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형 교수 참여한 국제 연구팀
‘광영동’ 현상 이용한 부양 첫 입증
지상 50∼80㎞ ‘중간권’ 탐사 기대
빛을 이용한 광영동 원리로 비행하는 장치들을 시각화한 이미지. 김종형 부경대 융합소재공학부 교수 제공
비행기가 도달하기에는 너무 높고 위성이 궤도를 돌기에는 너무 낮은 지상 50∼80km의 중간권(mesosphere)은 오랜 기간 인류에게 ‘미지의 영역’이었다. 국내 연구진이 포함된 국제 공동연구팀이 중간권 탐사가 가능한 초경량 태양광 비행체를 개발했다.
주스트 블라삭 미국 하버드대 폴슨 공학응용과학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태양광만으로 스스로 떠오를 수 있는 초경량 태양광 비행체를 개발하고 연구 결과를 13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김종형 부경대 융합소재공학부 교수도 논문 저자에 이름을 올렸다.
연구팀은 ‘광영동(photophoresis)’이라는 독특한 물리적 현상을 이용했다. 광영동은 빛에 노출된 물체의 따뜻한 면과 차가운 면 사이의 온도 차이로 발생한다. 공기가 희박한 환경에서 따뜻한 면의 공기 분자는 차가운 면의 분자보다 더 강하게 튕겨 나가는데, 이때 발생하는 운동량 차이가 물체를 밀어 올리는 힘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구멍이 촘촘히 뚫린 두 개의 얇은 막을 작은 기둥으로 연결한 형태의 지름 1cm의 비행체를 설계했다. 아래쪽 막은 태양광을 잘 흡수하는 금속인 크롬으로 코팅했다. 햇빛이 비치면 아래쪽 막이 위쪽보다 뜨거워지면서 두 개 막 사이에 온도 차이가 발생한다. 이때 막 사이의 구멍을 통해 공기가 흐르고, 공기 흐름이 추진력을 만들어 비행체가 위로 떠오르게 된다. 김 교수는 “이 과정에서 외부 충격에 쉽게 변형되지 않도록 내구성도 갖췄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중간권과 비슷한 기압 조건에서 햇빛 강도의 55%에 해당하는 빛만으로도 개발한 비행체가 공중에 뜨는 것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센티미터(cm) 규모 이상 크기의 물체가 햇빛과 동등한 조명 강도로 광영동 부양에 성공한 최초의 사례다.
이번 연구는 중간권의 기후 과학 연구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개발한 비행체에 센서를 탑재하면 그동안 파악하기 어려웠던 중간권의 기온, 풍속, 압력, 온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다. 수집된 데이터는 일기 예보와 기후 변화 모델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
지구 중간권과 유사한 수준으로 대기가 희박한 화성 탐사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김 교수는 “나노 구조체 연구가 단순히 실험실 소재로 머무는 게 아니고 실제 대기나 우주 환경에 적용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통신 기능과 센서 등을 통합해 실시간 관측 및 행성 탐사 기술로 확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