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휴일 심정지 발생 위험도 9.9%↑…폭음·가족갈등 등 영향
심정지 10만명당 174명 발생…고령·男·농촌 거주자 더 주의해야
한 구급대원이 간이침대를 구급차에 넣고 있다./뉴스1
연령에 따른 요일별 심정지 발생 비율.(BMJ Open 제공)/뉴스1 우리나라에서는 월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명절·공휴일에 심정지 환자가 특히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말 동안의 늦잠과 폭음으로 생활 리듬이 흐트러지고, 명절에는 장거리 이동과 명절 스트레스가 겹치면서 심장에 큰 부담이 생긴다는 것이다.
15일 부산대·서울대 공동 연구진이 질병관리청 데이터를 토대로 2015~2019년 전국 ‘병원 밖 심정지’(OHCA) 사례 8만 9164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기준일인 수요일에 비해 월요일에 심정지 발생 위험이 1.9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월요일 심정지 발생 위험이 기준일 보다 높은 이유에 대해 ‘깨진 약속 이론’을 가설로 제시했다.
깨진 약속 이론은 주말처럼 한 주기가 끝날 때 사람들이 새로운 시작에 대한 희망으로 심리적·생리적 위기를 일시적으로 억제할 수 있지만, 월요일같이 새로운 주기가 시작됐을 때 기대했던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실망감·절망감이 커져 정신적 스트레스 등이 증가해 심장질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즉, ‘월요병’처럼 주말에 이완된 신체 리듬이 출근 등과 함께 스트레스와 긴장 상태로 급격하게 전환되면서 심정지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요일 역시 기준일 대비 심정지 발생 위험이 1.50% 높았다. 이는 주말의 과도한 활동이나 다음 주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주요 공휴일과 명절에도 심정지 위험이 크게 증가했다. 기준일 대비 크리스마스에는 9.6%, 설날에는 8.2% 높았다. 명절 기간 생활 태도 변화가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공휴일과 명절에 심정지 위험이 높은 이유로 ‘휴일 심장 증후군’을 지목했다. 이는 공휴일과 명절에 과도한 음주 등으로 부정맥이 유발되는 현상이다. 또한 과식, 불규칙한 수면, 장거리 이동, 가족 간 갈등에 따른 정신적·신체적 부담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심정지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다.
논문에 따르면 OHCA 발생률은 10만 명당 173.83명 발생했다. 고령과 남성, 농촌 거주자에게서 더 높게 나타났다.
연령별로 65세 이상 고령층의 심정지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784.18명으로 0~64세 연령층 69.86명에 비해 약 11배 이상 높았다. 성별로는 10만 명당 남성 220.25명, 여성 127.56명을 나타냈다.
심정지 사례의 절대적인 수는 도시 지역이 많았지만, 인구 대비 발생률은 농촌 지역이 더 높았다. 농촌 지역 심정지 발생률은 10만 명당 278.67명이다. 도시는 163.25명이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농촌 지역 인구 구조적 특성과 응급 의료 접근성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심정지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심리적 요인에 대한 역학적 근거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면서 “고위험 시기에 맞춰 응급의료체계를 강화하고, 심정지 예방 교육과 캠페인을 집중적으로 시행하는 등 맞춤형 공중보건전략을 수립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논문은 심정지 근본 원인이 될 수 있는 개인의 건강 습관이나 스트레스 수준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해 인과관계를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