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CSF)와 비영리 연구 기관 글래스톤 연구소의 과학자들이 알츠하이머병을 늦추거나 심지어 되돌릴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암 치료제를 찾아냈다.
퇴행성 신경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이다. 초기에는 주로 최근 일에 대한 기억력에 문제를 일으키다 점차 언어 기능이나 판단력 등 여러 인지 기능에 이상이 생겨 결국에는 모든 일상생활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전체 치매 환자의 60~70%가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여겨진다.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이 질병을 해결하기 위해 수십 년간 연구가 진행됐지만, 병의 진행을 근본적으로 막거나 되돌릴 수 있는 약은 아직 없다.
이번 연구에서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세포에서 나타나는 유전자 발현 변화를 분석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이미 승인된 약물 1300개와 비교했다. 목표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해 손상된 뇌세포의 유전자 변화를 반대로 되돌릴 수 있는 약을 찾는 것이었다. 특히 신경세포(뉴런)와 그 외에 뇌의 면역세포 역할을 하는 교세포(glia cell)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모두 고려했다.
컴퓨터를 활용해 찾은 약물들 중 일부는 실제로 암 치료에 쓰이는 약으로, 그 중 ‘레트로졸(유방암 치료제)’과 ‘이리노테칸(대장암·폐암 치료제)’이 가장 유망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연구진은 이 두 약물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축적·타우 단백질 엉킴’이 가장 큰 병리적 특징인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생쥐에게 투여했는데, 그 결과 생쥐의 뇌 변성이 줄어들고 무엇보다 기억력이 회복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유전자 발현이 정상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뇌에 쌓이는 독성 단백질도 줄었고, 전반적인 퇴행도 완화했다.
또한, 연구진은 140만 명 이상의 노인 건강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다른 질환의 치료를 위해 이 약들을 이미 복용한 사람들의 알츠하이머병 발생률이 낮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는 일종의 ‘가상 임상시험’처럼 작용해 약물의 효과를 간접적으로 뒷받침해준다.
연구진은“알츠하이머병은 여러 유전자와 단백질의 수많은 변형이 뇌 건강을 해치는 결과일 가능성이 높아 기존처럼 한 가지 약으로는 치료가 어렵다”며, “이번처럼 유전자 데이터와 환자 기록을 함께 분석해 찾아낸 조합 치료가 새로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약물 조합을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테스트할 예정이다. 동물 실험에서와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수백만 명의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한줄기 빛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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