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방배신삼호 재건축 사업이 또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조합장 해임 후 직무대행을 맡아왔던 A 이사가 최근 사퇴하고 새로운 직무대행을 선임했지만 여전히 조합 집행부 공백 우려가 제기된다.
다수의 조합원에 따르면 B 직무대행은 시공사 선정총회를 앞두고 조합 운영 기반을 정비하는 역할을 마친 시점에서 사퇴를 결정했다. 이는 최근 조합 내에서 벌어진 과도한 비방과 인신공격으로 조합 분열이 심화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조치로 알려졌다.
앞서 B 직무대행은 건강 이상설에 휘말리며 조합원들의 신뢰에 큰 타격을 입었다. 실제로 일부 조합원들은 “B 전 직무대행이 과거 건강상 문제로 이사직 사퇴를 시사한 바 있고, 최근에는 조합사무실에도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조합 명의로 발송된 공문에 대해 직무대행이 직접 서명한 게 맞나”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재는 조합 정관 제4장 제16조 제6항에 따라 차기 연장자인 C 이사가 직무대행을 수락한 상태다.
문제는 오는 7월 26일 예정된 임시총회에 상정된 기존 대의원 53명 중 12명을 해임하는 안건이 가결될 경우 대의원회는 정족수(49명) 미달로 의사결정 기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조합장이 해임된 상황에서 대의원회까지 마비되면 조합은 어떠한 공식 의사결정도 할 수 없는 공백에 빠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차기 조합장 선출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역시 대의원회 의결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대의원회가 정족수 미달로 마비될 경우 조합장 선출이 불가능하다.
정비사업 관계자들은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방배신삼호 사업은 사실상 추진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며 “특히 2019년 조합 설립 인가 이후 이미 한 차례 일몰제 유예를 받은 이력이 있어 다음 일몰 시한에 사업이 자동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조합원 사이에서는 이번 해임총회를 주도한 세력의 배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들의 상당수가 최근 1~3년 사이 신규로 아파트를 매입했는데, 배후에 외부 정비사업 관계자나 전문 업체 등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정비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조합원 간 단합”이라며 “갈등과 반목이 지속될 경우 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약 920세대 규모 방배신삼호 재건축 사업은 HDC현대산업개발이 단독 입찰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돼 있다. 시공사 선정이 무산될 경우 일정 지연과 금융비용 부담은 물론 사업 자체의 존속 위기까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번 임시총회 결과가 조합 정상화와 향후 사업 추진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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