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이중희 심장내과 교수
호흡 곤란 등 ‘대동맥판막 협착증’… 75세 이상 고령 10명 중 3명 발병
2년 내 치료 안하면 환자 절반 사망… 좁아진 판막 안에 ‘인공판막’ 삽입
TAVI 시술, 혈류역학지표 등 우수
이중희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교수가 자가 확장형 인공판막을 들고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TAVI)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온몸에 혈액을 보내는 심장 판막이 좁아지는 질환이다. 이렇게 심장 출구가 막히면 호흡곤란, 가슴 통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심장판막 질환은 75세 이상 고령자 10명 중 3명에서 발견될 만큼 흔한 질환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심장질환은 지난 10년간 암에 이어 국내 사망 원인 2위로 꼽혀왔다. 그러나 암에 비해 인지도가 낮고 증상이 심각하게 나타나기 전까지 별다른 자각이 없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중희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심장내과 교수를 만나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진단과 최신 치료법, 중증 심혈관질환 치료에서 지역 거점병원의 역할까지 자세히 알아봤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어떤 질환인가.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나이가 들면서 심장판막이 퇴화하고 석회화되면서 혈액이 원활히 흐르지 못하게 되는 질환이다. 가장 흔한 원인은 노화에 따른 퇴행성 변화다. 류머티즘성 판막 질환이나 과거 염증성 질환의 후유증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호흡곤란, 흉통, 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 발현 후 2년 내 치료하지 않으면 환자의 약 50%가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될 만큼 치명적인 질환이다. 돌연사 위험도 존재하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응급의학적으로 ‘응급’은 치료를 지연할 경우 1∼2일 내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를 의미한다. 대부분의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는 즉각적인 응급 처치는 필요하지 않지만 무증상 환자라도 갑작스럽게 심부전이나 쇼크가 발생한다면 응급 시술이 필요할 수 있다. 반대로 증상이 있더라도 전신 상태가 안정적이라면 정해진 치료 시점에 따라 계획적으로 치료를 진행하게 된다.”
―진단은 어떻게 하나.
“대부분은 호흡곤란, 가슴 통증, 실신 등 세 가지 주요 증상이 나타나 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진단된다. 건강검진이나 다른 질환 검사 중에 우연히 진단되는 경우도 많다. 심장 초음파 검사가 주된 진단 방법으로 활용된다. 판막의 해부학적 구조와 기능적 이상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효과적인 검사다. 숙련된 의료진의 판독으로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판막 면적이 1.0㎠ 미만, 평균 압력 차가 40㎜Hg 이상, 최대 혈류 속도가 4.0m/s 이상, 이 중 하나라도 나타나면 중증으로 진단한다.”
―중증도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지나.
“무증상 중증 환자는 3∼6개월 간격으로, 중등증 이하 환자는 6개월∼1년 간격으로 정기적인 초음파 추적 관찰이 권고된다. 증상이 동반된다면 판막 치환술이 필요하다. 치료는 환자의 나이, 전신 상태, 수술 위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외과적 수술 또는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TAVI) 중 적절한 방식을 선택한다.”
―TAVI 시술은 어떤 것인가.
“TAVI는 흉부를 절개하지 않고 대퇴동맥을 통해 카테터 기구를 삽입해 좁아진 판막 안에 새로운 인공 판막을 위치시키는 방법이다. 판막이 심장에 도달하면 정확한 위치에서 서서히 펴지며 기존 판막을 옆으로 밀어내고 자리를 잡는다. 새 판막은 스텐트 구조로 고정되며 정상적인 혈액 흐름을 유지한다. 이 과정은 엑스레이 영상 유도하에 정밀하게 이뤄진다. 기존 수술과 비교했을 때 신체 부담이 적고 회복이 빠르며 특히 고령 환자나 고위험군 환자에게 적합하다는 장점이 있다.”
―인공판막은 시간이 지나면 교체해야 하나.
