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액셀러레이터(AC)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이하 블루포인트)가 9월 16일 자사 12번째 데모데이 ‘아발란체(AVALANCHE)’를 개최했다.
블루포인트 데모데이는 블루포인트가 초기 기술 투자를 진행하며 마주한 많은 고민과 그에 대한 대답을 데모데이 형식으로 공유하는 자리다. 올해는 기존 대중 공개 방식에서 벗어나 투자 유치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기업 IR 중심 행사로 진행했다. 현장에는 대기업 및 투자사 300여 곳이 참여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기후 및 환경, 인공지능(AI), 하드웨어(피지컬) 분야 스타트업이 발표를 진행했다. 참여 스타트업은 ▲플라시클 ▲비욘드캡처 ▲그리네플 ▲퍼스트랩 ▲르몽 ▲풀릭스 ▲알트에이 ▲임팩티브AI ▲신선고 ▲안티그래비티 ▲엑스업 ▲엠에스아이랩스 등 12곳이다.
플라시클은 특수 촉매 기반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솔루션을 개발한다. 플라시클의 핵심 기술은 기계적 재활용의 한계를 극복하는 화학적 재활용이다. 플라시클은 분자 수준에서 최초 원료 형태를 구현해 반영구적 재활용이 가능하게 한다. 장홍제 플라시클 대표는 “현재 폴리카보네이트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향후 PET, 폴리우레탄 등 모든 플라스틱에 적용 가능한 토탈 리사이클링 기술을 구축할 것”이라며 “환경에 대한 부담 없이 플라스틱을 마음껏 사용하도록 플라시클이 앞장서겠다”라고 강조했다.
비욘드캡처는 기존 직접공기포집(DAC)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기로만 작동하는 탄소 포집 배터리를 개발했다. 전기 에너지로 촉매를 활성화해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전압 해제로 탄소를 탈착한다. 이는 태양광, 풍력, 수력 등 모든 재생에너지에 활용할 수 있다. 태양광처럼 모듈형 구조로 설계한 것도 장점이다. 덕분에 소규모부터 대규모까지 비용과 일정을 예측할 수 있다. 비욘드캡처는 소재, 부품, 시스템 엔지니어링을 모두 자체 설계했으며, 프로토타입 완성 후 대기업들과 함께 실증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김병수 비욘드캡처 대표는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기후 정책과 인프라를 활발히 구축하는 해외 시장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며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비욘드캡처가 되겠다”라고 전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장홍제 플라시클 대표, 김병수 비욘드캡처 대표, 이형술 그리네플 대표, 황보선애 퍼스트랩 부대표 / 출처=IT동아
그리네플은 농업 부산물을 활용한 신소재 및 바이오 에너지 생산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그리네플의 핵심 기술 ‘ADOS’는 기존 습식 혐기성 소화 기술로는 접근할 수 없었던 고체 바이오매스에서 직접 바이오가스를 생산한다. 습식 기술 대비 400% 높은 바이오가스 생산성을 보이며, 폐수와 악취를 유발하지 않고, 시스템 모듈화를 통해 대형 에너지 사업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 이런 특성 덕에 최근 국토교통부 바이오 청정수소 사업에 핵심 기술로 채택됐다. 이형술 그리네플 대표는 “바이오 가스로부터 청정 수소까지 단계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며 “기존 태양광, 풍력 에너지의 간헐성 문제와 글로벌 기후 변화 및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겠다”라고 말했다.
퍼스트랩은 초음파 기술을 이용한 과불화물(PFAS) 분해 장비 ‘케미톡스’를 개발했다. PFAS는 종이컵 코팅, 발수 코팅, 화장품, 프라이팬 코팅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지만, 체내에서 분해되지 않아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 케미톡스는 1초에 40만 번 진동하며 수십만 개의 버블을 생성하고, 버블이 붕괴할 때 2000기압 이상의 압력과 천연 산화제 OH 라디칼을 대량 방출해 PFAS를 효율적으로 분해한다. 퍼스트랩은 PFAS 대표 물질인 PFOA와 PFOS를 유럽 기준치 이하로 분해하는 데 성공했으며, 현재 글로벌 수처리 기업, PFAS 폐수 발생 기업들과 실증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황보선애 퍼스트랩 부대표는 “난분해성 물질 대응 플랫폼으로의 확장을 통해 글로벌 톱3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며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르몽은 외식업 시장을 위한 AI 에이전트 플랫폼 기업으로, 고객 관리 솔루션 ‘댓글몽’을 선보였다. 댓글몽은 여러 플랫폼의 리뷰를 모아 보여주고, 외식업주 맞춤형 댓글을 자동 생성한다. 이를 통해 외식업주의 댓글 관리 업무 시간을 월 480분에서 월 60분으로 단축시킨다. 또한 악성 리뷰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알려주고, 대응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댓글몽은 출시 17개월 만에 사용자 1만 명을 돌파했다. 일부 프랜차이즈는 신규 가맹점 계약 시 댓글몽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희용 르몽 대표는 “장사를 사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종합 AI 에이전트 플랫폼을 구축해 마케팅 에이전트와 금융 서비스까지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풀릭스는 AI 기반 초개인화 식품 제조 솔루션 기업으로, 식품 기획부터 상품화까지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AI 상담원을 통한 아이디어 구체화, AI 마켓 툴을 활용한 시장성 분석, 조건에 맞는 제조사 선정, 샘플 확정, 패키지 선정 및 디자인 등의 과정을 자체 툴과 데이터로 해결한다. 풀릭스는 지난 10개월간 유튜버 브랜드, 로컬 푸드 등 26개 식품을 상품화했고, 복수의 IP 기업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진길 풀릭스 대표는 “파편화된 식품 생태계를 통합하고 시스템화함으로써 산업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라며 “자동화 솔루션이 완성되는 시점에는 더욱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설명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희용 르몽 대표, 이진길 풀릭스 대표, 이태우 알트에이 대표, 정두희 임팩티브AI 대표 / 출처=IT동아
