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을 빼려면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왜 그런지는 정확히 모른다. 막연히 ‘칼로리를 소모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근 과학자들이 운동이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되는 숨은 비밀을 밝혀냈다.
운동할 때 생기는 특별한 분자 ‘Lac-Phe’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캠퍼스에 따르면, 미국과 덴마크 연구진은 생쥐를 활용한 실험에서 운동을 하면 우리 몸속에서 Lac-Phe(락-페)라는 특이한 분자가 많이 늘어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Lac-PHE는 젖산(lactate)과 페닐알라닌(phenylalanine·필수 아미노산의 일종)이 합쳐져 만들어진 분자다.
이 물질은 쥐뿐 아니라 사람과 경주마에게서도 발견되었는데, 운동을 통해 혈액 속에서 가장 눈에 띄게 증가하는 대사산물이다.
흥미로운 점은, Lac-Phe가 단순히 운동의 부산물이 아니라 식욕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비만 쥐에게 Lac-Phe를 투여했더니 음식 섭취량이 줄고, 자연스럽게 체중도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Lac-Phe가 식욕을 억제한다는 사실은 기존 연구에서 밝혀졌다. 하지만 구체적인 작용 원리는 지금껏 불분명했다.
뇌 속 ‘배고픔 신호’ 차단하는 원리
그렇다면 Lac-Phe는 어떻게 식욕을 줄일까? 연구진은 뇌 속에서 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신경세포(AgRP 뉴런)와 포만감을 유지하는 신경세포(PVH 뉴런)를 살펴봤다.
평소에는 AgRP 뉴런이 활발하게 움직여 “배고프다!”라는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Lac-Phe가 AgRP 뉴런을 억제하면, PVH 뉴런이 활발해져 오히려 “배부르다”라는 신호가 강화된다.
다시 말해, 운동 후 생겨나는 Lac-Phe가 AgRP 뉴런을 직접 억제하여 배고픔을 줄이고 식사량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부작용 없이 체중 조절 가능성
주목할 점은, Lac-Phe가 동물들의 다른 행동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운동으로 생성된 Lac-Phe가 AgRP 뉴런을 억제해 포만감이 커진 생쥐들은 먹는 양이 줄었음에도 정상적으로 행동했다. 흔히 식욕 억제제는 불면, 불안, 심장 문제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데, Lac-Phe는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물질이라 비교적 안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연구진은 짚었다.
인간에게도 적용될까?
이 연구는 쥐를 대상으로 했지만, 인간에게서도 유사한 메커니즘이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Lac-Phe를 활용하면 부작용 없는 체중 감량 치료법을 개발할 수도 있다.
연구진은 비만 상태와 정상 체중 상태에서 Lac-Phe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뇌까지 어떤 경로로 전달되는지, 그리고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제로 활용될 수 있는지 등을 추가 연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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