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가정의 달에 특별히 스포츠를 권하고 싶은 대상이 있다. 이 땅의 엄마들이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자녀 교육에는 엄마의 역할이 아빠보다 절대적이라 엄마의 경험과 철학이 그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미국 프로야구 더블A 경기에서 아기를 품에 안은 엄마가 파울볼을 잡는 사진(사진)이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글러브를 갖고 경기를 보는 엄마라니 얼마나 멋진가. 더욱이 날아오는 공을 순간적으로 잡아내는 솜씨는, 생후 8개월 된 아기 제리의 안전모와 함께 감탄을 자아낸다. 이 엄마는 아마도 소녀 시절부터 운동장을 누볐을 것이다. 그리고 ‘야구 좀 아는’ 엄마의 자녀인 제리는 야구(스포츠)를 접하며 자랄 가능성이 크다.
우리의 현실은 어떨까? 최근 긍정적인 모습도 많이 눈에 띈다. 한국기자협회는 1972년부터 축구대회를 열고 있다. 남성 기자들은 수습기자 때부터 통과의례처럼 대부분 참가하고, 그 과정을 통해 농반진반 ‘기자 근성’과 ‘특종(축구공)을 향한 집념’을 체화한다. 여성 기자를 위한 풋살대회는 2023년부터 열리고 있다. 첫해는 12개 팀이 참가했지만 올해는 30개 팀이 훌쩍 넘을 것이라 한다. 열기와 투지는 남성 기자를 뛰어넘는다.
운동하는 여성이라면 한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도 있다. 모델, 아나운서, 가수, 배우 등 다양한 영역의 여성들이 축구 실력을 겨룬다. 파일럿 방송 이후 5년 넘게 장수하고 있는데, 선수들의 기량과 전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가끔 무시무시한 슛을 보면 ‘내가 골키퍼가 아니라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한국 사회에도 이제 여성과 스포츠는 이질적인 조합이 아니다. 시도생활체육회 등은 ‘엄마와 함께하는 체육교실’, ‘임산부 체조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엄마가 운동하면 자녀도 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바람직해 보인다. 흥미롭게도 엄마와 아빠는 운동하는 자녀에게 기대하는 내용이 다르다. 하키 하는 아이를 둔 영국의 아빠들은 운동이 끝나면 “오늘 몇 골이나 넣었니?”라고 질문한다고 한다. 반면에 엄마는 “재미있는 시간 보냈니? 어떤 친구를 사귀었니?”라고 물어본다니 타인과 관계 맺기에 서툰 아이들에게도 스포츠는 가장 좋은 치료책임을 알고 있나 보다.
자녀의 건강한 성장에 운동은 필수적이다. 이를 생각하면 엄마가 마음 편히 운동을 권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4세 고시’ ‘7세 고시’라는 말까지 등장한 상황에 선뜻 자녀에게 운동하라고 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내 자식만 뒤처질 수 있다는 두려움에 운동을 권하는 게 엄청난 결단이 필요한 일처럼 됐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의 빠른 발달로 앞으로 10년 뒤 어떤 직업이 사라지고, 또 새로 생겨날지 우리는 모른다. 지식의 암기와 반복을 중요시하는 교육 시스템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를 해야 한다. 필자는 6·3대선에서 이를 실행할 철학과 의지가 있는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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