알트에이는 기존 도로 인프라를 활용한 라스트마일 도로 최적화 교통 솔루션을 개발했다. 도로에 설치된 CCTV를 통해 교통 및 행정 분야 기초 데이터를 수집하며, 단일 카메라의 원근감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객체 종류와 방향성, 공간 분할이 가능한 AI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정량화된 데이터를 수집하고, 예산 편성 등 행정업무 자동화, AI 기반 교통 이슈 분석, 불법 주정차 관리, 어린이보호구역 안전관리 등에 활용한다. 알트에이는 현재 서울 9개 구, 인천, 광주, 부산 등 국내 지역구와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이태우 알트에이 대표는 “라스트마일 데이터 분야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임팩티브AI는 기업용 수요 예측 서비스를 제공한다. 15년간 축적한 예측 모델링 전문성을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예측 모델과 데이터 증강 기법을 적용한 기업용 소프트웨어 ‘딥플로우’를 개발했다. 트럼프 관세 발언, 전쟁, 팬데믹 등의 이벤트를 정량화해 수요 예측에 반영하는 시계열 예측 구조를 구현했고, 양자 컴퓨팅 리소스를 활용한 머신러닝 예측 모델을 개발해 기존 딥러닝 모델보다 우수한 성능을 달성했다. 딥플로우는 제약회사, 철강회사 등에 도입했으며, 재고 부족 감소, 재고 과잉 감소, 비용 절감 효과 등에 기여했다. 정두희 임팩티브AI 대표는 “수요 예측은 가장 중요하지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임팩티브AI는 예측하지 못한 급격한 변동까지 반영해 수요 예측 성능을 높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신선고는 정온 기술을 활용한 콜드체인 물류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존 콜드체인의 단점으로 꼽히는 온도 유지 어려움, 불편한 운반, 복잡한 패키징 과정, 크고 무거운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소형화된 하이브리드 열전 모듈 냉각 기술, 유기계 신소재 활용 진공 단열 기술, 접이식 패키징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공간 최적화 90% 개선, 이산화탄소 50% 절감, 에너지 10% 감축, 유지비 5% 절감 효과를 달성했다. 이성훈 신선고 대표는 “전체 냉각에서 개별 냉각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 보다 효율적이고 간단하고 저렴한 콜드체인을 제공한다”라며 “콜드체인을 완전하게 혁신하는 기업이 되겠다”라고 전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성훈 신선고 대표, 연봉근 안티그래비티 대표, 이용수 엑스업 대표, 이강헌 엠에스아이랩스 대표 / 출처=IT동아
안티그래비티는 체형 맞춤 브라 솔루션을 제공한다. 핵심 제품인 ‘닥터브레스트’는 가슴 성형 수술 후 회복 기간 동안 의무 착용해야 하는 의료기기다. 닥터브레스트는 보형물이 움직이는 것을 방지하는 고정 기능과 수술로 인한 부종 관리 기능을 동시에 제공한다. 안티그래비티는 현재 주요 병원 10% 점유율을 달성했으며, 오는 2026년에는 미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연봉근 안티그래비티 대표는 “의료와 패션 AI 솔루션을 통해 수평적, 지역적 확장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엑스업은 골프장 잔디 손상 및 볼 마크 수리 작업을 자동 수행하는 로봇을 개발했다. 손상 지역을 탐지해 위치와 크기를 자동 연산하고 정확한 수리까지 완료한다. 작업 영역만 선택하면 안전하고 빠른 경로를 자동 생성하며, 최대 경사 30도까지 작업이 가능하다. 환경 적응형 비전 기술을 적용해 봄의 새싹부터 가을 황금 잔디, 겨울 메마른 잔디까지 정확히 대응한다. 야간 작업이 가능한 야간 비전 기술도 적용했다. 이용수 엑스업 대표는 “엑스업은 기존 로봇 기업과 달리 골프장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골프장에 특화된 솔루션을 개발했다”라며 “축적된 데이터와 경험, 노하우를 기반으로 골프장 운영 및 관리 사업까지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엠에스아이랩스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창업기업으로, SMR 분야에서 세계적인 엔지니어링 회사가 되는 것을 목표한다.
이용관 블루포인트 대표는 “AI가 광범위한 산업 분야에서 혁신을 촉발하고 있다. 오늘 소개한 스타트업의 기술적 역량과 서비스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번 데모데이 이름을 아발란체라고 지은 것도 이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발란체는 눈사태를 뜻하는 영단어로, 갑작스럽게 많은 양이 쏟아지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뜻하는 말이다.
또한 이용관 대표는 “대중을 상대로 스타트업의 전문성을 전달하던 기존 데모데이와 달리 올해는 스타트업이 투자자, 대기업, 심사역과 긴밀하게 교류하면서 성장에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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