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숙증에 관한 오해와 예방법
‘조기 사춘기’와 비슷해 구별 필요… 낮은 활동량-체지방 증가 등 원인
성장클리닉서 사춘기 징후 살피고 주사 치료땐 4주 간격으로 맞아야
게티이미지코리아
윤종서 키탑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
“초등학교 1학년 여자 어린이인데 요즘 머리에서 체취가 나요. 혹시 성조숙증일까요.” “성조숙증 치료제 맞으면 키가 안 큰다는데 괜찮을까요.”
아이들의 키 성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온라인 카페에 흔히 올라오는 질문들이다. 성조숙증이란 2차 성징이 이르게 나타나는 질환이다.
성조숙증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문제가 ‘작은 키’다. 성조숙증으로 진단받은 어린이는 성장판이 일찍 열리고 닫혀 성인이 된 시점에 키가 상대적으로 작아진다. 부모들은 자녀의 사춘기가 너무 빨리 오지 않도록 눈을 부릅뜨고 살피지만 부모가 맨눈으로 성조숙증을 판단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성조숙증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서울 송파구 키탑소아청소년과의원 윤종서 원장을 만나 성조숙증을 어떻게 예방하고 관리해야 할지 들어봤다.
―성조숙증과 조기 사춘기는 어떻게 구분하나.
“진료실에서 가장 흔히 접하는 건 진성(중추성) 성조숙증이다. 여아는 8세 전에 가슴 발달이 시작된 경우, 남아라면 9세 전에 고환 크기가 커지기 시작한 경우를 기준으로 삼는다. 여기 해당하면 △성선자극호르몬분비호르몬(GnRH) 자극검사 △골연령 검사 등을 추가로 진행한다.
검사 결과 여아는 9세 이전, 남아는 10세 이전에 △황체형성호르몬(LH) 수치가 5mlU/mL 이상이고 △골연령이 역연령보다 앞서 있을 경우 성조숙증으로 진단해 건강보험 대상이 된다. 여아가 7∼8세 사이에 가슴이 발달하거나 남아가 8∼9세 사이에 고환이 커지는 것은 성조숙증이 아니라 ‘조기 사춘기’에 해당한다.”
―성조숙증 치료제를 맞으면 키가 잘 크지 않을 거라고 걱정하는 부모님이 있다.
“성조숙증 치료제란 진성 성조숙증 치료제로 사용하는 성선자극호르몬분비호르몬(GnRH) 작용제를 말한다. 사춘기를 유발하는 호르몬을 억제해 성장 기간이 줄어드는 것을 막는다. 즉 키가 원래 자랄 수 있는 만큼 자라도록 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된다. 환자와 보호자가 키를 더욱 성장시키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의사 진단에 따라 성장호르몬을 보충하는 주사제를 병행해서 사용할 수 있다.”
―남아보다 여아가 성조숙증에 잘 진단된다는 분석이 있다.
“성조숙증 진단율 자체만 놓고 보면 여아가 더 높다. 하지만 남아가 성조숙증에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08∼2020년 성조숙증 치료제를 투여한 여아는 16배 늘고, 남아는 무려 83배 늘었다. 남아의 성조숙증 진단율이 낮은 건 성조숙증인 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서다. 여아는 가슴이 발달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고 2차 성징에 수반되는 통증도 느끼지만 남아는 고환 크기를 객관적으로 살피기 어렵기에 성조숙증 여부를 의심하기 어렵고 적절한 치료 시기도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성조숙증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는….
“여아는 초1, 2학년 사이(7세 11개월 이전), 남아는 초2, 3학년 사이(8세 11개월 이전)에 성장클리닉에 방문해 사춘기 징후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성조숙증을 진단받은 어린이는 최근 5년 새 약 72%나 급증했다.
“성조숙증 원인으로 유전적 요인(부모가 사춘기를 일찍 경험한 경우), 환경호르몬 등이 언급되지만 ‘정제된 탄수화물 섭취에 따른 체지방 증가’를 가장 큰 이유로 꼽을 만하다. 요즘 어린이들은 설탕, 밀가루 등 고탄수화물 위주의 식습관과 운동 및 수면 부족으로 사춘기가 빨리 오는 환경이 됐다.”
―비타민 D 수치가 낮으면 성조숙증이 될 가능성이 높은가. 스마트폰이나 게임기에서 나오는 전자파도 성조숙증에 영향을 미치는가.
“성조숙증을 겪는 어린이가 낮은 비타민 D 수치를 보인다는 경향성이 보고된 적이 있다. 하지만 이건 비타민 D 결핍 자체보다는 그를 유발한 환경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비만, 실내 생활, 적은 활동량으로 인해 나타난 현상으로 이해하는 게 더 적절하다.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성조숙증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근거는 아직 없다. 이 또한 전자기기 자체보다는 늘어난 전자기기 사용량만큼 줄어든 활동량에 주목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성조숙증 치료 시 꼭 지켜야 할 점은….
“성조숙증 치료 주사는 사춘기 호르몬 분비를 억제해 성장 속도와 사춘기 진행 속도를 조절한다. 효과가 일시적으로 유지되므로 4주 간격으로 일정하게 맞는 것이 중요하다. 횟수가 부담된다면 3개월(12주)에 한 번 맞는 주사제도 사용할 수 있다.”
이른 사춘기 예방을 위한 생활 가이드
● 멀리해야 할 것 - 치킨, 라면, 과자, 피자, 햄버거 등 가공식품 - 오랜 시간 앉아 있는 것 - 늦은 취침
● 가까이해야 할 것 - 채소 중심의 식습관과 적절한 식사량 - 주 3회 이상, 1시간 이상 신체 활동 - 충분한 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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