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 규칙적으로 걷는 습관이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높은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에게 더욱 두드러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는 이유
알츠하이머병은 뇌에 유해한 플라크( 뇌 활동의 부산물인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노폐물)가 축적되어 신경 세포의 소통을 방해하고 결국 세포 사멸로 이어지는 심각한 치매의 한 형태다. 전체 치매 환자의 60~70%를 차지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신경 세포가 사멸함에 따라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기억 상실, 혼란, 성격 변화, 신체적 쇠퇴가 점점 더 심해진다. 근본적인 치료법이 아직 없는 이 질환은 유전적 요인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졌다. 바로 아포지 단백 E4(이하 APOE4) 변이 유전자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약 15~25%가 APOE4 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유전자 검사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연구개요
미국 알츠하이머병 협회의 국제 학술대회((AAIC))에서 29일(현지시각) 발표 예정인 이번 연구(학술지 게재 전)는 APOE4 유전형 검사를 받은 70~79세의 고령자 2985명을 10년 동안 추적 관찰하며 걷기가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했다. 참가자들에겐 1년에 한 번씩 걷는 양에 대해 설문했고, 정기적으로 표준화된 인지 능력 테스트를 시행했다.
알츠하이머병 유발 원인 APOE4
전체적으로 APOE4 변이 유전자를 가진 참가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인지 능력 저하 속도가 가팔랐다. APOE4 변이 유전자는 대표적인 알츠하이머병 유발인자다. 뇌 활동의 부산물인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노폐물(플라크)을 제거하기 어렵게 만들어 인지 저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 책임자인 캐나다 캘거리 대학교 신경과학과 교수 겸 캐나다 신경과학, 뇌 건강·운동 부문 연구 책임자인 신디 바르하 박사는 “APOE4 유전자를 두 개 가진 사람은 해당 유전자가 없는 여성과 남성보다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이 각각 12배, 4배 더 높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꾸준히 걷는 사람은 이러한 위험을 의미 있게 낮춰주는 효과가 있었다. 전반적으로 여성이 걷기를 통해 더 큰 이점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걷기, 치매 유전자 가진 사람들에 특히 효과적
걷는 양이 10% 증가할 때마다 여성은 ‘복잡한 사고’(complex thinking) 능력 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4.7% 향상되었다. 남성은 2.6% 향상되었다.
하지만 APOE4 변이 유전자 보유자에서는 남성이 더 큰 효과를 보였다. 걷는 양이 10% 늘어날 경우, 여성은 ’전반적인 인지’(global cognition) 능력이 8.5% 증가했고, 남성은 12% 증가했다. 연구진은 APOE4 유전자 보유 여성이 걷기의 더 큰 수혜자가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정반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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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가 뇌 건강을 지키는 원리…“걷기는 뇌에 주는 비료”
바르하 박사는 걷기가 뇌세포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단백질인 뇌유래 신경영양인자(BDNF) 수치를 증가시켜 뇌 건강을 지킨다고 설명했다. BDNF는 뇌세포를 보호하고 성장시키며 연결을 강화하는 단백질로, 특히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BDNF는 뇌에 뿌리는 비료와 같은 존재다. 특히 걷기와 같은 신체 활동을 할 때 자연스럽게 생성되며, 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의 기억력, 학습 능력, 기분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라고 바르하 박사는 말했다.
2022년 발표한 한 연구에 따르면, 속도에 관계없이 하루에 약 3800보를 걸으면 치매 발병 위험을 약 25%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참가자들의 걷는 속도나 빈도를 추적하지 않았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는 규칙적인 걷기가 유전적으로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강력한 예방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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