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눌림 방치 땐 ‘꼬부랑 노인’… 척추관협착증, 재활도 중요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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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관협착증 예방 및 치료법
허리-다리 통증 심해 보행장애도 “수술 최대한 미루는게 낫다” 인식
수술시기 놓쳐 걷는 기능 잃을수도
새길병원 개발 ‘뼈 절제없는 감압술’ 협착 수술 3년간 4000건 이상 진행


《“서 있는 상태에서 몸을 살짝 숙이고 어깨에 힘을 뺀 후 아랫배와 허벅지에 힘이 들어간 상태로 좌우 체중 이동을 해보면 코어를 느낄 수 있다. 그 자세를 유지하며 걸으면 코어를 인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인지 훈련을 충분히 했다면 일상생활에서 코어를 느끼면서 지낸다. 이것이 습관화되면 허리 자체의 흔들림이 줄어 통증이 잡히고 허벅지 근육도 강화된다.”》

척추관협착증은 신경 다발이 통과하는 척추관 면적이 좁아지면서 신경이 눌려서 발생한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노화로 인한 퇴행이다. 눌린 신경을 풀어주지 않고 계속 두면 점점 힘이 빠지고 허리가 굽고 보행 기능을 잃게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연간 약 180만 명에 이른다. 그중 60세 이상 고령자가 80% 이상을 차지한다.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신경을 압박하면 허리 통증과 하지 방사통, 다리 저림 등이 생긴다.

하지만 증상을 겪는다고 모두 수술하는 건 아니다. 약물치료, 물리치료, 운동치료 등 보존적인 방법으로 나아질 수 있다. 이대영 새길병원 병원장은 “보행 거리가 줄고 허리가 숙여지면서 노인처럼 걷는 등 상태가 나빠질 때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꼬부랑 노인이 되는 이유

할머니들이 굽은 허리 때문에 유모차(보행 보조기)를 밀고 걷는 모습이나 할아버지들이 조금 걷다가 앉아서 쉬기를 반복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대부분이 척추관협착증으로 인한 허리나 다리 통증 때문이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의 퇴행성 변화로 인해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 주변의 인대나 뼈가 두꺼워져 신경을 압박해 통증을 유발한다.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저리고 터질 것 같은 보행 장애가 생기고 허리 통증도 심하다. 잠시 쉬거나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척추관이 일시적으로 넓어져 통증이 줄기 때문에 허리를 굽히고 걷게 된다.

척추관협착증은 가만히 누워 있으면 증상이 없고 서거나 걸으면 증상이 나타난다. 가장 큰 특징으로 걸을 때 다리 통증을 꼽는다. 통증으로 인해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줄어들면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게 된다. 걸을 때 절뚝이거나 걷는 모습이 부자연스럽다면 통증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허리를 펼 때 통증이 심해지고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통증이 완화되는 특징이 있어 허리디스크와 구별된다.

협착은 오랜 기간 천천히 진행한다. 통증의 강도도 서서히 증가한다. 이 병원장은 “통증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질 수 있다”며 “평소 다리에 힘이 빠지고 보행 거리가 줄어든다면 근본적인 치료를 고려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대영 새길병원 병원장은 2023년 뼈를 절제하지 않고 내시경 수술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골 절제 없는 감압술’을 개발한 것. 양방향 척추 내시경술에서 골 절제를 생략한 새로운 치료법이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이대영 새길병원 병원장은 2023년 뼈를 절제하지 않고 내시경 수술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골 절제 없는 감압술’을 개발한 것. 양방향 척추 내시경술에서 골 절제를 생략한 새로운 치료법이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허리 수술은 최대한 미루는 게 좋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게 더욱 중요해졌다. 70대에 척추 수술 등 몸에 부담이 큰 수술 치료를 받으면 아무래도 회복이 힘들다. 이 병원장은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허리 수술은 최대한 늦게 하라고 들었다’라는 것”이라며 “이는 잘못된 상식이며 수술 시기를 놓치면 걷는 기능을 잃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리 척추관협착증의 수술적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감압술이다. 보통 허리 수술 하면 척추에 나사못을 박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골 유합술이 꼭 필요한 경우는 많지 않다. 감압술은 최소 절개로 신경을 압박하는 비대해진 인대와 골극을 제거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최근 양방향 척추 내시경이 척추 수술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등 쪽에 5㎜ 정도의 작은 2개의 내시경을 통해 척추관 내 질환 원인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기존의 현미경 감압술보다 덜 침습적이기 때문에 출혈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 다만 양방향 척추 내시경술도 신경 병변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어느 정도 뼈를 절제해야 한다.

