 인력이 2차 병원에도 확충되면서 안전하고 수준 높은 치료가 가능해졌다. 2차 병원에서의 뇌동맥류 치료 활성화 이점으로는 진료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크다. 또한 입원부터 시술까지 빠른 진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뇌동맥류는 일단 파열되면 시간과의 싸움이다. 환자가 거주 지역 내 2차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시간적인 이점뿐만 아니라 접근성, 심리적, 비용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울산시티병원은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돼 있다. 뇌동맥류 파열과 같은 뇌혈관질환 치료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울산시티병원은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정 후 응급의학 전문의와 전담 간호사 등 인적 인프라를 바탕으로 지역 내 응급 환자를 치료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뇌혈관센터의 경우 다양한 뇌혈관질환의 조기 발견부터 재활까지의 원스톱 진료 서비스를 통해 빠른 치료가 필수적인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진료가 가능하다. 365일 24시간 뇌혈관 수술 전문의가 대기하며 상시 대응할 수 있는 체계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뇌동맥류 파열이 의심될 경우 즉각 영상 진단을 하며 필요시 바로 시술까지 진행 가능하다. 또한 병원 내에는 심혈관센터, 뇌신경센터 등 다학제 진료팀이 유기적으로 협업하고 있으며 뇌졸중집중치료실에서 정밀 모니터링을 하고 뇌혈관질환 환자에게 최적화된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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