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성 황반변성, 투여 간격 20주로 늘어난 고용량 치료제로 부담 낮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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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영 교수가 알려주는 황반변성 치료법
‘항-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 요법… 신생 혈관의 시신경 손상 줄여줘
고농도 약제 치료 효과 오래 지속… 주사 횟수 줄어 환자의 부담 완화

유승영 경희대병원 안과 교수가 신생 혈관이 만들어지는 나이 관련 황반변성 질환의 위험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황반변성은 백내장, 녹내장에 이어 전 세계 주요 실명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신생 혈관이 만들어지는 ‘나이 관련 황반변성’은 급격하게 진행하는 특성이 있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심각한 시력 저하를 유발한다.

유승영 경희대병원 안과 교수를 만나 황반변성과 치료법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우리나라에 황반변성 환자는 얼마나 되나.

“황반변성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약 50만 명 정도다. 황반변성은 유병 기간이 긴 병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실명을 초래하는 나이 관련 황반변성 유병률은 60대 이상에서 약 1%, 80대 이상에서는 3% 정도다. 이는 100명 중 1명이 실명할 수 있는 황반변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황반변성은 주로 노화로 발생하는 ‘노인성 질환’인가.

“신생 혈관성(습성) 나이 관련 황반변성은 노화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황반변성은 노인 실명 원인 1위 질환으로 꼽힌다. 두 번째로 큰 위험 요인은 흡연이다. 혈관 질환도 황반변성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대사성 질환은 혈관의 대사 기능을 저하하고 혈관 벽을 약화해 병을 유발할 수 있다. 눈은 우리가 깨어 있는 동안 계속해서 빛을 받아들이고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많은 세포가 활발히 작동하면서 노폐물이 발생하게 된다. 이 노폐물은 혈관을 통해 배출돼야 하는데 나이가 들면 이러한 혈관 기능이 점차 떨어지게 된다. 노폐물이 망막과 혈관 사이에 축적되고 이것이 결국 병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황반 색소 밀도도 중요하다. 황반 색소는 외부 자극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일종의 선글라스 역할을 한다. 이와 관련해 많은 사람이 루테인을 복용하기도 하는데 루테인이나 지아잔틴이 황반에 실제로 도달하는 비율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으로 녹황색 채소를 꾸준히 섭취하기를 권한다. 등푸른생선이나 연어처럼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음식을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황반변성은 어떻게 치료하나.


“진행형 황반변성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신생 혈관이 생겨 시력을 손상하는 신생 혈관성(습성) 나이 관련 황반변성과 망막 신경세포가 말라 죽는 ‘위축성 황반변성’이다. 위축성 황반변성은 안타깝게도 현재 뚜렷한 치료법이 없다. 신생 혈관성 나이 관련 황반변성은 질병이 매우 빠르게 진행돼 진단받으면 수개월 내 실명으로 이어지는 질환이다. 다행히 항-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anti-VEGF) 요법이 도입되면서 치료가 가능해졌다. 신생 혈관성 나이 관련 황반변성은 망막 내 피가 차고 물이 고여 시신경을 손상하는 것이 문제인데 치료제를 통해 신생 혈관의 활성을 막고 출혈이나 삼출물을 억제한다. 항-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 치료를 통해 신생 혈관을 모두 없앨 수는 없다. 우리 몸은 자연적으로 신생 혈관을 생성하게 돼 있어 치료제를 투여한다고 해서 단번에 치료되지는 않는다. 치료를 통해 신생 혈관을 비활성화하고 신생 혈관이 더 이상 자라거나 새는 것을 막는 데 목적이 있다.”

―신생 혈관성 나이 관련 황반변성 치료에 있어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

“신생 혈관성 나이 관련 황반변성은 완치가 불가능한 질병이다. 따라서 주기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치료 간격을 얼마나 적절하게 유지하고 주사 횟수를 줄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항-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 치료제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줄어들기 때문에 혈관의 활성을 계속 억제해 시력을 개선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수다.”

―투여 주기 연장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지난해 새로 허가된 고용량 항-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 치료제가 도움이 되나.

“기존 항-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 치료제는 초반에 한 달 간격으로 세 차례 주사를 맞아 신생 혈관의 활성을 낮춘 후 그 상태를 유지하면서 서서히 주사 간격을 늘려가는 방식이었다. 기존 임상시험 기준으로는 세 번의 초기 주사 후 두 달 간격으로 투여하는 것으로 허가됐는데 이 경우 환자가 병원을 자주 방문해야 하고 1년에 7∼10회 주사를 맞아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그래서 실제 임상에서는 초기 세 번의 주사 후 환자의 상태에 따라 2달 간격 혹은 그보다 조금 더 길게 투여 간격을 늘려가는 방식으로 조정해 왔다. 치료 간격은 보통 1∼2주 단위로 조금씩 늘려가며 가능한 한 주사 횟수를 줄이고자 하지만 눈에 직접 주사하기 때문에 환자에게 부담이 컸다. 하지만 고용량 항-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 치료제는 기존 약물의 용량을 4배 늘린 고농도 약제로 눈 속에서 더 오래 약효 성분을 지속할 수 있다. 단순히 주사 용량을 늘리는 방식은 시신경에 무리를 줄 수 있지만 고농도로 농축된 형태로 설계돼 부담 없이 더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효과는 어느 정도로 유지할 수 있나.

“고용량 항-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 치료제 덕에 진단 첫해에도 매월 1회, 3번 투여 이후 환자의 상태에 따라 투여 간격을 최대 20주(5개월)까지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첫 투여부터 4∼5개월 간격으로 늘리는 것은 아니다. 병의 진행 상황 및 활성화 정도를 관찰하면서 2개월 뒤에 투여를 진행할지, 3개월 뒤에 진행할지 고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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