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반 데 린덴 독일 아헨대학병원 연쇄상구균 연구센터장
PCV20, 국가예방접종 사업 도입
영유아 질병 부담 줄이는데 역할
“어른돼도 백신 접종” 인식 필요
마크 반 데 린덴 독일 아헨대학병원 연쇄상구균 연구센터장이 소아 폐렴구균 백신 접종의 중요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질병관리청은 다음 달부터 ‘폐렴구균 20가 단백결합 백신(PCV20)’을 국가예방접종 사업에 새로 도입하고 생후 2개월 이상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예방접종을 실시한다.
폐렴구균은 영유아에게 중이염, 폐렴, 수막염 등 다양한 질환을 유발하는 주요 세균성 병원체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소아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질환으로 예방접종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소아 폐렴구균 국가예방접종 사업으로 13가 단백결합 백신(PCV13)과 15가 단백결합 백신(PCV15)을 지원하고 있다. 새로 도입할 PCV20은 기존 PCV15에 더해 8, 10A, 11A, 12F, 15B 등 5종의 혈청형을 추가로 포함하고 있어 모두 20종의 폐렴구균 혈청형을 예방할 수 있다.
이달 한국을 방문한 마크 반 데 린덴 독일 아헨대학병원 연쇄상구균 연구센터장을 만나 폐렴구균 백신 접종의 중요성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방한 목적은….
“한국 방문은 이번이 네 번째다. 나는 독일에서 폐렴구균 관련 연구를 30년 가까이 진행해 왔다. 한국에는 여러 의료진과 과학자를 대상으로 폐렴구균 백신 관련 강연을 진행하며 백신이 질병 발현에 미치는 영향, 한국과 다른 나라 상황 비교, 백신 선택 시 고려해야 할 요소 등에 관해 설명하기 위해 방문했다. 전 세계적으로 발표된 연구 자료를 의료진과 공유할 수 있어 매우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혈청형 유병률 양상이 바뀌는지 궁금하다.
“백신이 등장하기 이전의 혈청형 분포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그러나 백신이 등장한 이후 국가별 국가예방접종 사업에서 사용된 단백접합백신의 종류, 항생제의 과다 사용 여부 등에 따라 대체 혈청형의 차이가 발생하게 됐다. 생활 환경의 차이도 혈청형 유병률 양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백신 외에도 장기적인 자연적 요인에 의해서도 혈청형 유병률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모든 혈청형이 동일하게 질환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어떤 혈청형은 더 강력한 병원성을 가진다. 폐렴구균 백신은 질병 위험성이 높은 혈청형으로 인한 질병 부담을 낮추는 데 이바지했다. 특히 소아에서 강력한 백신 효과를 관찰할 수 있는데 프리베나(PCV7)와 프리베나13(PCV13)이 도입되면서 폐렴구균 질환의 발병률은 급격하게 감소했다. 다만 이후 발생한 폐렴구균 질환자의 혈청형을 분석한 결과 전체 발생 수는 감소했으나 기존 백신(PCV13)에 포함되지 않은 비백신 혈청형의 비율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따라서 더 많은 혈청형을 포괄하는 백신을 도입해 질병 부담을 한층 더 낮출 필요가 있다.”
―기존 혈청형에 새로운 혈청형을 추가하는 형태의 백신이 좋은지 혹은 새로운 구성의 혈청형을 보유한 백신이 좋은지도 궁금하다.
“기존 백신으로 예방해 온 혈청형을 접종에서 제외하면 해당 혈청형에 의한 감염이 다시 증가할 수 있다. 실제로 107가지 혈청형 가운데 주요 원인 혈청형을 차례대로 예방해 왔지만 기존 혈청형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며 여전히 감염 위험이 남아 있다. 따라서 질병 발생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기존 혈청형 예방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혈청형을 추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벨기에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2011년 프리베나13 도입 이후 2세 미만 소아의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 발생률은 절반 가까이 줄었으며 혈청형 19A는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2016년 정부가 백신을 PCV10으로 교체하자 대부분 혈청형 19A에 의한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이 증가했다. 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은 혈청형을 먼저 예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벨기에의 당시 결정은 매우 안타까운 사례라 할 수 있다. 결국 백신 설계의 핵심은 질병 발생 위험이 큰 혈청형을 안정적으로 예방하면서 새로운 혈청형을 추가해 남아 있는 질환 부담을 낮추는 것이다.”
―백신에 포함된 혈청형이 많아지면 백신 효과가 줄어들 수 있나.
“중요한 것은 혈청형이 늘어남에 따라 수치상 면역원성의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 임상에서 질병 발생을 줄이는 예방 효과가 명확히 입증된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점이다. 백신을 평가할 때 면역원성과 실제 효과 두 가지를 보는데 면역원성보다는 실제 임상 현장에서 어떤 효과를 보였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프리베나가 전 세계에 도입된 후 폐렴구균 질환과 관련된 질병 부담이 많이 감소했다. 특히 백신 도입 전 소아에게서 중이염이 흔하게 발견됐고 아이들이 병원에서 항생제를 처방받는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러나 폐렴구균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중이염 발생률이 크게 줄어들었다. 독일에서 아이들이 병원을 찾는 질병 1위를 차지했던 중이염이 17위까지 내려갔다. 단백접합백신은 다당 분자에 단백질을 접합시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데 혈청형 수가 늘어나면 더 많은 단백질이 체내에 들어가 혈청형별 면역원성은 다소 낮아질 수 있다. 다만 PCV7 개발 당시 면역원성 기준으로 설정된 0.35㎍/㎖ 이하를 보인 PCV13 혈청형 일부도 실제 임상에서는 충분한 예방 효과가 확인된 바 있다.”
―백신 접종의 중요성에 대해 말해달라.
“질병에 대응하는 방법은 2가지다. 첫 번째는 병에 걸린 후에 약을 통해 치료하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선제적으로 병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당연히 병에 걸리기 전에 미리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PCV20은 한국의 소아에서 자주 발견되는 혈청형인 10A, 15B를 포함하고 있어 질병 부담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흔히 폐렴구균 백신 대상을 영유아로 한정해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백신은 주기적으로 접종해서 백신 효과가 우리 몸속에서 지속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린아이는 국가예방접종 일정에 따라 예방접종을 잘 진행하지만 어른이 되면 병에 걸린 후 병원을 찾는다. 폐렴구균 백신은 청년과 중장년층까지 모두 맞아야 하는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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