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를 이끈 미국 밴더빌트 대학교 의료센터의 웨이 정 박사는 “매일 걷는 것의 건강상 이점은 잘 알려져 있지만, 걷는 속도와 같은 요인이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이번 연구결과 하루 15분만 빠르게 걷는 것만으로도 전체 사망률을 거의 20%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반면 하루 3시간 이상 천천히 걷는 것은 4%의 위험 감소에 그쳤다. 이는 운동 시간보다 운동 강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미국 남동부 12개 주에 거주하는 흑인 중심의 저소득층 약 8만 명(40~79세)을 대상으로 하루 평균 ‘느리게’ 걷는 시간과 ‘빠르게’ 걷는 시간을 설문조사(자가보고) 했다. 이후 16.7년의 중간 추적 기간 동안 이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걷기 속도는 일상 활동, 직장 내 보행, 반려견 산책, 가벼운 운동 등은 ‘느리게 걷기’로, 계단 오르기, 빠른 보행, 운동 등은 ‘빠르게 걷기’로 구별했다.
운동량에 따라 참가자들을 걷지 않는 그룹(0분), 0분이상~30분미만, 30분이상~60분미만, 60분이상의 네 그룹으로 나눴다.
참가자의 인종은 흑인 66%, 백인 30%, 기타 4%였고, 54% 이상이 연소득 1만5000 달러(약 2073만 원) 미만의 저소득층이었다. 추적 기간에 2만6862명이 숨졌다.
분석 결과 하루 단 15분이라도 빠르게 걸으면 전체 사망률이 19%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느리게 걷기는 3시간 이상인 경우 사망 위험이 4%, 3시간미만은 1~2% 감소했으나 이는 통계적으로 무의미 했다.
빠르게 걷기는 특히 미국 내 사망 원인 1위인 심혈관 질환 관련 사망률을 크게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60분 이상 빠르게 걷는 사람은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이 걷지 않는 사람보다 27% 낮았다.
빠르게 걷기의 건강상 이점은 식단, 흡연, 음주 등 다른 생활습관 요인을 보정한 후에도 유효했다.
연구진은 빠르게 걷기가 심장 효율 향상을 비롯해 비만, 고혈압, 고콜레스테롤과 같은 위험 요인 감소 등 여러 가지 심혈관계 건강을 개선한다고 밝혔다.
논문 제1저자인 릴리 류 박사는 “빠르게 걷기나 다른 형태의 유산소 운동처럼 더 강도 높은 신체활동을 일상생활에 포함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번 연구는 분당 걸음 수를 평소보다 14보 더 늘리면 ‘허약’하거나 ‘허약 직전’ 상태인 노인의 신체 기능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한 시카고 대학교 의과대학의 최근 연구결과와 궤를 같이 한다.
해당 논문의 책임저자인 다니엘 루빈 교수는 “빠르게 걷는 것은 사망률을 낮추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과학적으로도 입증됐다”며 “빠르게 걷는 노인이 더 오래 산다”라고 말했다.
비슷한 맥락의 연구 중에는 계단 오르기와 같은 고강도 활동을 평소 상대적으로 비활동적인 여성이 한 번에 1분 이상씩 총 4분만 나눠서 하더라도 심장마비 위험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호주 시드니 대학교의 논문도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