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지구를 보면 완벽한 공 모양에 푸른빛으로 반짝입니다. 마치 까마득한 우주를 바라보는 파란 눈동자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별, 지구의 모습을 인류 최초로 사진에 담은 이는 미국의 우주 비행사 윌리엄 앤더스(1933∼2024·사진)입니다.
영국령 홍콩에서 태어난 앤더스는 미 해군사관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졸업 후 미 공군으로 임관한 그는 전투기 조종사로 활약하며 6000여 시간에 달하는 비행 경력을 쌓았습니다. 1963년 미국항공우주국(NASA) 우주 비행사로 선발되었습니다. 1968년에는 인류 최초로 달 주위를 유인 비행한 아폴로 8호에 탑승하게 됩니다.
당시 미국은 우주 개발 경쟁에서 소련에 밀리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소련이 달 착륙선을 먼저 완성할 것이라는 첩보가 전해지자 미 당국은 아직 테스트조차 거치지 않은 새턴 V 로켓으로 아폴로 8호 발사를 강행합니다. 지구 귀환을 위한 부스터도 단 하나뿐이었던 만큼, 이 임무는 실패할 경우 영원히 우주 고아로 남을 수도 있는 위험한 도전이었습니다.
앤더스는 동료 우주 비행사 프랭크 보먼, 제임스 러벨과 함께 달 표면 약 112km 상공 궤도를 따라 약 20시간 동안 달 주위를 돌면서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습니다. 나흘째 되는 날, 달 지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지구 모습을 포착해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이 사진은 인류 역사상 처음 컬러 사진으로 촬영된 지구의 모습입니다. ‘지구돋이(Earthrise)’라는 이름과 함께 영원히 기록되었습니다.
22일은 ‘지구의 날’입니다. 1969년 존 매코넬이 제안하고 1970년 게일로드 넬슨과 데니스 헤이스의 주도로 시작됐습니다. 이날은 이제 전 세계가 함께 기념하는 날이 됐습니다.
지구의 날에는 ‘지구촌 1시간 소등 행사’처럼 지구 온난화와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1990년 서울 중구 남산에서 첫 기념행사를 연 이후 ‘차 없는 거리’ 행사 등으로 동참해 오고 있습니다.
55년 전 앤더스가 담아낸 것처럼 앞으로도 지구별이 우주 안에서 찬란히 빛날 수 있도록, 오늘 하루 우리가 지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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