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혼자 못하면 치매, 가능하면 경도인지장애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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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1일은 ‘치매 극복의 날’
올해 노인 6명 중 1명 환자 전망… 신경퇴행성 치매, 절반 이상 차지
치매 치료는 ‘중증화 방지’가 목표… ‘꿈의 신약’ 레켐비 도입은 희소식
고립 피하고 운동-식습관 관리를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서서히 발병해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서서히 발병해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매년 9월 21일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알츠하이머협회가 지정한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이다. 우리나라도 치매 극복을 위해 같은 날인 9월 21일을 ‘치매 극복의 날’로 지정했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작년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약 91만898명으로 추정된다.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1명에 달하는 수치다.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치매 환자도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올해는 노인 6명 중 1명이 치매 환자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치매, 서서히 발병해 점진적 진행

치매는 후천적으로 기억, 언어, 판단력 등 여러 영역의 인지기능이 저하돼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우리나라 치매의 50∼60%는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하는 신경 퇴행성 치매다. 뇌중풍(뇌졸중) 등 뇌의 혈액순환 장애에 의해 생기는 혈관성 치매가 20∼30%, 나머지 10∼30%는 기타 원인에 의한 치매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65세 이후에서 가장 흔하며 서서히 발병해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주된 증상은 기억 장애, 지남력(指南力: 오늘 날짜, 현재 시각, 본인이 있는 장소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 장애, 주의력 장애, 언어장애, 시공간 기능장애, 전두엽 기능장애 등과 같은 신경 인지기능 이상이 있다.

초기 단계부터 우울증 등 기분 장애가 동반되는 경우에는 별일 아닌 것에 쉽게 화를 내는 등의 감정 변화를 보이기도 한다. 병이 점차 진행하면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믿는 망상, 헛것을 보는 환각, 음식이나 돈에 대한 집착이나 특정 물건을 주워 오는 이상행동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진단 때 보호자 설명 중요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보호자가 의료진에게 환자의 증상에 대해 정확하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전에 비해 인지기능에 변화가 있는지, 언제부터 어떠한 양상으로 나타났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 후엔 인지기능검사, 혈액검사, 뇌 영상 검사 등을 시행해 진단을 내린다.

치매안심센터나 병원 초진 시 시행하는 10∼15분가량의 인지검사는 환자의 인지기능 수준을 간략하게 파악하는 선별검사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1∼2시간이 소요되는 정밀인지기능검사를 받아야 한다. 다만 학력이 높거나 증상이 가벼운 경우 선별검사에서는 정상 소견이 나올 수 있으므로 인지 저하 증상이 확실하다면 선별검사 결과와 무관하게 정밀인지기능검사를 시행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정밀인지기능검사에서 치매 또는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로 확인될 경우 어떤 원인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혈액검사와 뇌 영상 검사를 받게 된다. 자기공명영상검사(MRI)만으로는 치매 여부를 진단할 수 없다. 반드시 인지기능검사를 통한 인지 평가가 선행돼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이 떨어져 있을 뿐 아직 모든 일상생활을 스스로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상태이다. 치매와 경도인지장애의 가장 큰 차이는 ‘일상생활을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지’ 여부다. 따라서 두 진단은 완전히 다른 병이라기보다는 서로 이어진 단계로 이해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 때문에 발생하는 경도인지장애는 치매로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매년 인지기능검사를 추적 관찰해 기억력 저하의 악화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우울증도 경도인지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는데 전문 치료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치매로 이행되지 않고 인지기능이 개선될 수 있다.

조기 발견해 중증화 막아야

현재 치매 치료는 중증으로 가는 것을 막는 걸 목표로 한다. 병을 없앨 수는 없지만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면 중증 치매로 악화하는 것을 늦추고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시기를 연장할 수 있다. 약물치료가 주된 방법이지만 그 외에도 고혈압, 당뇨병, 흡연, 심장질환 등 위험인자를 잘 조절하는 것이 인지기능 저하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꼭 필요한 관절과 근육을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움직이도록 하는 운동치료, 체계적인 정보를 제공해 현재 자신과 주변 환경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을 다시 인식하게 하는 현실 인식 훈련, 저하된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인지 훈련 등의 비약물 치료를 병행하면서 현재의 기능을 극대화하고 최대한 오래 보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장혜민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꿈의 신약’이라고 불리는 치료제 레켐비가 도입돼 환자에게 본격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라며 “알츠하이머병의 원인물질인 아밀로이드 베타 이상단백질을 제거하는 약제로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약 80%의 환자에서 뇌 내 아밀로이드 이상단백질이 감소했으며 이를 통해 중증 치매로 진행될 확률을 낮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레켐비 치료제는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있지만 기억력 자체를 좋아지게 하는 약은 아니다.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 베타, 타우 단백질, 신경염증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레켐비 치료제는 그중 아밀로이드 베타를 직접적으로 해결할 뿐 문제 전체를 해결한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사회적 고립 피하고 운동·식습관 관리

최근 연구에 따르면 40대, 심지어는 그 이전부터 치매의 과정이 시작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청소년기부터 각 시기에 적절한 위험인자 관리가 필요하다.

청소년기에 충분한 교육을 받은 환자는 그렇지 못한 환자보다 치매 위험성이 낮았다. 40∼50대의 중년기로 접어들 때는 머리 외상을 조심하고 고혈압, 과음, 비만을 조절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가장 발병률이 높은 노년기에는 사회적 고립이나 우울증을 피해야 한다. 지속해서 사회 활동을 하고 사람들과 꾸준히 만나며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꾸준한 유산소운동과 스트레칭, 근력운동도 뇌를 보호하는 물질을 분비해 치매 관리에 도움을 준다. 매일 30분씩, 주 5회가량을 꾸준히 걷고 운동하면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통곡물, 녹황색 채소, 견과류, 가금류 등 적절한 단백질 섭취와 등푸른생선 섭취를 권장하며 붉은 고기, 고지방 치즈, 빵, 설탕, 과자, 즉석식 등은 제한한다.

장 교수는 “나이가 들면서 정상적인 노화로 인해 젊었을 때보다 인지기능이 조금 떨어질 수 있다”며 “하지만 일상생활에 불편을 줄 정도라면 치매를 의심하고 조기에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나이에 따른 기억 감퇴 증상
□ 옛 친구의 이름이 갑자기 기억 안 난다.
□ 예전에 잘 알고 있던 것이 기억 안 난다.
□ 잘 감춰 둔 물건을 못 찾겠다.
□ 약속하고서 깜빡 잊는 경우가 있다.
□ 물건을 사러 가서 몇 가지를 잊는다.
□ 답답하고 화나는 경우가 많지만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 주로 ‘사소한’ 내용을 ‘가끔’ 잊는다.

알츠하이머형 치매 증상

□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 이름이 기억 안 난다.
□ 매일 하던 일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 매번 제 위치에 두는 물건을 찾지 못한다.
□ 약속하고서 약속 사실을 잊는다.
□ 물건을 사러 가서 왜 왔는지 몰라 그냥 온다.
□ 힌트를 주어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사소한 내용과 중요한 내용을 ‘지속해서’ 잊는다.
자료 : 서울아산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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