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포스, 각국 AI 경쟁력 분석
‘규제 프레임워크’ 10점 만점에 9점
R&D 성과-산학협력 등은 1.8점
“자본 접근성-투자 네트워크 부재”… 美, 독보적… 싱가포르-英도 고평가
국가별 인공지능(AI) 경쟁력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AI 생태계 조성이나 투자 측면에서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미국 AI 고객관계관리(CRM) 기업 세일즈포스가 발표한 ‘글로벌 AI 준비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AI 연구개발(R&D) 성과와 스타트업 활동, 산학 협력 수준을 평가하는 ‘AI 생태계’ 부문에서 10점 만점에 1.8점을 기록했다. 미국(9.3점), 인도(4.0점) 등에 크게 뒤지는 결과다. 보고서는 한국이 인프라와 일부 응용 기술력에서 강점을 보였지만, 대규모 컴퓨팅 자원과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서 대형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는 △규제 프레임워크 △산업 및 정부 전반의 AI 도입 수준 △AI 생태계 △투자 환경 △인재 및 역량 개발 등 다섯 가지 영역을 기준으로 국가별 AI 준비 수준을 종합 분석했다. 분석 대상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영국, 싱가포르, 독일, 캐나다 등 16개국이다. 분석 대상에서 중국은 제외됐다.
특히 민간·공공 자본의 유입과 벤처캐피털(VC) 활동을 측정하는 ‘투자 환경’ 점수는 0.8점으로 평균(1.4점)에 못 미칠 뿐 아니라 인도(1.0점), 사우디아라비아(0.9점)보다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보고서는 “자본 접근성과 투자 네트워크의 부재가 한국 AI 생태계 확장의 주된 제약 조건”이라고 짚었다.
한국의 AI 역량이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 4월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가 발표한 ‘AI 인덱스 보고서 2025’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AI에 대한 민간 부문 투자는 13억3000만 달러로 전년(13억9000만 달러)보다 줄며 투자 규모 순위가 9위에서 11위로 떨어졌다. 또 지난해 말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AI 성숙도 매트릭스’에 따르면 73개국을 평가한 결과 미국과 캐나다, 영국, 중국, 싱가포르 등 5개국이 ‘AI 선도 국가’로 뽑힌 반면에 한국은 그다음 단계인 ‘AI 안정적 경쟁국가’에 포함됐다.
다만 세일즈포스 보고서는 AI 규제와 확산 영역에서 한국이 강점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AI 도입의 법적·제도적 기반을 의미하는 ‘규제 프레임워크’ 점수는 10점 만점에 9점을 기록해 싱가포르, 영국과 함께 상위권을 차지했다. 특히 국가적 차원의 AI 전략과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를 마련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 각 산업과 정부 기관의 AI 적용 수준을 나타내는 ‘AI 도입 및 준비 상태’는 6.7점으로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제조업과 스마트시티, 물류 등 핵심 산업에서 AI가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혔다.
한편 보고서는 미국이 연구개발 투자와 스타트업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혁신과 자본 투입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싱가포르는 규제·확산·인재 부문에서 균형 잡힌 모델을 구축해 높은 점수를 받았고, 영국과 캐나다는 의료와 공공 서비스 분야의 AI 적용이 주목을 받았다. 독일은 제조 경쟁력과 직업 교육 시스템을 기반으로 AI 도입을 확대하고 있지만 자본 유치 측면에서는 약점을 보였다고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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