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양자컴퓨팅 결합이 미래다”…IBM이 신약개발부터 뷰티까지? [테크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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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리서치 취리히 연구소 소속 테오도로 라이노(Teodoro Laino) 박사. IBM코리아 제공


“미래를 이끌 핵심 기술은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팅의 결합이 될 것입니다.”
‘IBM리서치’ 취리히 연구소의 테오도로 라이노(Teodoro Laino) 박사는 최근 서울 여의도 IBM코리아에서 가진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AI와 양자컴퓨팅의 결합은 앞으로 AI 시스템의 뉴노멀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라이노 박사는 2018년 클라우드 기반 AI 화학 반응 예측 플랫폼인 ‘IBM RXN for Chemistry’를 개발한 인물이다. 이 플랫폼은 유기 합성 분야에서 화학 반응 예측과 화학물질 합성 경로 설계를 지원, 신약 개발·화학 소재 개발 분야 등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양자 컴퓨터는 머리카락 굵기의 100만 분의 1 수준의 작은 미시 세계에 존재하는 양자를 이용해 연산하는 컴퓨터로, 기존 컴퓨터보다 연산 능력이 매우 빠르다. 현존하는 컴퓨터로 풀지 못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게임 체인저’ 기술로 불린다. AI는 연산량이 급증할수록 기존 컴퓨팅 자원의 한계에 직면하지만, 양자컴퓨팅은 큐비트의 병렬성으로 복잡한 문제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두 기술이 결합하면 AI가 기존에 풀기 어려웠던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6월 24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퀀텀 코리아 2025’ 행사에서 관람객들이 IBM의 ‘퀀텀 시스템 원(Quantum System One)’ 양자컴퓨터 모형을 보고 있다. 뉴시스
6월 24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퀀텀 코리아 2025’ 행사에서 관람객들이 IBM의 ‘퀀텀 시스템 원(Quantum System One)’ 양자컴퓨터 모형을 보고 있다. 뉴시스


양자컴퓨팅 킬러콘텐츠는 ‘신약 개발’…“새로운 항체도 설계”
AI·퀀텀 시대의 대표 기업으로 꼽히는 IBM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양자컴퓨팅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의료 △제약 △화학 △금융 △농업 등 다양한 산업에서 AI와 양자컴퓨팅을 결합하고 있다.

미국 4대 병원 중 하나인 클리블랜드 클리닉(Cleveland Clinic) 간의 협업이 대표적이다. IBM은 클리블랜드 클리닉, 제약사 모더나와 협력해 신약 개발과 환자 예측 모델에 적용하고 있다. 병든 조직 내 세포 움직임을 양자컴퓨터로 분석해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라이노 박사는 “AI와 양자기술의 결합은 신약 개발 시간 단축, 개인맞춤 치료 등 의료 혁신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IBM은 의료진이 직접 사용할 수 있는 맞춤형 정밀의료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양자컴퓨팅을 활용해 신약 후보 물질 파이프라인 구축하고, 수술 후 심혈관 위험을 예측하는 등 환자의 수술 반응을 예측하는 생체 지표인 바이오마커를 찾고 있다.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협력해 항체 설계를 위한 ‘바이오메디컬 파운데이션 모델’도개발 중이다. AI 모델과 양자 기술을 활용해 신약 개발 시간을 단축하고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라이노 박사는 “특정 암이나 질환에 대해 해당 제약사만 가진 고유 데이터를 파인튜닝하면 항체 발견 뿐 아니라 새로운 항체 설계에도 쓸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바이러스와 암 치료법 개발에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IBM과 제약사 모더나(Moderna)가 최근 양자 시뮬레이션을 통해 단백질 구조 예측을 연구하는 모습. IBM 제공


양자컴퓨팅이 찾아낸 신소재를 AI가 학습하며 난제 풀어
양자컴퓨팅과 AI는 별개가 아닌 필수적 동반자 관계란 것이 IBM의 확고한 철학이다. 아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SXSW 2025’ 기조연설에서 “AI와 양자가 곧 미래”라며 “세계가 직면한 가장 어려운 문제 중 일부는 양자 컴퓨터와 AI 시스템의 장점을 결합한 미래 시스템의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AI는 우리가 아는 것으로부터 학습하지만, 양자는 자연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밝혀내 AI에 새로운 정보를 공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자컴퓨팅이 찾아내는 신소재의 특성과 같은 ‘완전히 새로운 데이터’를 AI가 학습함으로써 지금까지 불가능했던 예측과 설계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 IBM은 생성형AI 플랫폼 왓슨(watson)x 등 자사의AI 기술과 양자 기술 간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예를 들어 왓슨(watson)x 의 AI 모델을 IBM 퀀텀(Quantum)과 연계해 양자 생성데이터로 AI를 학습시키거나, 반대로 AI로 양자회로 설계를 돕는 식이다.

AI+퀀텀, 과학 분야 넘어 화장품 세제 등 일상 속으로
이같은 혁신은 과학 분야에서 일상을 이루는 소비재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라이노 박사는 “AI와 양자컴퓨팅의 결합을 통한 혁신은 과학 분야에선 이미 증명됐다”며 “앞으로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날 산업은 일상에서 늘 쓰는 소비재 분야”라고 했다. 화장품, 식품, 삼푸, 세제 등 생활용품 등에서 AI를 활용하면 무궁무진한 개인 맞춤형 제품 개발과 지속가능한 원료로의 대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IBM은 올해부터 세계 최대 뷰티기업인 로레알과 손잡고 맞춤형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 중이다. 2030년까지 AI를 활용해 재생 가능하고 지속가능한 성분 및 원료를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라이노 박사는 “로레알과 협업은 지속가능한 원료로 제품을 재설계하는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화장품에 들어있는 20~30가지 성분 가운데 단 2, 3가지만 바꾸는 것도 기능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데 전체 원료와 성분 포트폴리오를 재설계하려면 수년이 걸릴 수 있다”면서 “그러나 AI모델을 활용하면 이같은 과정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으며 제품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친환경적인 성분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했다.

IBM 제공
IBM 제공

성분 대체뿐 아니라 신제품 개발에도 활용된다. 라이노 박사는 “AI가 신약개발처럼 화장품 영역에서도 새로운 합성 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지역별로도 미국과 유럽, 아시아인의 피부 특성이 다르지 않나. 지역별 피부 특성과 사용자의 선호도를 학습시켜 지역 맞춤형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K뷰티로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 한국 뷰티산업을 언급하면서는 “한국은 AI 혁신에 개방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반도체 등 강점이 있는 제조업 뿐 아니라 뷰티 등 소비재 산업에서도 IBM과 적극적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과의 파트너십에도 기대를 드러냈다. 라이노 박사는 “한국은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제조 분야에서 매우 강력한 산업 기반을 가지고 있으며, AI 혁신의 인프라도 매우 탄탄해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며 “AI 뿐 아니라 양자컴퓨팅 분야에서도 한국의 주요 기업들과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앞서 IBM의 ‘퀀텀 시스템 원’이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연세대 송도 국제캠퍼스 양자컴퓨팅센터에 도입됐다. ‘퀀텀 시스템 원’은 127큐비트로 구동되는 초전도체 양자컴퓨터로, 미국 이외의 나라에 설치된 IBM 양자컴퓨터 중에는 최고 성능이다. IBM 퀀텀 시스템 원이 설치된 나라는 미국, 캐나다, 독일,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가 5번째다.
#인공지능#양자컴퓨팅#IBM#신약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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