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로봇은 전 과정 수치화… ‘수술 표준화’ 실현”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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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범 인튜이티브서지컬코리아 대표
국내 도입 20년, 사망률 46%↓… 최소 침습으로 합병증도 적어
아시아 최초로 5세대 국내 출시… 데이터 활용한 피드백 제공해
일관적인 수준 유지에 도움 돼… 기구 끝 힘 느껴져 정밀도 향상


서울 세브란스병원은 2005년 ‘다빈치’라는 이름의 로봇 보조 수술 시스템을 도입해 위암 및 전립샘암 수술 등에 적용했다. 이 로봇은 병든 부위를 가르고 인체 내로 들어가 환부를 들어내고 봉합까지 대신 한다. 국내에도 이른바 ‘로봇 수술 시대’가 열린 것이다.

다빈치는 최소 침습 수술(절개 부위를 최소화하는 수술법)을 고도화한 것으로 평가받으며 국내에서도 전립샘암을 비롯해 갑상샘암, 유방암, 대장암 등 다양한 외과적 치료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 지난해 10월 5세대 수술 로봇 ‘다빈치 5’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아시아에서는 첫 번째로 국내에 출시됐다. ‘다빈치’ 수술 로봇을 개발한 의료기기 업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에 본사를 둔 ‘인튜이티브서지컬’이다. 최용범 인튜이티브서지컬코리아 대표를 만나 글로벌 로봇 수술 동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다빈치 로봇 보조 수술 시스템은 올해 국내 도입 20년을 맞았다. 사진은 최용범 인튜이티브서지컬코리아 대표. 
인튜이티브서지컬코리아 제공
다빈치 로봇 보조 수술 시스템은 올해 국내 도입 20년을 맞았다. 사진은 최용범 인튜이티브서지컬코리아 대표. 인튜이티브서지컬코리아 제공
―‘다빈치’ 로봇 수술 시스템 국내 도입 20년을 맞았다. 의료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렇다. 한국은 암 치료와 의료진 교육에서 로봇 수술을 전 세계에 확산시키고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대장암, 위암 등 다양한 암 수술에서 로봇 수술 표준 술기(수술 기법)를 개발해 암 치료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또 뛰어난 술기를 보유한 명의들이 해외 의료진을 대상으로 직접 교육하고 있다. 2018년에 출시된 다빈치SP(단일공)는 비뇨의학과, 부인과, 외과 수술 등 다양한 진료과에 활용되며, 하나의 절개를 통해 최소 침습 수술이 가능하게 됐다. 의사들의 최소 침습 수술에 대한 의지와 헌신,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인튜이티브의 노력이 지난 20년의 역사를 만들었다.”

―국내 로봇 보조 수술 접근성은 어떤가.

“국내 47개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한 다수 의료기관에 약 200대의 다빈치가 설치됐다. 다빈치를 도입한 병원, 의료진 대상으로 체계적인 교육도 지원하고 있다. 2000명 이상의 의료진이 관련 교육을 받았다. 또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다빈치에 필요한 장비의 내구성을 향상해 기기 수명을 연장했다. 초기에는 2, 3회 사용 후 기기를 교체했는데 현재는 기기에 따라 10∼20번 사용이 가능하다. 치료비 절감 효과도 있다. 전 세계 390만 건 이상 암 수술을 분석한 메타분석 연구 논문에 따르면 로봇 수술은 정교한 최소 침습 수술로 개복, 개흉술 대비 수술 중 수혈 비율 75%, 수술 후 30일 이내 합병증 44%, 사망률 46%가량을 감소시켰다. 수술 후 30일 이내 재수술과 재입원도 줄었다. 최근 한 학회에서 한 교수가 ‘수술 다음 날 아침 회진을 하면 한 환자는 이를 닦고 있고 다른 환자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이를 닦고 있는 환자가 다빈치로 수술한 환자다. 의사 입장에서 어떤 수술을 할 것인가. 다음 날 아침에 이를 닦을 수 있게 환자가 건강을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의사의 역할 아닌가’라고 말했다. 다빈치의 가치를 잘 설명하는 이야기다.”

―한국이 주도하는 로봇 수술 분야는….

“대장암과 유방암, 여성 질환 등 산부인과 수술 분야에서 해외 의료진이 국내 의료진 술기를 배우는 사례가 많다. SP 시스템을 활용한 수술은 세계적이다. 다빈치SP가 미국과 동시에 국내에 도입돼 다양한 사례를 축적했다. 국내 환자들도 성향상 흉터를 남기지 않는 것을 원해 이런 부분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흉터가 남지 않는다는 것은 단순히 미용상의 측면과 아울러 출혈 및 통증, 회복과도 연관이 있다. 출혈과 통증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회복이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5세대 수술 로봇인 ‘다빈치 5’에서 특별히 개선된 부분은….

“로봇 수술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수술의 표준화가 쉽다는 점이다. 다빈치 5는 ‘케이스 인사이트’가 적용돼 모든 수술 과정이 데이터로 수치화된다. 객관적인 평가와 지속적인 개선이 가능하다. 의료진이 얼마나 일관되게 수술하고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개인별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 ‘다빈치 5’부터 ‘포스 피드백(Force Feedback)’ 기술이 적용돼 기구 끝의 밀고 당기는 힘을 정밀하게 감지해 집도의가 실제 조직에 가해지는 ‘힘’을 느끼며 수술을 할 수 있다. 그만큼 부드러운 수술이 가능하다. 실제 인튜이티브 전임상 결과에 따르면 포스 피드백으로 인해 조직에 가하는 힘이 최대 43% 감소했다.”

―인튜이티브서지컬이 국내 시장에서 주목하는 분야는….

“인튜이티브서지컬의 핵심 미션은 ‘최소 침습 수술이 환자 삶의 질을 향상하고, 인튜이티브의 독창적인 기술이 의료진에게 더 나은 수술을 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 철학을 바탕으로 시스템(제품), 교육, 서비스 등 3가지를 중심으로 한 ‘에코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로봇 수술 생태계가 디지털 기술과 융합돼 안전하고 지속 가능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로봇 수술은 단순한 방법론을 넘어 훨씬 큰 의미를 가진다. 로봇 수술은 환자의 일상 복귀를 앞당기고 생명을 구하며 의료진이 보다 우수한 수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최소 침습 수술 도구다. 기존 어떤 수술 방법보다도 이 기술은 지속해서 발전할 것이며 의료진은 보다 완벽하게 수술하고 환자는 더 나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인튜이티브서지컬은 앞으로도 환자 우선 원칙을 철저히 지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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