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실수록 치매 위험 상승…“소량 음주 보호효과는 착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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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년 9월 24일 0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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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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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마시는 술도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그동안 일부 관찰 연구에서는 “소량의 술은 뇌 건강에 좋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영국의학저널(BMJ) 근거중심의학(Evidence-Based Medicine)에 발표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술을 조금만 마셔도 치매 위험이 줄어들지 않고, 마실수록 위험이 점점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관찰 연구와 유전학적 연구를 종합해 보다 정밀한 결과를 도출했다.

어떻게 연구했을까?

영국과 미국 공동 연구진은 미국 백만 재향군인 프로그램(Million Veteran Program)과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했다.

미국에서는 평균 4년, 영국에서는 평균 12년 동안 수십만 명을 추적 관찰했다.

총 55만 9559명(연구 시작 시점 56~72세)이 관찰분석에 포함되었고, 그중 1만 4540명이 치매 진단을 받았다. 미국 백만 재향군인 프로그램 참가자에서 1만 546명, 영국 바이오뱅크 참가자에서 3976명 이었다.

연구 기간 사망자는 미국 그룹 2만8738명, 영국 그룹 1만9296명이었다.

분석 결과

관찰 연구에서는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과 과음자 모두 치매 위험이 커 보이는 U자형 곡선이 나타났다. 주당 7잔 미만인 가벼운 음주자와 비교했을 때 비음주자와 주당 40잔 이상 마시는 과음자는 위험이 41% 더 높았다. 알코올 의존자는 위험이 51%까지 치솟았다.
(여기서 1잔은 순수 알코올 14g에 해당한다. 알코올 함량 5% 맥주 350㎖, 40% 위스키 43㎖, 12% 와인 145㎖, 17% 소주 103㎖(두 잔) 정도다.)

하지만 24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유전학적 방법(멘델 무작위 배정)을 적용했을 때는 U자형 곡선이 사라지고, 음주량이 많을수록 위험이 비례해 직선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예를 들어, 일주일에 1~3잔의 술을 더 마시면 위험이 15% 증가했다. 알코올 의존증의 유전적 위험이 2배 증가할 때 치매 위험은 1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멘델 무작위 배정이란?
‘멘델 무작위 배정(Mendelian randomization)’은 유전자를 활용해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추적하는 방법이다.
어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술을 더 잘 마시거나 덜 마시는 유전적 특성이 있다. 이 특성은 생활 습관이나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술과 치매 사이의 ‘순수한 인과관계’를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
쉽게 말해, 유전자가 ‘자연스럽게 나눠진 무작위 실험’ 역할을 해주는 셈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소량 음주의 보호 효과는 ‘착시’

이번 연구에서 유전적 분석 결과는, 술을 적게 마시는 사람이 치매 위험이 낮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즉, 기존 관찰 연구에서 보였던 “소량 음주는 보호 효과가 있다”라는 결과는 사실에 기반한 인과관계가 아니라, 치매가 시작되면서 술을 줄인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들은 발병 전 수년 동안 음주량이 점차 줄어드는 경향이 있었다. 이 같은 현상은 인지기능 저하가 먼저 나타나면서 음주를 줄이게 되는 ‘역 인과성(reverse causation)’이 기존 관찰 연구에서 소량 음주가 보호 효과를 발휘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 원인일 수 있다고 연구진을 짚었다.

술은 치매의 절대 위험 요소

이 연구는 ‘적당한 술은 괜찮다’라는 통념을 뒤집고, 모든 양의 술은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번 연구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술을 마시는 양이 늘어날수록 치매 위험도 커진다.
-소량 음주조차 뇌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연구진은 “음주량과 음주 횟수를 모두 줄이는 것이 치매 예방의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DOI: 10.1136/bmjebm2025-113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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