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하지만 기발한 아이디어에 상을 주는 ‘이그노벨상’ 시상식이 열렸다. 사람들을 웃게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연구들이 수상의 주인공이 됐다.
18일(현지 시각) 미국 보스턴에서 과학 유머 잡지 AIR(Annals of Improbable Research)가 주최한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 시상식이 열렸다.
올해 주제는 ‘소화(Digestion)’였으며, 문학상·평화상 등 10개 부문으로 시상했다.
■ 해충 피해 줄인 ‘얼룩소’…올해의 주인공
해충 피해를 줄여주는 ‘얼룩소’에 대해 설명하는 일본 연구진. (출처=AP/뉴시스)이번 이그노벨상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상은 생물학 부문을 수상한 ‘얼룩소’였다. 일본 연구진은 소를 흰색과 검은색 줄무늬로 칠했더니 해충의 공격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했다.
생물학 부문을 수상한 ‘얼룩소’. 얼룩소는 일반 소에 비해 파리 등 해충의 위협을 절반 가까이 덜 받았다. (출처=CNN 갈무리)연구진은 “파리는 냄새, 움직임, 색깔, 빛 반사 등에 끌리는데 줄무늬가 이를 방해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살충제 사용을 줄여 환경 보호와 가축 건강 보호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상식에서 연구진은 얼룩무늬 셔츠를 입고 무대에 올라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 네덜란드 연구진 “술 마시면 외국어 술술”
음주가 박쥐의 비행 능력에 지장을 주는지 연구한 연구진이 상을 수상하고 있다. (출처=AP/뉴시스)평화상은 “술을 마시면 외국어 말하기가 더 유창해진다”는 연구가 차지했다. 네덜란드·영국·독일 공동 연구팀은 네덜란드어를 배운 독일 학생들에게 토론을 시킨 뒤, 소량의 술을 마시게 했다. 이후 다시 토론을 진행하자, 평가자들은 이전보다 발음이 더 자연스럽고 전달력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반대로 음주의 해로움을 보여준 연구도 있었다. 유럽 연구진은 “술을 마신 이집트 과일박쥐가 비행과 초음파 탐지를 제대로 못했다”는 결과를 발표해 항공학상을 받았다. 연구진은 “박쥐처럼 우리도 술에 취하면 느려지고 말도 흐려진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 외에도 △ 파스타 소스가 뭉치는 원인 규명(물리학상) △ 마늘 섭취 시 모유 냄새 변화와 아기의 반응(소아과상) △ 자신의 손톱을 35년 동안 관찰한 윌리엄 박사의 기록(문학상) 등이 수상했다. ■ “과학도 웃음을 줄 수 있다”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관객들. 이그노벨상은 매년 수상자들에게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전통이 있다. (출처=AP/뉴시스)수상자들에게는 부상으로 물티슈가 주어졌다. 생화학자 카렌 홉킨은 “예전에는 짐바브웨 1조 달러 지폐를 줬는데, 지금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물티슈로 바꿨다”고 농담을 던져 웃음을 자아냈다. 당시 짐바브웨 1조 달러 지폐 가치는 약 400원에 불과했다.
잡지 편집자 마크 아브라햄스는 “위대한 발견은 처음엔 터무니없고 우스꽝스러워 보인다. 쓸모없어 보이는 발견도 마찬가지다”라며 “이그노벨상은 모든 발견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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