“TAVI에 사용되는 판막은 생체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석회화나 혈전 형성 등으로 기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기존 판막을 외과적으로 제거하고 새 판막을 삽입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고령 환자가 많다는 점에서 수술 부담이 크기 때문에 실제 임상에서는 기존 판막 안에 새로운 판막을 삽입하는 ‘판막 내 판막 시술’이 활용되고 있다.”
―TAVI 시술의 효과는 어떤가.
“국내는 아직 10년 이상의 장기 추적 데이터를 전국 단위로 확보하진 못했다. 하지만 주요 기관별로는 중장기적인 임상 결과가 있다. 해외는 10년 이상 추적한 다수의 임상 연구를 발표했다. 대표적인 게 ‘NOTION trial’로 수술 치료와 자가 확장형 판막을 사용한 TAVI 시술을 받은 저위험 환자를 10년간 추적 관찰한 임상 연구다. 비교 결과 전체 사망률과 심부전으로 인한 재입원율은 큰 차이가 없었다. 혈류 역학 지표(심장 초음파로 측정한 압력 차 등)는 TAVI가 수술보다 더 우수한 결과를 보이기도 했다. 최근 저위험군 환자에 대한 자가 확장형 판막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한 5년 차 데이터가 공개됐는데 압력 차 지표에서 TAVI가 수술 대비 더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술 후 합병증도 있나.
“대표적인 합병증은 시술 부위 출혈과 전도 장애(방실 차단)가 있다. 출혈은 대퇴동맥 삽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시술자의 숙련도에 따라 발생률은 낮아지는 추세다. 일반적으로는 1% 미만으로 보고되고 있다. 전도 장애는 인공판막이 심장의 전기신호 전달 부위를 자극할 경우 발생하며 일부 환자(5∼10%)는 박동기 삽입이 필요할 수 있다. 드물지만 치명적인 합병증으로는 대동맥 파열이 있으며 시술 전 컴퓨터단층촬영(CT) 평가를 통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TAVI는 모든 병원에서 시술 가능한가.
“TAVI 시술은 고난도 중재 시술로 분류된다. 심장내과뿐만 아니라 흉부외과, 마취과, 영상의학과 등 다학제적 협진이 필수다. 일정 건수 이상의 시술 경험과 기반이 요구되기 때문에 현재 국내에서는 대부분 3차 의료기관에서 시행되고 있다. 다만 심장 특화 역량이 있는 일부 2차 병원에서는 예외적으로 시행되는 사례도 있다.”
―강원 지역 환자의 특징이나 치료 접근성은 어떤가.
“강원도는 고령 인구 비율이 높고 지역이 넓어 병원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이 때문에 증상이 있음에도 치료 시기를 놓치고 병이 상당히 진행된 후 내원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은 지역 환자가 더욱 빠르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협진 시스템과 진료 연계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실제 많은 환자가 장거리 이동 없이 양질의 시술을 받고 있다. 우리 병원은 지역 내 유일하게 TAVI의 독립 시술 여건과 역량을 갖추고 있는 3차 의료기관이다. 1·2차 의료기관과 긴밀히 협력하며 강원 지역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해 힘쓰고 있다. 현재 총 75개 의료기관과 협약을 맺은 공공 의료 네트워크의 핵심축이다. 진료 의뢰·회송, 공동 진료, 기술 자문과 교육을 통해 강원 지역 내 의료 전달 체계를 강화하고 지역 보건의료 시스템의 안정성 제고에 이바지한다.”
―마지막으로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나 보호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예후가 좋은 질환이다. 최근에는 시술 방법이 다양화되고 고위험군뿐 아니라 비교적 건강한 고령 환자에게도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해졌으니 증상이 의심되면 미루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하길 권한다. 증상이 있다면 조기에 병원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도권까지 먼 거리를 이동하지 않더라도 본원에서 충분히 고난도 치료가 가능하므로 하루빨리 내원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