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로 사람(뇌사자)에게 이식 된 유전자 편집 돼지 폐가 9일간 기능을 유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로 다른 종(種)의 장기를 이식하는 이종이식은 이식용 장기 부족 문제에 대한 잠재적 해결책 중 하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필요한 장기 이식 수요의 최대 10%만이 충족되고 있다. 유전자를 편집한 돼지의 신장, 심장, 간을 인간에게 이식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입증했다. 하지만 폐는 해부학적, 생리학적으로 더 복잡해 큰 도전 과제로 여겨졌다.
중국 광저우 의과대학 제1부속병원 허젠싱 박사가 이끄는 중국·한국·일본·미국 공동 연구팀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로 인간 면역 체계를 활성화할 수 있는 항원을 제거한 돼지의 왼쪽 폐를 39세의 남성 뇌사자에게 이식한 사례를 의학 저널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25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연구팀은 6가지 유전자를 변형해 이식한 폐에 대한 초급성 거부 반응(이식 직후 발생하는 급격하고 치명적인 면역 반응)이나 감염 징후 없이 216시간(9일) 동안 기능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식 24시간 후 폐 손상 징후가 나타났으며, 강력한 면역 억제제를 투여했음에도 이식 3일째와 6일째에는 환자의 항체가 돼지 폐를 공격해 심각하게 손상되는 거부 반응을 보였다.
폐 이식 전문의인 영국 뉴캐슬대학교 앤드류 피셔 교수는 “환자가 자신의 폐 하나를 온전히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손상된 돼지 폐의 기능 부족을 보완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실제 손상의 영향을 과소평가했을 수 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한국에서는 성균관 대학교 의과대학 삼성서울병원 전경만 교수가 참여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돼지에서 사람으로 폐 이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논문 캡처.
하지만 전문가들은 돼지 폐를 실제 환자에게 사용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피셔 교수는 “숨을 쉴 때마다 외부 공기가 몸속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폐는 오염, 감염 등 다양한 공격에 매우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그만큼 폐의 면역계는 민감하고 활발하다. 그러나 장기 이식에서는 면역 반응을 억제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돼지 폐를 이용한 폐 이종이식 시대가 곧 온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면역억제 요법의 최적화, 유전자 변형의 정교화, 폐 보존 전략의 강화, 급성기를 넘어선 장기 기능 평가 등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며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