이 병원장은 2023년 뼈를 절제하지 않고 내시경 수술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골 절제 없는 감압술’을 개발한 것. 양방향 척추 내시경술에서 골 절제를 생략한 새로운 치료법이다. 이 병원장은 “척추에는 본래 정상적인 구멍이 있는데 내시경 기술을 활용해 이 구멍으로 접근했다”며 “멀리서 봤을 때 뼈가 가려져 안 보인다면 가까이서 보고 위가 아닌 아래로 구멍에 접근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하면 절개해 수술할 때처럼 뼈를 건드리지 않고도 감압이 가능하다. 그는 “양방향 척추 내시경술 자체로도 척추 치료에 큰 도움이 됐으나 좀 더 발전시킬 가능성을 봤다”며 “골 절제 없는 감압술은 수술 위험을 줄이고 척추의 구조적 안정성을 보존하는 치료”라고 말했다.

세계 최초 ‘골 절제 없는 감압술’ 환자 부담 최소화

협착증 수술에서 골 절제를 하지 않으면 출혈과 뼈 주변 조직의 손상이 적다. 뼈를 건드리지 않아 허리 통증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출혈 가능성도 작기 때문에 수술은 더 안전해진다. 구조적 안정성도 유지할 수 있다. 뼈는 기존의 모양 자체가 구조를 지탱하는 힘을 지닌다. 수술을 위해 뼈를 깎아내면 그만큼 척추뼈는 약해져 더욱 흔들린다. 수술 후 관리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 흔들림을 막기 위해 스크루(나사못)로 척추를 고정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골 절제 없는 감압술은 그럴 필요가 없다.

척추질환은 노년기에 흔하기 때문에 나이가 많은 환자는 수술을 견디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 병원장은 “전신마취의 위험성과 출혈, 감염 등 노인은 수술 후 회복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내시경과 뼈를 건드리지 않는 기술로 치료한다면 많은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천성 기형이거나 협착 틈이 3㎜ 이하로 너무 좁은 경우만 제외하면 대부분 환자에게 시행할 수 있다.

수술 성공 여부는 수술을 집도하는 의료진의 역량에 달려 있다. 골 절제 없는 감압술을 하려면 해부학적 이해가 필요하고 양손을 능숙하게 쓸 수 있어야 한다. 새길병원은 4000건(마디 기준) 이상의 협착 수술을 골 절제 없는 감압술로 진행했다. 이 병원장은 “나이가 많은 환자는 보존 치료를 해야 한다”며 “척추 수술 때도 하반신 마취만 한 채로 대부분 환자와 수면 유도 없이 얘기하면서 수술한다”고 말했다. 골 절제 없는 감압술(NLBD)은 SCI급 저널에도 게재됐다.

협착증 예방과 치료 핵심은 재활 훈련

치료 후에는 꾸준한 재활과 생활 습관 개선이 중요하다. 이 병원장은 “협착증 환자는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이 아니라 코어를 인지하면서(느끼면서) 일상에서 허리를 적게 쓰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협착은 코어 힘을 떨어뜨려 균형을 잃게 만드는 것으로 결국 허리가 흔들리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

평소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코어 근육은 척추를 둘러싸고 있는 횡격막, 복횡근, 다열근, 골반기저근으로 이들 힘이 좋아야 허리가 흔들리지 않고 균형이 잡힌다. 머리와 팔의 무게가 아랫배와 허벅지로 분산되도록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걸을 때는 부드럽게 발을 내디딜 수 있는 균형 감각을 회복해야 한다.

허리 협착증 증상

① 주변에서 구부정하게 걷는다고 한다.
② 똑바로 서려면 가슴을 펴야 한다.
③ 똑바로 서려면 무릎을 굽혀야 한다.
④ 언제부터인가 똑바로 자지 못한다.
⑤ 허리가 아니라 등이 아프다.
⑥ 보행 거리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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