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900만 명 앓는 ‘제1형 당뇨병’ 치료법 나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7일 15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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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편집기술 ‘크리스퍼’로 췌도 베타세포 이식
환자 이식 후 3개월 이상 정상적으로 인슐린 분비

전 세계 900만 여명이 앓고 있는 선천적 유전질환인 ‘제1형 당뇨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됐다. 평생 당뇨병 치료제를 맞지 않아도 돼 환자들의 삶의 질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주에 있는 바이오 기업 사나 바이오테크놀로지가 유전자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를 활용해 인슐린 분비에 문제 없는 ‘췌도 베타세포’를 만들어 제1형 당뇨병 환자에게 이식했다고 밝혔다. 5살 때 발병해 37년간 제1형 당뇨병을 앓아온 42세의 남성은 해당 베타세포를 이식 받아 당뇨 치료제를 맞지 않고 3개월 이상 정상적으로 인슐린을 분비했다.

췌도에 있는 베타세포는 혈당조절 호르몬인 인슐린을 분비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제1형 당뇨병은 면역세포가 인슐린을 만들어내는 췌도 베타세포를 ‘적’으로 인식해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식습관이나 생활 습관 등에 의해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제2형 당뇨병과는 다르게 선천적인 유전질환으로 주로 20세 미만의 어린 나이에 발병한다. 발병을 하고 나면 제2형 당뇨병과 마찬가지로 당뇨 치료제를 지속적으로 맞아야 한다.

사나 바이오테크놀로지의 아이디어는 췌도 베타세포가 면역세포에게 ‘적’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유전자를 편집하는 것이다. 모든 세포에는 면역세포에 자신이 적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기능이 있다. ‘이름표’에 해당하는 단백질을 내보여 면역세포가 자신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는 셈이다. 자가면역질환은 주로 이 과정에 오류가 생겨 발생한다.

사나 바이오테크놀로지는 췌도 베타세포에서 해당 기능을 담당하는 유전자 2개를 크리스퍼로 제거하고, ‘나를 공격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는 단백질(CD47) 유전자를 도입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면역세포의 공격을 회피할 수 있는 활로를 만들어낸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치료법이 제1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번에 개발된 치료법은 당뇨병 치료제 및 면역억제제 투여 없이도 정상적인 인슐린 분비가 가능하다.

팀 키퍼 캐나다 밴쿠버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는 효능을 확인하려면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면서도 “면역 억제 없이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1형 당뇨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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