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심 증후군’이라는 질환이 있다. 사별이나 이혼, 실연 등으로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심장이 약해지는 타코츠보 심근병증(Takotsubo Cardiomyopathy)의 별칭이다. 온몸으로 혈액을 펌프질해 내보내는 심장의 좌심실이 마치 문어 항아리(일본어로 타코츠보)처럼 일시적으로 부풀어 오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상심 증후군 환자는 심장의 펌핑 능력이 떨어져 흉통, 호흡곤란 같은 심근경색(심장 근육이 혈액 공급 부족으로 괴사하는 급성 질환)과 유사한 증상을 겪는다.
일반인에 비해 조기 사망 위험이 2배 높다. 일부는 심부전으로 이어져 극심한 피로감과 수명 단축을 겪는다. 여성 환자가 80% 이상으로 훨씬 더 많다.
상심 증후군은 아직까지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런데 세계 최초의 임상시험에서 의사들이 치료법을 찾은 것 같다.
가디언에 따르면 연구진은 12주간의 맞춤형 인지행동치료(CBT·잘못된 생각을 바로잡고, 더 건강한 행동을 배우는 훈련)나 수영·사이클링·에어로빅 등 운동 프로그램이 환자의 심장 기능 회복에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반면, 기존 표준 치료만 받은 환자 그룹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 결과는 최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세계 최대 심장 학술대회 유럽심장학회 연례 회의에서 발표됐다.
연구를 수행한 영국 스코틀랜드 애버딘 대학교 의과대학 심장 전문의인 데이비드 갬블 박사는 “심장 증후군은 심장이 회복되지 않거나 평생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뇌와 심장 사이의 연결, 즉 ‘뇌-심장 축’이 회복에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는 평균 연령 66세, 여성 비율 91%인 타코츠보 증후군 환자 76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는 무작위로 인지행동치료, 운동 프로그램, 혹은 표준 치료군에 배정되었으며, 모든 환자는 심장 전문의가 권고하는 기본 치료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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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행동치료를 받은 환자는 걷는 거리가 늘고 산소 섭취량(VO₂ max)이 증가했으며,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한 환자는 여기에 심장 에너지 활용 능력까지 크게 좋아졌다. 반면 기존 치료만 받은 그룹에서는 이런 변화가 없었다.
보행거리와 최대 산소섭취량 증가는 건강 개선의 징후다. 이는 증상 완화와 더불어 조기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번 임상시험에 자금을 지원한 영국 심장재단의 임상 책임자인 소냐 바부-나라얀 박사는 “이 질환은 삶의 가장 취약한 순간에 발생할 수 있고,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충격을 준다”며 “운동 프로그램이 효과적이라는 점은 놀랍지 않지만, 심리치료가 심장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는 매우 흥미롭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상심 증후군 환자들에게 ‘실질적 치료 방법’을 처음으로 제시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다만, 장기적인 생존율과 증상 완화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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