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시간 안에 관상동맥을 열어주는 치료가 중요하다. 치료 후 혈관이 다시 막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항혈소판제를 복용하는데 만성 신장질환을 동반한 환자는 항혈소판제 복용량을 줄이는 것이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성모병원 연구팀은 급성 심근경색 환자 중 만성 신장질환을 동반한 환자에서 이중 항혈소판 요법 감량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했다고 발표했다. 이중 항혈소판 요법은 심장이나 뇌혈관 시술 후 혈관이 다시 막히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아스피린과 P2Y12 억제제를 함께 사용해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는 치료법이다.
만성 신장질환 환자는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발생 시 허혈성 사건과 출혈 합병증 모두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치료의 어려움이 있다. 일반인 대비 심혈관 사망률도 2∼3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는 2021년 국제 학술지 랜싯에 발표된 임상시험의 후속 연구로 2014년 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국내 32개 주요 심장센터에서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을 받은 만성 신장질환을 동반한 급성 심근경색 환자 30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대부분 3단계 만성 신장질환자로 해당 연구 대상자는 중재술을 받은 다음 1개월간 티카그렐러 기반 이중 항혈소판 요법을 안전하게 유지한 이후 11개월 동안 동일 약제를 유지하는 대조군(145명)과 클로피도그렐로 항혈소판제를 감량하는 실험군(160명)으로 무작위 배정됐다.
연구 결과 만성 신장질환 환자에서 항혈소판제를 감량하는 전략은 출혈 위험을 현저히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출혈 위험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혈관 재협착에 따른 허혈성 사건의 증가는 관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혈관 관련 사망, 심근경색, 뇌중풍(뇌졸중)으로 구성된 주요 허혈성 사건 발생률은 감량군 4.4%(7명), 대조군 5.5%(8명)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심혈관 관련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출혈 역시 감량군 6.2%(10명), 대조군 13.1%(19명)로 감량군에서 55.0% 낮은 위험도를 보였다. 이는 감량 전략이 전반적인 임상 결과 개선에 이바지함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는 만성 신장질환을 동반한 급성 심근경색 환자에서 항혈소판제 감량 전략을 평가한 첫 연구로 평가된다. 기존 연구가 주로 전체 환자군을 대상으로 하거나 안정형 협심증 환자를 포함한 것과 달리 급성 심근경색 환자 중 만성 신장질환을 동반한 고위험군에 특화된 결과를 제시했다.
지금까지 치료 지침에서는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환자에게 티카그렐러나 프라수그렐 같은 강력한 항혈소판제를 클로피도그렐보다 우선 권고해 왔지만 만성 신장질환과 같은 고출혈 위험군에서는 맞춤형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 연구에서 제안한 방식은 급성·고위험 시기에는 강력한 항혈소판 효과를 유지하면서 이후 안정화 시기에는 출혈 위험을 줄이는 균형 잡힌 접근법으로 평가된다.
장기육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만성 신장질환 환자는 출혈과 허혈성 사건 위험이 모두 커 치료 전략 수립이 어려웠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안전하고 효과적인 맞춤형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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